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나가야마 에이타 인터뷰
──고레에다 감독님과 나가야마 에이타 씨는 의외로 이번이 첫 만남이네요. 지금까지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고레에다: 광기나 폭력성, 부서지기 쉬운 것을 품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에이타 씨보다 나이가 아래인 배우들은 좀 더 탈색된 느낌의 사람이 많아서, 이런 매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요. 그래서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사카모토 유지 씨의 각본이라는 것도 있지만, 상당히 각본의 이해력이 높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읽은 것을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통해 배역에 녹여내는 과정이 정확해요. 목소리를 포함해서 몸의 컨트롤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나가야마: 감사합니다. 저는 배우를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봐 왔는데, <원더풀 라이프>(1998)나 <아무도 모른다>(2004)를 보고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에 의해 일본 영화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건방진 것 같고, 언젠가 나도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이번에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배우를 하길 정말 잘했구나, 역시 배우를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하지만 제 이성의 어딘가에서 ‘너, 이 정도에 만족하지 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부분도 있어요.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도, 대본을 읽었을 때도, 의상 합을 맞출 때 고레에다 감독님이 “<그래도, 살아간다>(※나가야마가 출연한 사카모토 유지 각본의 드라마)의 그 장면 말인데...”라고 말을 건네주셨을 때도(웃음), 정말 행복했어요.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도 그렇고, 칸 초청이 결정되었을 때도 그렇고요(※편집자 주: 칸 영화제 직전인 5월 초 인터뷰).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나가야마: 촬영하는 동안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가 스와호 근처의 같은 숙소에 머물렀어요. 감독님 방은 제 옆방이었고요.
고레에다: 촬영은 봄과 여름으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그 사이에 대부분 모두 도쿄로 돌아가지 않고 촬영지에 머물렀어요. 아이들도 모두 그곳에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목욕을 마치고 로비로 내려와서 소파에서 둘이서 놀고, 옆에서 스태프들이 회의를 하고, 저는 안쪽에서 편집을 하고...그런 것도 일체감으로 이어졌어요.
──에이타 씨가 발탁된 것은 사카모토 유지 작품에서의 연기가 인상 깊었기 때문인가요?
고레에다: 물론 그것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롱 플롯(※각본을 쓰기 전에 ‘쇼트 플롯'<줄거리의 개요와 같은 것>에서 출발하여 몇 단계에 걸쳐 ‘플롯’을 발전시킨다. ‘롱 플롯’에 배경 정보와 구체적인 에피소드 등을 추가하여 플롯의 완성형인 ‘풀 플롯’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각본이 완성된다. 언급한 과정은 일반적인 과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과정의 일부가 생략되거나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단계에서는 호리 선생의 역할이 좀 더 흐릿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2018년 12월에 합류했는데, 당시 사카모토 씨와 프로듀서인 카와무라 겐지 씨, 야마다 켄지 씨가 롱 플롯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였어요. 이 배역을 누가 하면 흥미로울까 하는 고민 끝에 제가 에이타 씨의 이름을 거론했더니, 사카모토 씨가 ‘에이타라면 기꺼이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카모토 씨에게 에이타 씨는 특별한 배우이고, 여러 곳에서 자주 말씀을 꺼내기도 했어요. 아마 함께 자라왔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역이 만들어졌어요.
사카모토 유지 씨의 각본 속 에이타 씨는 또 독특한 느낌이 있죠. <그래도, 살아간다>나 <최고의 이혼>(※나가야마가 출연한 사카모토 유지 각본의 드라마)에서도 어떤 내향성이나 폐쇄성을 가진 아주 현대적인 남성상을 아주 섬세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에이타 씨에게도 사카모토 유지 씨의 각본은 특별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번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연출로 연기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나가야마: 네, 무엇보다 재밌는 건 원테이크로 촬영한 후 고레에다 감독님이 “다른 버전도 해볼까요?”라고 물으시면 ‘좋아, 바로 이거야!’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통의 현장에서는 ‘컷’ 후에 ‘한 번 더 갑시다’라는 말을 들으면 ‘뭐가 문제였을까’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고레에다 감독님의 연출은 ‘한 번 더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요. ‘이번에는 목소리 크기나 학생과의 거리를 조금 바꿔볼까’하고 재시도를 할 수 있는 거죠. 저뿐만 아니라 사쿠라 씨(※무기노 사오리 역)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20년 정도 배우를 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에요. 반대로 한 번에 오케이가 나오면 ‘아, 뭐지’라고 생각하게 되요(웃음).
고레에다: 여기서 끝나면 아깝다는 생각에 ‘한 번 더’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더 잘하고 싶다거나 그런 욕심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찍으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 좋은 각본으로, 이런 출연진으로, 이런 촬영, 이런 미술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었어요.
힘든 장면을 찍을 때도 즐거웠어요. 예를 들어, 호리 선생이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릴지 어떻게 할지 하는 장면...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호리 선생이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 그러자 카메라가 쓱 움직이면서 호리 선생이 프레임 아웃되고 호수만 남는다. 그 한 컷은 원테이크 오케이였어요. 아주 좋은 타이밍에 카메라가 움직이고, 에이타 씨의 표정도 멋있어서 ‘아, 정말 좋은 장면인데 한 번에 오케이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좋은 장면인데 말이죠(웃음).
──촬영은 <어느 가족>(2018)에 이어 콘도 류토 씨가 맡았네요.
고레에다: 콘도 씨는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눈과 한 장면 한 장면의 구성 밸런스가 아주 좋아요. 이번에 시네마스코프로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도 콘도 씨죠. 등장인물들은 부분 부분만 보이기 때문에 각 시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의도였어요. 또 시점에 따라 색의 톤도 바꾸고, 아이들 시점에서는 아이들에 맞춰 카메라도 움직이고 싶다고 제안해 주셨어요. 이런 설계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각본은 여러 시점으로 그려지는데, 시점이 바뀌면 에이타 씨가 연기하는 호리 선생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나가야먀: 의식적으로 연기 구분을 하지는 않았어요. 각본에 ‘몇 월 몇 일’이라고 날짜가 적혀있는데, 그걸 다른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호리의 시간 순서를 정리해 나갔어요. 나머지는 그대로, 관객 여러분에게 어떻게 보일지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연기한 것 같아요.
코레에다: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재미를 살리면서 일관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했어요. 만약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재촬영하려고 했어요. 편집할 때 촬영한 것을 각 시점별로 나눠서 편집했는데, 막판까지 고군분투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이 연기가 너무 과해서 일관성이 없으니 좀 더 절제된 버전으로 한 번 더 찍자는 식의 재촬영은 없었어요.
나가야마:네, 없었어요.
고레에다: 정말 훌륭했어요.
──사카모토 유지 씨 특유의 웃기는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요. 안도 사쿠라 씨가 연기하는 미나토 어머니에게 교장과 호리를 포함한 여러 선생님들이 사과하는 장면 등,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웃겼습니다.
고레에다: 그렇죠. 아주 진지한 장면 바로 옆에 아주 우스꽝스러운 대사나 묘사가 있어요. 필사적인 어머니 앞에서 사탕을 먹는 장면이라든지...뭐, 이건 호리가 연인의 조언을 따랐을 뿐이지만요. 그런 공존 방식이 우선 재미있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어떤 우스꽝스러움 등에 제대로 뿌리를 두고 있는 거죠.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이 담긴 각본이라고 생각해요.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찍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나가야마: 이번에 고레에다 감독님이 봐주신 것이 저한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어요. <최고의 이혼> 등도 그랬지만, 읽어서 재미있는 부분은 연기로 재미를 표현하지 않아요. 대사가 이미 재미있기 때문에 연기로 어떻게 할 필요가 없거든요. 대사만 들어가면 출연진과 환경을 느끼는 것에만 집중해요. 이번 작품으로 말하면, 학생은 나와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가. 이 말을 누구에게, 얼마나 큰 소리로 말하는가.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을 주고 있는가 등이죠.
이번에 고레에다 감독님은 제가 하는 것을 지켜봐 주시고, 제가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주시는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거의 잡념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출처: 일본 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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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제일 불쌍했던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