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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감상평] 바비 _ 지긋지긋한 고정적인 역할에서 탈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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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일개 개인의 감상평이고 개인의 사상과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여 주시길 바라며 글을 씁니다. 쌈박질 싫어하고 특히나 그 쌈박질의 주제가 사상과 관련된 점이라면 더더욱 싫습니다.]

 

최근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평에서 언급되었던  혐오에 기반을 둔 파시즘적 페미니즘 사상에 대한 찬사와 같은 영화라는 감상문 때문에 제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선뜻 보기가 꺼려졌지만 모름지기 영화는 내가 감상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므로 오늘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다행이도 제 시각에서는 우려와는 달리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여자 인형의 대표명사격인 바비인 만큼 주체 자체는 여자의 삶과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모습 등에 집중되어 있으나 영화의 중요한 장면에 나오는 주요 대사에서 여자라는 주어 대신 남자라는 주어를 넣어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정 사상에 대한 집중이나 쏠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리어 제가 영화를 다 보고 느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 지긋지긋한 남자니 여자니 하는 고정적인 역할에서 탈피해 보자라는 것 같았고요.

 

특히 저는 영화의 슬로건 중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라는 부분 보다 '켄은 그냥 켄'이라는 슬로건에 더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켄(라이언 고슬링을 비롯한 모든 켄)의 이야기는 남자들이 약간 모자란 바보처럼 묘사되기는 했어도 꽤 큰 시사점을 가진다고 봅니다. 미국 내에서의 사회적 문제로 자주 대두되는 것 중 하나는 남성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되려 남성들에게 부담감을 준다는 점입니다. 남성성에 대한 무게는 남자를 궁지로 몰아 넣을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위시되는 대표적인 서구 사회에서는 남자는 마초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에 토로하지 못하여 결국 자살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인데요. 이 점을 영화에서는 켄이 바비랜드에 가부장주의를 뿌리며 남성성을 강조하며 득세하는 듯 하였으나 결국에는 그 부담감을 못이겨 스스로 무너지고 난 후에 자신이 원하는 켄이 된 모습으로 잘 치환했다 보입니다. 즉, 사회로부터 받는 여성성에 대한 부담감 못지 않게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 또한 수면위에서 논의를 해야 할 문제이고 영화에서는 이를 함축하여 '켄(=바비의 남자친구로 대비되는 남성에 대한 고정적인 역할을 벗어나)은 그냥 켄(= 나라는 주체성을 찾은 켄이 되어라)'이라는 함축적이면서도 중의적인 슬로건을 사용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엿장수 맘대로인 해석이긴 하지만 바비는 모든것이 될 수 있어라는 슬로건도 결국 위와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봅니다. 여기서 모든것이 의미하는 것은 여자들이 마냥 남자들이 하는 모든것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자는 남자보다 우월하다라는 일종의 우월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냥 스스로의 고정적인 성역할을 탈피해 너의 정체성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그를 뒷받침 하듯 영화의 전체 흐름은 주인공인 '전형적인 바비 인형'인 바비가 결국 본인의 창조주를 만나 어떠한 거창한 인물이나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대한 것이 되기 보다는 그저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찾고 영화가 끝났다는 점이죠. 또한, 엄마 케릭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케릭터도 자신이 받는 여성과 엄마라는 고정적인 역할 때문에 힘들고 나도 나로서 살아보고 싶다고 토로하는 모습도 바비의 정체성 찾는 과정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바바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란 슬로건은 여성 역시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강조되는 여성 역할을 벗어나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라는 의미를 함축한 슬로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주제는 성적인 고정적인 역할로 그만 좀 치고박고 싸우고 이러한 역할에서부터 서로 자유로워지고 나 스스로에 집중하자라는 영화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서구문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광적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집착증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는 듯한 기분도 들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영화 보기 전 내 걱정은 기우였구나 싶었고 되려 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여러 요소에서 영화는 참 골때리게 웃기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첫 연출에서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패러디 한 부분은 고전 영화 팬들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길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근육질의 까메오가 나와서 빵 터졌고, 특히 마고로비의 바비가 '난 더이상 예쁘지 않은거 같다' 라는 대사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그 누군가의 무서운 독백은 뻘하게 웃겼어요. 이 부분은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해 보셔도 실망하지 않을겁니다.

 

결론적으로 바비는 오락영화로도 괜찮았으며 영화가 의미하는 메세지를 각자가 적절히 해석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잘 만든 영화라 생각이 듭니다. 뭐 이런 감상 집어 치우고 이런거 저런거 생각하기 귀찮으면 그냥 마고로비 얼굴 보러 가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마치 호텔 델루나에서 아이유 패션쇼 구경하듯 마고로비를 아는 사람이라면 마고로비 패션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감을 줄 영화라 생각이 듭니다. 

회계
7 Lv. 4698/5760P

주말 조조 영화

입장 전에 진한 콜드브루 한잔 들고가서

홀짝홀짝 마시며 영화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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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로비 역할에 정말 잘 어울렸는데...
아무래도 임팩트 있는 장면은 라이언 고슬링이 다 가져간 거 같아요.^^
14:10
23.07.19.
저도 공감해요 괜찮은 코미디 영환데
대사가 너무 친절했던 점이 아쉽네요 ㅋㅋ
17:11
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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