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고 (해석/스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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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의 관람이고 개인의 해석이며 창작자의 의도와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1.
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시작점이기도한 음악일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시바시 에이코의 협업 제안으로 시작된 ‘음악x영상’프로젝트니까요.
3분 가량으로 울창한 숲을 올려다 보는 장면으로 막을 여는데 여기에 웅장한 음악이 깔려서 지루하기는커녕 괜스레 의미심장하고 알 수 없는 긴장감까지 깔립니다.
이후의 연출도 줄곧 일상적인 소재, 비전문배우의 출연, 가시적 촬영에 음악이 강하게 깔려 이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지속됩니다.
2.
글램핑장 조성 설명회 장면이나 글램핑장 조성 직원의 원격 회의 장면에 긴 시간 투자을 투자하는데요. 그러한 영화의 주요한 사건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영화의 핵심을 굉장히 또렷이하고 핵심에서 결코 멀어지지 않는 지구력을 지녔습니다.
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원없이 차량 씬을 찍었던 하마구치 류스케가 이번엔 또 어떻게 찍었는지 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모큐멘터리로 봐도 무색할 연출과 각본이 다수이지만 데이팅 어플 알림이나 장작을 패보고 기분 좋아하는 남직원 등 유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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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크게 시골 마을의 내부인과 외부인이 있고 둘 사이에 마찰이 있는데, 전반부에 내부인의 일상을 굉장히 면밀히 소개하고 갈등을 통과한 후 후반부에 외부인이 내부인의 일상을 체험하여 이해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반복과 차이를 만든 오묘한 대구법의 구성으로 연출되어 홍상수 감독이 연상되기도 하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전작들이 연상되며 흥미를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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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엔딩을 앞두고 딸이 실종되면서 일순간 심각한 무드가 급격히 조성되어 굉장히 불안감을 안기다 못해 충격적인 결말을 도출해내서 영화의 톤앤매너가 순식간에 반전됩니다.
다 보고 제목까지 연관지어 봤을 때 도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천지는 어질지 않으며 만물을 추구(짚으로 만든 개)로 여긴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연 당사자도 아닌 두 극단의 인간들이 자연을 높고 벌이는 입장 차에 대한 설왕설래와 은유적 복수극이랄까요. 사실 자연은 선도 악도, 동의도 반대도, 어떠한 입장도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니까요.
단번에 영화의 호흡을 뒤바꾸어 텍스트와 핵심의 폐부를 찔러 몹시 경탄하는 순간을 자아내며 막을 내립니다.
5.
또한 영화에서 사슴은 자연으로 동일시되며 결국 주인공의 딸과 동일시되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아버지로서 행한 복수나 자연에 대한 대변인으로서 행한 복수 또한 외부인들과 방법론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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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비전문가 배우들로 좋은 작품을 찍는군요.
자연주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애니메이션에서 사슴신이 나왔던 게 생각 나네요.
일본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