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엉뚱하고 역겹지만 재미있는 영화 - 슬리더
슬리더 - slither (2006)
엉뚱하고 역겹지만 재미있는 영화
<슬리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컬트가 된 SF 호러 코미디 영화입니다. 코미디라곤 해도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호러 장르이고, 잔혹하며 징글징글하고 역겨운 비주얼을 도무지 봐줄 수가 없다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에만 맞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슬리더>의 감독은 제임스 건입니다. 네 맞아요. 생각하신 그 감독이 맞습니다. 제임스 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스타 감독이 되었고, 지금은 DC 슈퍼 히어로를 이끄는 수장이 되었죠. 제임스 건은 연출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다재다능한 감독이죠. 사실 제임스 건을 <가오갤> 시리즈의 감독으로만 기억된다면 <슬리더>는 많이 섭섭할 겁니다. 이 영화는 제임스 건의 B급 취향이 완벽하게 반영된, 그의 비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익숙한 상황으로 시작됩니다. 평온한 시골 마을의 한적한 숲에 외계로부터 운석 하나가 뚝 떨어집니다. 마침 아내와의 성적 트러블로 바에서 만난 마을 여자와 근처에 있던 그랜트는 운석에서 나온 괴상한 생명체에 호기심을 느끼며, 툭툭 건드리다 공격을 당합니다. 그로부터 그랜트는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엄청난 식욕을 느끼며 인간 사냥에 나섭니다.
SF 호러 장르에서 익숙한 소재이죠. <슬리더>는 1950년대에 유행한 외계인의 지구 침공 이야기를 가져다 잔혹한 비주얼과 코믹 터치를 버무려 만든 영화입니다. 도입부는 1958년에 만들어진 <블롭>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합니다. 그 후 시골 마을 주민들이 신체를 점령당하고 변해가는 상황은 <블롭>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열외인간> <나이트 크리프스>와 같은 영화들의 영향이죠. 제임스 건은 호러 영화의 열광적인 팬이기도 해서 <슬리더>를 통해서 그 애정을 과시합니다. 특히 트로마사와 인연이 깊어서인지 <톡식 어벤져>의 장면이 TV에 나오기도 하고, 트로마사의 수장인 로이드 카우프먼이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슬리더>는 B급 정서로 똘똘 뭉친 영화입니다. 제임스 건은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서 뇌를 장악하는 과정을 노골적인 성적 표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촉수의 활약처럼 보일 정도죠. 그리고 <슬리더>는 거리낌 없는 폭력 묘사로 눈길을 끌죠. 외계 생명체는 CG로 구현했지만 수작업 특수 분장과 어우러지며 많은 볼거리들을 쏟아 냅니다. 신체 절단과 내장 파티 등 잔혹 수위도 높지만, 헛간 장면의 경우 혐오스럽게 변형된 몸의 시각적인 효과 장면이 뿜어대는 긴장과 코믹함이 넘치는 장면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머 역시 효과적입니다.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과 주요 사건들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며 재미를 주는데, 도입부의 거대한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는 장면부터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슬리더>는 징글징글한 B급 영화 특유의 감성과 재미, 볼거리로 가득 채워져 있어, 지금은 거물로 성장한 제임스 건의 패기 넘치는 연출과 이야기 구성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슬리더>는 2006년에 나온 호러 영화들 가운데, <익스텐션>으로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 알렉산더 아야의 <언덕이 보고 있다> 리메이크와 함께 2006년 호러 베스트의 한 편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1. 외계 생명체에게 감염이 된 소녀의 경우,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소녀의 죽음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공격이 성적인 묘사에 가까워서 제임스 건은 그 장면을 뺐다고 하는군요.
2. 도입부 장면에서 마을의 모습을 보여줄 때, "R.J. 맥크리디의 장례식장"을 볼 수 있습니다. R.J. 맥크리디는 괴물(1982)에서 커트 러셀이 연기한 캐릭터이죠. 커트 러셀은 11년 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2017)에서 제임스 건과 함께 작업하게 됩니다.
3. 카일리가 욕조에서 공격을 받는 장면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열외인간>과 <나이트메어>의 장면을 참고한 것입니다.
4. 제임스 건은 학교 교사 중 한 명으로 카메오로 잠깐 등장합니다. 그리고 당시 제임스 건의 아내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마을 주민의 한 명으로 참여했습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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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감사합니다.
으으... 궁금하지만 선뜻 보기 망설여지는 작품이군요.
비하인드 얘기는 언제나 재밌네요ㅎㅎㅎ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