<조커:폴리 아 되>를 보고 (스포O)
<조커:폴리아되>는 전작의 성취로 인해 예술가적 자의식이 강해진 토드 필립스의 야심작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잔뜩 은유적인 애니메이션 오프닝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림자에게 자아를 빼앗긴 아서 플렉, 그러니까 영웅 취급된 건 허상된 이미지이고 그 본연이 아님을 그려낸 방식인 거죠.
전작의 사건 이후로 수감 생활하는 아서 플렉의 첫 등장은 피폐할 정도로 앙상한 육신입니다. 생명과도 같은 농담을 상실했는데, 그걸 반복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인격과 자아를 상실했음을 강조합니다. 심지어 교도관들이 농담이랍시고 하는 것도 죽음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이번 속편은 전작의 파장으로 인해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전작에서 조커 분장을 한 채 벌어진 클라이맥스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췄기에 속편에서 아서 플렉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음악이고 뮤지컬 연기를 하게 되는 셈입니다. 극 중 <밴드 웨건>을 직접적으로 차용해서 정극과 뮤지컬을 왜 구별하냐고 그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사회에서는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실제로는 정신병자로 취급받는 데만 꼬박 25분을 소요함으로써 대사에서 뮤지컬 넘버로 전환되더라도 이건 인물의 정신 상태를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임을 자연스레 설명할 수 있는 겁니다.
러닝타임의 55분이 되는 지점에서야 재판장으로 무대를 옮기고 나머지는 재판 과정일 정도로 크게 서사적이랄게 없고 오로지 명확한 사건 보다 그로 인해 파장이 일어난 주인공의 감정에만 주목합니다. 그 감정을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뮤지컬이 쓰였고요.
극 중 카메라로 주인공인 아서 플렉이나 현장을 촬영해서 보여주는 연출이 잦은데 이를 통해 프레임에 갖혀 인물을 보는 언론과 대중의 편협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수감실을 촬영하는 방식, 립스틱으로 조커의 상징을 그려냐고 거기에 주인공의 얼굴을 겹치는 연출, 유사 키스신인 흡연 장면 등 힘주어 찍은 장면도 많습니다.
수감실에 있는 아서 플렉을 조명으로 비출수록 그의 상황이 음울한 건 1편에서 그가 계단을 올라갈수록 음울했던 모순적인 연출과 일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의 존재 자체와도 같은 ‘농담’ 그리고 도저히 노래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정신상태에 대한 뮤지컬적인 연출입니다. 그러니까 피폐한 그의 장신 상태를 영화적으로 묘사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러닝타임이 100분이 넘어가면 엇비슷한 레벨의 감정씬들이 붙어서 피로감이 들고, 넘버 자체도 전체적으로 단조가 낮아서 루즈하게 느껴집니다. 연기를 떠나 호아킨 피닉스의 넘버 소화력도 썩 훌륭했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뮤지컬 연출은 거의 창의성을 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레이디 가가의 캐스팅 같은 경우는 영화의 호불호는 있더라도 영화의 취지에 있어서는 적절했다고 봅니다.
하나 또 걸리는 게 내내 정적이던 이 영화에 급작스러운 차량 폭발 테러가 일어나고 또 금방 차갑게 식어버리며 ‘이제는 노래하기 싫어진’ 후반 13분에서 전작에 대한 폭력적인 논쟁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반증하는데 그러기에는 분량의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한 인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카고>와 유사한 화법과 아이디어이면서도 정반대의 에너지로 완성된 뮤지컬 영화인 듯한 인상입니다. 그러니까 오프 브로드웨이의 아쉬운 초연작같달까요.
- 별점 : ★★★
추천인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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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감독의 예술적 야심은 인정하는데.. 그래도 코믹북 영화로서 장르 팬들은 배려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별 셋 주셨는데 글 톤은 불호쪽이라 느껴지고.. 불호 맞나요?.^^
아 코믹북 팬이시군요. 저는 그래도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각색 말이에요.)팀버튼의 배트맨 처럼요 이번에 이렇게 명확한 의도 하에 의도에 맞게 설계 된 작품이 나온 것을 보면호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