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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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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였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2024년 8월 23일 개봉했습니다. 이제는 스트리밍이라는 말보다 개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네요. 짧은 시간에도 변화가 정착해 가는 흐름이 느껴집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고민시, 박지환, 류현경, 박찬열, 노윤서 등이 출연합니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고민시만으로도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거기에 연기의 신으로 불렸던 김윤석에 이정은이야말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연기의 포스를 지녔습니다. 가히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연기 아우라를 뿜어낼 드라마가 탄생할 거라는 예상을 가능케 합니다. 이 예상은 들어맞게 될까요? 저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 한국에서 범죄물(스릴러)의 위상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분야가 있는데, "장르"라고 말하면 폄하당하기 일쑤여서 분야라고 특정해 봅니다만, 대한민국 콘텐츠 분야에서 "범죄물"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면 즉 책이 발달하지 않고 곧바로 영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범죄물이라고 칭하면, 추리소설의 하위 분야로 오로지 범죄만을 우선하여 다루는 작품을 칭하기도 했습니다. 짐 톰슨의 <내 안의 살인마> 같은 작품을 대표적으로 범죄물이라 칭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를 지칭하는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과거로 말하면, 미스터리라는 단어로 칭했던 추리 분야가 시대와 발전을 거듭하며 2천년대 이후 '크라임노블'로 통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스릴러'의 시대로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이는 오히려 영상 쪽에 어울리는 단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출판 분야는 크라임노블로, 영상 분야 즉 영화나 드라마는 스릴러로 크게 통칭하기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이런 가운데에도 스릴러를 대표하는 나라 하나를 꼽으라면 미국일 겁니다. 그런데 두 나라를 꼽으라면 미국과 일본입니다. 그만큼 미국과 일본은 이를 소비하는 시장이 탄탄합니다. 

통상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경우 대략 3천 편 정도의 크라임노블이 창작이 되며 이들 중 상당수 원작이 곧바로 스릴러 시장으로 직행합니다. 대표적인 작가가 해리 보슈의 아버지이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창시자 마이클 코넬리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초판 얼마를 찍는지를 두고 다툽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요. 좋은 작가가 되려면 좋은 에이전트를 먼저 선임해야 한다고. 

일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은 작가가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해마다 자영업자 수입 순위를 살피는데 상위 50위 안에 상당한 작가들 중 추리소설가가 포진합니다. 좋게 말해 일본이 전통을 중시하고 단어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헤아리자면 여전히 추리소설가라는 단어가 조금은 후진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은 매년 8백 편 이상의 콘텐츠가 이들을 통해 창작이 됩니다. 순위를 가리고 상을 주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지요. 대표적인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요네자와 호노부 등입니다. 요즘은 에도 시대에 천착하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 역시 따뜻한 탐정물을 잘 써냅니다.  

이들 미국과 일본은 이러한 작가군을 통해 지면 콘텐츠를 먼저 창작하면 이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콘텐츠의 순환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은 특히 영화에서 범죄물의 창작이 두드러집니다. 약간의 협의로 스릴러라 칭할 수도 있겠으나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어쨌든 한국은 원작이 없는 즉 감독이나 시나리오 창작자가 직접 스탠드 얼론 시나리오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로 직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이 사례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이것이 또 매우 발달해 있다는 측면에서는 연구의 가치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순환 사례도 아닐뿐더러 대부분 감독이 창작자인 경우가 절반 이상에 해당하며 한 번의 소비로 끝나는 형태라 저 역시 계속해서 눈여겨보게 됩니다. 또한 제가 작가들을 분석하며 만들어낸 단어입니다만 "작가의 생애주기" 또는 "작가의 평생 창작 주기"에서 감독이 써낼 수 있는 "범죄물의 한계효용"이 평생 1편에서 3편 정도, 생애 주기 역시 3편을 창작 할 수 있는 작가(또는 감독)이 10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신진 작가(또는 감독)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경우입니다. 물론 이를 더 미시화해 분석해서, 3편 이상 범죄물을 감독해 온 분들을 살피면(대표적인 감독 우민호) "창작 주기"가 3년에서 4년 정도, 10명 이내라는 사실에 다다릅니다. 한국에서는 1% 정도에 수렴한다는 사실 역시 알게 합니다. 더불어 이들의 필모가 특정한 박스오피스에 도달하지 못하면 임계점을 맞고 맙니다.(이들 이름은 생략합니다)

다만 범죄물은 어떻게 포지셔닝을 잡는가에 따라 <날 보러 와요>처럼 제작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이며, <사라진 밤>, <자백>처럼 웰메이드 리메이크가 가능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끝까지 간다>와 <내가 살인범이다>처럼 판권을 팔 수 있는 분이야기도 하죠. 범죄물은 그만큼 오리지널 창작 여하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범죄물의 위상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문학에서는 언제나 순문학에 치이는 분야이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가볍게 치부되는 분야입니다. 아쉽지만, 현재는 인정하되 향후 재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판단합니다. 어쨌든 잘 만든 스릴러는 그만큼 대접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시리라 봅니다. 

 

 

넷플릭스라는 부유한 배

올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드라마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특이한 창작 세계를 그렸던, 아 이거 제가 혹평했군요, <닭강정>이 있었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있었고, 고민시 배우가 출연했던 <스위트홈 시즌3>가 있었습니다. <하이라키>가 개봉했고, <The 8 show>도 있었네요. 그리고 어제가 된, 8월 23일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개봉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적어도 업계에서는, 수익은 없을지언정 부유한 창작비는 보장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경험했던 바입니다만, 최근에 시나리오를 건네면 가장 먼저 되돌아오는 대답 중에 하나가 "넷플릭스 올라가나요?"라고 하죠. 그만큼 넷플릭스는 이제 "좋고도 나쁜" 기준이 되었습니다. 

공중파나 종편은 넷플릭스에 맞출 소위 "사이즈"가 안 되고, 다른 OTT는 넷플릭스에 비하자면 그 파급력이라는 게 높지 않습니다. 단순하게만 비교해도 올해 디즈니 플러스에서 개봉했던 한국 드라마는 익스트림무비에서만 해도 미미한 정도의 언급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놀라지 않을 텐데요, 넷플릭스에 대본이 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돈"입니다. 특정 드라마의 제작비가 400억이다, 모 배우의 회당 출연료가 10억이다, 같은 루머는 돌고 돌아 사실로 밝혀지고 있죠. 

물론 오늘자 기사 하나를 분석하면, 약간 갸웃거리게도 만듭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경우, 넷플릭스 내에서 콘텐츠 점유율이 3%인데 투자 금액이 1%라는 기사였죠. 그렇다면 결과가 이러하니 넷플릭스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에 투자를 더 늘여 3%를 투입해야 한다는 걸까요? 

어쨌든 부유한 배는, 분명하게 부작용을 만들어냈습니다. 올해 개봉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가 각자의 분야가 중첩되기는 하나 대부분 범죄물에 발 하나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관객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분석해 보면, 하나의 귀결에 도달합니다. 범죄물의 공식에서 비켜갔다!

 

 

범죄물의 공식은?

그렇다면 범죄물의 공식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권선징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과정이 빠져 있습니다. 그게 가장 핵심이며 이를 잘 만들수록 범죄물의 핵심이 되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논리적인 해결 과정"입니다. 이는 하드보일드에서도 빠지지 않는 핵심이었고, 현대 크라임 노블에서도 절대 놓치지 않고 있는 정신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제가 선생님이라 칭했던 번역가 협회 교수님들이 하드보일드를 단순히 "비장미"라고만 소개하며, 한국에서는 상당히 하드보일드를 오인해서 판단하고는 했습니다. 대실 해밋의 작품도 또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도 해결을 경찰에게 맡기지 않고 사적 재제에 가까운 해결을 가하지만, 그 과정에는 분명한 정합정 즉 논리성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적인 과정이 잘 만들어질수록 정합정이 다듬어지고 정교해지며 이후에 만들어지는 반전 역시 쾌감이 배가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현대에 다다르며 범죄물은 이 정합성과 더불어 "스릴"을 강조하는 형태로 바뀌어 갑니다. 즉 논리에 더해 감정의 흉폭 역시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현대의 정답이 등장하지요. 논리적인 귀결에 감정의 흉폭까지 잘 아우르면 그것은 걸작 범죄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캐릭터 한 명을 잘 창조해내도 그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기능하며 범죄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스케일을 키우면 <다빈치 코드> 같은 팩션이 나오기도 하고, 캐릭터를 잘 만들면 <해리 보슈>시리즈나 <잭 리처>시리즈가 나타나죠. 물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팬더개스트 같은 특이한 원작도 나오기 마련이고요. 문체를 강조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7년의 밤> 같은 쫀쫀한 작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몽크>나 <형사 콜롬보> 같은 도서 추리 형태의 작품 역시 미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두 가지 타임라인으로 전개합니다. 보통 두 가지 타임라인으로 전개하는 드라마는, 이 라인이 합치하는 지점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 플롯의 분화를 택합니다. 그에 반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드라마 전체를 살펴도 이 타임라인의 분화가 어떤 의미를 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창작자가 그렇게 썼기 때문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나. 특히 일본에서 발달한 서술 트릭에서 상이한 타임라인은 그 반전을 통해 주는 충격의 배가가 어마어마합니다. 츠지무라 미즈키, 아야츠지 유키토, 그 외 작가들의 여러 소설에서 타임라인을 통한 서술 트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이라도 참고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니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시그널> 정도만이라도 참고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쨌든 이 타임라인의 분할은 허무하게 소비되고 말았더랍니다. 

타임라인의 분할을 통해 드라마는 자연스레 플롯이 분할합니다. 과거 특정 모텔을 통한 플롯과 현재의 펜션을 통한 플롯입니다. 여기에서 지향철로 대표할 연쇄살인마와 유성아로 대표할 연쇄살인마의 플롯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 연쇄살인마를 통해 이들에게 묶이고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연쇄살인마의 잘못된 설계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잘 만든 연쇄살인마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떠돌았던 것으로 압니다. 물론 전문가 집단이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보았는지 그 모 집단의 표본 영화가 얼마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합니다만, 답은 <아메리칸 싸이코>였습니다. 되돌아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향철은 유영철을, 유성아는 드라마를 보면 연상할 수 있는데 고유정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유영철을 조금 소개하면, 아마도 이제는 여러 곳에서 소개되었지 않았을까 싶은데(아닐 수도 있어요), 택시를 타고 토막낸 부분을 야산에 버리고, 담았던 검은 봉지를 회수해 갈 정도로 치밀했습니다. 즉 욱하는 기운에 취해 함부로 살인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드라마 속 지향철은, 오히려 연쇄살인마 정남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즘은 분류하지 않는 방법입니다만 이 둘을 대표적으로 정형적 살인마, 비형적 살인마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냥 죽인다, 로. 물론 유성아로 표현된 살인마의 모습은 비교적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체계적이던 살인마가 종막에 다다라 기분에 욱해 자랑하는 등 쾌락형 살인마로 변모한 것은 너무나 유성아가 상반되게 그려진 부분이라 작가님이 그렇게 깊이 있게 캐릭터를 천착하지 않았을 거라는 짐작도 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해 보면, 결국 연쇄살인마가 잘못된 설계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하는 결과에 다다릅니다. 잘못된 설계는 결국 난망한 창작으로 귀결하지 않을까, 라는 짐작을 가능케 하지요. 

 

 

1-6부, 7-8부의 전혀 다른 얼굴!

보통 드라마를 본다면, 어디서 어디를 분류하고, 어디서 어디를 추천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8화까지인 드라마입니다. 만약 이 드라마가 1화가 재미있으면 추천인가, 8화가 재미있으면 추천인가, 그런데 나머지 화가 재미없다면 추천이 아닌가! 반대로 1화 빼고 다 재미있고 8화만 빼고 다 재미있다면 추천을 말아야 하는가, 추천을 해야 하는가 같은. 참 난감합니다. 

정말 직관적으로 말합니다. 1-6화, 정말 느리고 재미 없습니다. 잘못된 캐릭터 설계와 엉뚱하다 싶은 타임라인의 분화, 거기에 넷플릭스라서 가능할지 모를 굳이 필요하지 않을 씬들의 삽입 등이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를 완연하게 흐려 놓습니다. 만약 1에서 6화까지만을 두고 이 드라마를 추천하라고 하면, 비추천입니다. 

그런데! 7화와 8화라는 액기스가 남았더군요. 정확히는 7화와 8화 중반까지이겠네요. 드라마의 종반부, 네, 이건 볼 만합니다. 종국에 다다라 대치하는 이들이 물고 물리며 싸우는 대목이라, 논리적인 귀결을 떠나 "스릴"을 어느 한도까지는 맛보게끔 합니다. 

여기에 더해야 하는 하나가, 바로 타임라인으로만 말하기 어려운 드라마의 시간대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특정한 장면장면의 시간대는 매우 상이한 경우가 다분합니다. 보기에 따라 피카레스크식 구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화 내에서도 다른 시간대가 등장합니다. 이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덤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그러지 않아도 집중도를 높이기 어려울 텐데 그 안에서 더욱 시간대를 흔들어 놓았으니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까. 이는 저 역시도 궁금합니다. 

소제목으로 되돌아 옵니다. 그래서 1-6화와, 7-8화의 전혀 다른 얼굴을 두고, "만약 누군가 제게 드라마 어때?" 라고 물으면 추천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6부까지는 참고 봐, 라고 말해야 할까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는 굳!

앞서 배우를 소개하며 연기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하는 것은 결국 "연기"였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처럼 아무도 없는 숲속은 등장하지도 않지만, 그러한 음산한 숲속에서 무언가 벌어질 것 같았던 기분이 배신당했구나 하는 허한 마음을 완전히 만회해 준 게 바로 연기였습니다. 김윤석 배우님, 사실 이곳에서도 제가 몇 번은 더 기대할 게 없는 배우님 중 한 분이라는 글을 적었던 게 기억납니다. 역시 배우는, 연기로 답하는 게 맞는가 봅니다. 연기 잘하셨습니다. 고민시 배우님, 대세가 왜 대세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했어요. 두 배우님의 연기가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쉽다면 윤계상 배우님의 연기는 잘못된 플롯의 설계로 인해 박지환 배우님과 함께 날아가고 만 느낌이예요. 타자화되었다고 해야겠지요. 이정은 배우님은, 하윤경 배우님과 함께 상당히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하셨더랬죠. 오랜만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인데 그것마저도 잘 소화해낸 느낌이셨답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총평

연기 신들의 총집합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느린 전개에 불필요한 장면의 삽입이 많아 좋은 드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특히 현대의 범죄물이라고 하면, "서스펜스"의 시대가 허물어졌음을 말하듯이 특정인들의 내면을 그리는 즉 과거의 복기나 불필요한 삽입을 줄이는 대신 행동 즉 액션이 앞으로 나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에 반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상당히 많은 삽입 장면을 통해 전개를 멈춥니다. 말하자면 공포 장르에서나 썼을 선택을 한 것인데 이게 어떻게 먹힐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저는 앞서 언급했던 "부유한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한 장면들 아닐까 싶었습니다. 

두 타임라인은 합치하는 데에서 실패했고, 과거의 타임라인이 현재에 끼치려는 시도는 무모해 보였습니다. 그러하기에 결론에 이른 특정한 상황과 마지막에 다다른 선택이 좋다기보다는 소위 "억지춘향" 아니었던가!

그에 반해 드라마로 하기 힘든 시도는 있었습니다. 바로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그들의 상황에 대한 알림입니다. 인문학이나 철학에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만, 추리에서는 사건의 해결로 인해 범죄자와 해결자는 남지만 피해자는 뒤로 밀리는 타자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수한 창작자들이 노력했지만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플롯에 붙이기가 여간만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상이한 타임라인의 끝에 이 피해자의 구제가 붙었습니다. 이것만큼은 저는 크게 손뼉쳐드리고 싶습니다. 거의 모두 하지 않는 시도이기에!

물론 이렇게 내린 결과와 다르게 튀거나 낮잡아 보이는 연기 없이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중에 <운수 오진 날>이 생각났더랍니다. 이 드라마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전반부는 잘 만든 범죄물이었거든요. 후반부는 좀 평범해지기는 했습니다만. 여기에 이정은 배우님이 떠올라 연기 신은 연기 신이구나, 싶은 생각이 스쳤더랍니다. 

 

 

더 많은 범죄물(크라임노블 또는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한낱 범죄물이 왜, 또 범죄물을 왜, 하실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문학이나 사회 유기체론 등을 통해 분석해도 사회에서 범죄로 인해 구성원에게 타격이 가해지거나 급작스레 사라지는 것은 특정한 기반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이를 논리적으로 살피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사건이며 사회의 미래를 위한 지향점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폐기된 사례이기는 하나 한 때, 범죄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죄목 별로 분류하고, 발생지 별로 분류해 특정 시간에 경찰이나 경찰에 준하는 공무원이 대기하는 사안이 연구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범죄 통계를 통해 영등포구 **동에 *월*일*시에 비슷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그 시간 정도에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그 일대에서 사건을 미리 예방하자는 안이었습니다. 

역시 현재는 폐기된 사안이기는 합니다만, 살인 범죄자를 없애기 위해 특정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지를 연구하기도 했지요. 인권과 도덕에 막혀 이 연구는 '60년대에 폐기됩니다. 

범죄는 사회의 바로미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감추기 급급합니다만 성범죄 피해자는 2명 중 1명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또한 나머지 1명 중 대략 80퍼센트 정도 또한 트라우마로 정상 생활이 불가합니다. 계속해서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나쁘다는 사실을 노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피해자가 그만큼 고통당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일벌백계도 필요합니다. 

어불성설 같습니다만, 또 농담 같습니다만, 범죄물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은 뒤집어 사회와 국가의 안정이 그만큼 뒤따라야 범죄물에 대한 발전 역시 가능하다는 역설이 아닐까 합니다. 나아가 이제는 범죄물을 통해, 단순히 범죄를 다루기보다 피해자의 고통까지 아우르는 진일보한 드라마가 나타났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범죄물이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크라임 노블" 관련 창작자가 나타나기도 해야 하고요. 선순환, 다 알지만 쉽게 되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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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타임라인이 있군요 그래서 좀 난해했던거군요 1~6까지 전개 느리고 그렇다면 안보길 잘했네여
08:03
24.08.24.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무비디렉터
네, 타임라인이 상이한데 이 역시 뒤로 가면 분화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의미가 딱히 있지 않아서 왜 그랬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꼬아놓은?!?!
09:51
24.08.24.
profile image 2등
더 압축됐으면 좋았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08:33
24.08.24.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7, 8화를 생각하면 초반 전개가 너무 아쉬웠어요. 전혀 다른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었답니다.
09:52
24.08.24.
profile image
일단 출판물로 시작해 영상화로 가는 미, 일과달리 우리나라는 영상화에서 바로 범죄물이 창작딘다고 지적해주신거 인상깊네요. 일단 글로 쓰여진 것 중에서 옥석을 한번 가리는 단계가 사라진 것, 우리나라 특유의 감독이 각본을 같이 쓰는 문화 때문에 각본의 전문가성, 문학성이 무시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장르 전체를 아우르고, 최근 트렌드를 파악할수 있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10:57
24.08.24.
profile image
시간대가 다른 건 눈치챘는데 문제는 그런 연출보다 고구마 같은 캐릭터들을 주요 시놉에 배치해서 전개해 나가는 전형적인 한국 스릴러를 답보했다는 점.
15:56
24.08.24.
profile image

5화에서 너무 몰입이 깨져서 멈췄는데 후반을 보기 위해서 봐야겠네요. 어차피 허구인 영화에서 개연성 따지는게 말이 안 되지만 스릴러인데 집중이 떨어질만큼 멀리 가는 느낌이라 멈췄네요 ㅎㅎ

22:55
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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