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 그는 ‘늑대의 집’을 만들고 싶었다.
'The Film Stage'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 분석글인데 (제 생각에😅)보기 전에 이해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혹시 민감하신 분은 피해주세요.
아리 애스터의 최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인데, 이 영화에 영향을 준 영화 13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이 리스트를 보면 그가 시네필 계열의 감독임을 알 수 있다.
1. 새 (1963년,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2. 가까이서 본 기차 (1966년, 감독: 이리 멘젤)
3.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2003년, 감독: 가이 매딘)
4. 스텀프 더 게서 (2020년, 감독: 갈렌 존슨, 에반 존슨, 가이 매딘)
5. 영혼의 사랑 (1991년, 감독: 앨버트 브룩스)
6. 죽음의 발명품 (1958년, 감독: 카렐 제만)
7. 쟈니 기타 (1954년, 감독: 니컬러스 레이)
8. 천국으로 가는 계단 (1946년, 감독: 에메릭 프레스버거, 마이클 파월)
9. 플레이타임 (1967년, 감독: 자크 타티)
10. 하류 (1997년, 감독: 차이밍량)
11. 웨이크 인 프라이트 (1971년, 감독: 테드 코체프)
12. 늑대의 집 (2018년, 감독: 호아킨 코시냐, 크리스토발 레온)
13. 더 본즈 (2021년, 감독: 호아킨 코시냐, 크리스토발 레온)
특히 가이 매딘 감독과 레온&코시냐 감독에 대해 상당히 특별한데, 그는 영화학교에 다닐 때 가이 마딘에게 매료되었다. 가이 매딘은 마치 지옥의 밑바닥에서 발굴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성영화 같은 섬뜩함을 가진 작품을 많이 만든 감독이다. 아리 애스터가 17살 때 두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는데, 그의 짝퉁같은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링컨 필름 센터에서 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스텀프 더 게서’. ‘나의 위니펙’ 등 3편을 기획 상영했다. 가이 매딘 감독은 존 워터스가 추천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 ‘CULT MTL’의 인터뷰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 이야기보다 가이 매딘 이야기에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면 한 인물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겁쟁이는 무릎 꿇는다’의 연출이 인용되고, 극장에서 관객을 바라볼 때의 분위기는 ‘스텀프 더 게서’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는 칠레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늑대의 집’을 보고 레온과 코시냐에게 반해 먼저 러브콜을 보냈고, 그들의 단편영화 ‘더 본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애니메이션 파트를 이 콤비에게 의뢰했다. 실제로 보면 애니메이션 파트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늑대의 집’과 같은 연출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옆방 진동으로 인한 삐걱거림, 물에 의한 침식(이는 ‘하류’의 색채도 가미되어 있다), 불가능한 시공간 이동을 매끄럽게 끌어내는 연출 등이 곳곳에 숨어 있다.
보는 정신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으며, 밤이 되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메모가 발견된다. 불면증인지, 악몽이 녹아내린 듯한 낮이 그를 덮친다. 약을 먹으려 해도 물이 없다. 밖은 고담시처럼 범죄가 만연해 있고, 20m 정도 떨어진 편의점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했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 해도 돈이 없다. 뒤를 돌아보니 거리에 있던 수상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으로 침입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고, 아버지의 기일에 어머니를 만나러 가려고 해도 전혀 만날 수 없다.
제임스 조이스는 오디세우스를 더블린의 하루로 미분한 ‘율리시즈’를 썼다. 가이 매딘은 ‘율리시즈’를 집 안의 이야기로 더 미분한 영화 ‘키홀(2011년)’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파악한다면, ‘키홀’을 적분하여 f(x)=x^2+C의 형태로 만든 것 같은 작품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깔린 것은 신의 분노를 사서 추방된 자가 귀환하기까지의 장엄한 여정이다. 보에게 어머니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런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그는 여신의 물건을 소중히 간직한 채 연이어 나타나는 악몽과 대면하며 어머니를 찾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무대장치이다.
초반에 보는 집에 위험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계한다. 하지만 밖에서는 불쾌한 목소리가 들리고, 창문을 통해 혐오스러운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저항도 허무하게 뚫리고 만다. 집은 바로 그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을 것이다. 외부와의 연결에 두려움을 느끼는 그의 심리가 은둔형 외톨이 묘사에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부와 대화해야 한다. 그는 전화를 통해 대화를 시도하지만 거절당하고 외로움이 커져만 간다.
한 사건을 계기로 밖으로 내던져진 그는 타인과 대화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부조리가 앞을 가로막으며 혼란을 야기한다. 그리고 로버트 알트만의 ‘환상 속의 사랑(1972년)’처럼 실제 현실과 악몽이 불러일으킨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기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레온&코시냐가 담당한 애니메이션 파트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셀 애니메이션이나 3D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은 실제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물리적인 동작을 구현함으로써 만들어내는 독특한 허구성일 것이다.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응용해 호아킨 피닉스를 포함한 배우들은 매끄럽게 움직이면서 그 뒤에서 애니메이션이 전개된다. 로토스코핑인 줄 알았는데, 실사 동작에 애니메이션을 덧입힌 움직임이 융합된다. 허와 실이 모호해진 세계의 연출로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아리 애스터 감독이 반한 것만큼은 확실하며, ‘더 본즈’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최근 A24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펄’ 등 최근 A24 영화(배급만 하는 작품도 포함)는 연출을 위한 연출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작품에 공들인 정성이나 비주얼은 인상적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다. 문제는 그 정성에 비해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결말이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전형적인 오디세우스 작품이지만, 사랑의 갈망을 테크니컬한 연출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테크니컬한 연출로 밀어붙여 매력적인 작품은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나 A24라면 ‘고스트 스토리(2018년)’, ‘클라이맥스(2018년)’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경우,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모두 정신병으로 설명할 수 있는 데다, 친절하게도 ‘약’, ‘간병’이라는 형태로 설명해버렸다. ‘환상 속의 사랑’보다 더 나쁜 의미에서 과도해 보이고, ‘이레이저 헤드(1977년)’ 나 ‘인랜드 엠파이어(2007년)’- 아니 여기서는 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에 비유해야 할 것 같다 -처럼 불안을 추상화하여 매혹적인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연출 자체는 재미있는 부분도 많지만, 문제작이고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작품이다.
추천인 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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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집, 빨간 망토...뭐 그런 느낌인가요? 여튼. 나중에 보는 걸로!!!
요 스톱모션 애니인데 예고편만 봐도 상당히 독특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