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리뷰] 킬링 로맨스 - 타조가 날자 영화가 산으로 갔음

전 이원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남자사용설명서'를 좋아합니다.
개봉 당시에도 굉장히 인상깊게 봤었고
이후에도 간간히 다시 찾아보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후속작인 '상의원'은 매우 실망스러웠죠
조선을 배경으로 '의상'에 관련된 인물들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감독은 마치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킬링 로맨스'의 예고편을 얼마 전 접한 순간,
확인도 하기 전에 이원석 감독 신작이구나 알아보겠더군요.
자신이 잘 하는 분야의 장편으로 돌아오는 건가 일말의 기대가 있었어요.
물론 지나칠 만큼 과잉된 예고편의 이미지 덕분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예고라는 게 원래 가장 어그로 끌릴 부분만 모아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온 첫 일감은...
'병맛의 시대는 한참 지나버렸고 전작과 달리 감독이 키치한 척을 하고 있다'였습니다.
'킬링 로맨스'는 시작부터 이것이 하나의 우화인 척을 합니다.
현실과 비슷한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못박아두고 가는 거죠.
웨스 앤더슨도 생각나고 뮤지컬도 제법 끼어들고 2천년대 병맛 코드들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설득력도 흡입력도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요....
'남자사용설명서'를 재밌게 봤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형식적 미술적인 키치함과 한국식 코미디의 절묘한 균형이었습니다.
귀귀나 이말년의 웹툰을 한 바가지 퍼부은 실험영화 같은 거죠.
오정세의 연기가 돋보이는 명장면들은 심지어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다들 알고있는 밈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잤지? 잤니? 잤네.. 잤어.. 자찌?!)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은 사이사이 코미디를 시도합니다.
심지어 오정세 배우가 우정출연하여 잠깐이지만 '핫'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빵 터질 준비가 되어있는 저같은 관객마저 피식 헛바람만 내쉬게 하는 수준에 그쳐요.
키치함 가득한 B급 코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박영규가 등장하던 비디오 테입 장면들 얼마나 인상적이었습니까?
그걸 이번에도 반복하는데 그때 느낌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그 사이 감독이 풍파에 시달리며 나이가 들어버린 탓인지
아니면 외부 입김에 굴복한 탓인지.. 아무튼 자기를 복제하여 흉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좋닸던 점을 꼽으라면 전 음악이었습니다.
뮤지컬 장면들에 쓰이는 곡 상당수는 창작곡인 거 같은데
달파란이 주도했을 음악들은 대부분 좋습니다.
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 아니 여래이즘이 주요 테마로 반복되는데
행복은 너무 자주 사용되는 것에 비해 인상이 희미한 반면
비/정지훈이 직접 가창해줬다는 여래이즘은 훨씬 좋았습니다.
이 두 곡이 연달아 등장하는 후반부의 특정장면은
닥스2의 음표대결과 견줄만 한.... 흠흠...
아무튼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고 좋은 평을 하기 힘들었네요.
보통의 관객은 특유의 코드가 가지는 낯섦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고
이런 식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부족하게 느낄 것 같아요.
어느 쪽도 잡지 못하고 매우 극소수의 관객에게 어필한 듯하네요
황여래가 나중에 찍었다는 뮤지컬 영화의 관객석 반응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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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정말 영화 전체를 요약한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