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2024) 범작. 스포일러 있음.
1. 사실 전도연때문에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 영화 같다.
전도연의 이 영화 연기는 밀양으로 칸느 여우주연상을 탄 그 연기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맞는 연기일까. 전도연은 다 알다시피 액션연기가 재앙인 수준이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다 합쳐서 한 3분 되려나 뭐 그 수준이다. 다 전도연 액션이다. 아마 전도연이 주연인 탓에 액션의 비중을 그정도로 있으나 마나 줄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영화가 액션영화의 탈을 쓴 예술영화인가? 그것은 또 아니다. 전도연이 돈 받겠다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는 영화다. 무슨 카프카의 성같은 영화는 아니다. 액션장면이 펑펑 쏟아져야 하는 액션영화다. 그러니 핀트가 잘 안 맞는다. 밀양같은 연기가 나오면 뭐하나? 안타깝다. 전도연의 연기가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다.
액션장면이 있으나 마나 수준이라면, 전도연이 벌이는 사람 대 사람의 추적전이라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전도연이 위험한 범죄조직을 돈 받겠다고 물고 늘어지는 그것이라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냥 느릿느릿 스릴과 서스펜스라고는 없다. 그렇다고 전도연의 연기가 스릴과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뢰한처럼 느와르톤의 건조하고 세련된 영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관객들에게 어필할 꺼리가 없다.
2. 리 마빈의 포인트블랭크 그리고 멜 깁슨의 페이백을 거의 카피한 부분들이 있다. 그냥 참조한 수준이 아니다.
"돈 없어? 그럼, 내게 돈을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 전화번호를 이 휴대폰에 찍어" "여기는 기업이야. 네게 돈을 주려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 할 것이 많아." "내 지갑 속에 돈 몇푼이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 이것은 포인트 블랭크에 나오는 대사들이다. 거기에서도 범죄조직을 "회사"라고 부른다. 비슷한 장면들도 보이고, 캐릭터들도 비슷하고.
3. 하지만, 이 영화는 중요한 점에서 포인트 블랭크와 다르다. 앤디와 그의 어머니는 이 영화에만 나오는 캐릭터다. 그리고, 이정재 캐릭터도 이 영화에만 나온다. 이정재 캐릭터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창욱의 앤디 캐릭터는 눈부시다. 전도연의 밀양연기와 지창욱의 화려한 지랄발광연기의 대비가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이다. 하지만, 모성애 장면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좀 뜬금없다고 느꼈다. 충분히 감동적이었을 수도 있는 장면인데, 미리 미리 차근차근 구축해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만 하면 포인트 블랭크에다가 독창적 주제와 캐릭터들을 잘 녹여 넣었다.
4. 승자는 임지연이다. 별 것 없는 캐릭터를 엄청 눈에 확 띄는 연기로 찬란하게 채색하였다. 갑자기 연기에 득도를 하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연기를 하던 염정아를 연상시킨다. 임지연이 그때의 염정아보다 더 젊지 않나? 앞으로 엄청난 활동이 기대된다.
5. 리 마빈의 포인트 블랭크는 돈을 받기로 한 주인공이 배신을 당하고 죽을 뻔하자, 돈을 받아내기 위해 조직을 휘젓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리볼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돈을 줄 사람을 찾아내려 하는 구조다.
하지만, 액션대신, 등장인물 모두가 마약을 1킬로는 먹은 듯 몽롱하고 나사 빠져 있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다. (원래는 평범한 액션물이던 것을 리 마빈의 주장으로 현재대로 고쳤다고 한다.)
멜 깁슨의 페이백은 포인트 블랭크를 액션영화로 만든 것이다. 주인공이 돈을 찾으러 조직 내 사람들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조직을 휘젓는 것은 똑같은데, 아주 명쾌하고 액션으로 가득차 있다.
이 주제에는 포인트 블랭크식 접근이 최선, 멜 깁슨의 페이백식 접근이 평범이라고 생각한다.
리볼버는 평범 이하 접근방법이다.
이 영화는 허무함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