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풀>의 기괴한 가면 디자인한 리차드 라포스트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최신작, 클론이 대신 자신의 죄를 속죄하게 하는 스릴러 <인피니티 풀>에서 극 중 인상적인 ‘가면’을 디자인한 리처드 라포스트(호러 영화 <프랑켄슈타인스 아미>(2013)를 연출하기도 했다)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당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작품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꿈의 콜라보다!”라고 생각했다. 이 제안이 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라포스트: 친구와 함께 UFO를 보기 위해 캠핑을 하던 어느 멋진 날 밤, 브랜든의 프로듀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는 브랜든의 열렬한 팬이고, 특히 <포제서>를 좋아한다. 예전에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를 도울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참고로 UFO는 보지 못했다.
- 예전 인터뷰에서 ‘영향을 받은 영화’에 대해 물었을 때, 브랜든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작품을 가장 먼저 꼽았다. 혹시 그 점이 이번 협업에 특별한 영향을 주었는가?
라포스트: 나는 브랜든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있고, 그의 아버지와 비교한 적이 없다. 물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브랜든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아버지와는 상관없이 브랜든 그 자신이 진정한 예술가이다.
- ‘클론에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이상한 법이 있는 리조트를 배경으로 한 <인피니티 풀> 스토리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라포스트: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 여행자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치와 과소비가 만연해 있는 것 같아서 실망스럽다. 클론이라는 개념은 대량 생산과 단순한 복사본으로서 우리의 존재와 매우 흡사하여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예언적인 개념은 현재 우리의 행동까지 확장되어 더 이상 인류의 쇠퇴를 피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주제이다.
-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은 당신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가면 디자인에 대한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미지를 구상했나?
라포스트: 하하하. 덕분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든 방향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의 취향을 알게 되면서 그의 섬세하고 복잡한 마음을 깊이 파고들게 되었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탐구하는 이 과정이 내 작업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그을린 얼굴 옆에 섬세한 꽃을 배치’하는 콘셉트가 떠올랐고, 이것이 중요한 이미지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도전적인 작업이었지만 그 과정은 짜릿했고, 방향성이 명확해지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그을린 얼굴과 싸구려 꽃 장식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그 얼굴들을 기형적인 절단 그림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통일감을 주기 위해 모든 가면을 서로 비슷하게 만들어 통일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이 작업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머니 마우스’ 가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히 가면 등장 장면은 어땠나?
라포스트: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카메라 앵글의 오프닝부터 단숨에 매료되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촬영감독 카림 후세인의 솜씨도 훌륭했고, 내가 작업한 가면들이 인상적으로 화면에 등장해 소름이 돋았다. 특히 여행 장면에서 사용된 방식은 정말 섬뜩할 정도였다.
- 당신의 어둡고 아름다운 예술을 정말 좋아한다. 영화 외에 영향을 받은 것이나 당신의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있나?
라포스트: 감사하다! 내 창작의 어두운 면에 영향을 준 것은 인생에서 극복하기 어려웠던 과거의 경험들이다. 예술을 만드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표현의 한 형태로서 도움이 되었다.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나의 두려움을 ‘최악의 시나리오(Worst Case Scenario)’(2008)라는 단편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데이비드 린치, 미술에서는 살바도르 달리가 영감의 원천이다. 나 역시 스스로를 초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 또 직접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 있는가?
라포스트: 현재 <모비우스>라는 SF 영화를 작업 중이고, 이미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브랜든이 공동 제작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가스라이팅을 주제로 해로운 인간관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드러내는 영화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SF 영화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초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영화이다. 나의 이전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여러분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한다.
(출처: 일본 호러 통신)
영화 속에서 본 것 중 가장 혐오스러운 가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