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재밌게 봤습니다.

자연재해의 위협을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며 사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고, 일본인들에게 트라우마가 된 특정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100% 몰입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감독의 전작 <날씨의 아이>보다는 스토리가 단순명쾌한 편이고 스즈메라는 여고생 캐릭터의 여정에 집중돼 있어서 충분히 즐길 만큼 감정이입이 가능했어요.

일본 각지를 떠돌며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막는 청년에게 한눈에 반해서 그 일에 휘말린 스즈메가 일본을 횡단하며 여러 장소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로드무비인데 한컷 한컷 정지시켜 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때때로 박진감 있는 액션 연출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영상면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계속 발전하고 있네요.

다만 전성기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선곡과 설정들이 눈에 띄네요. 오마주인지 몰라도 그 지브리 애니메이션만큼의 독창성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일본 오타쿠 취향 애니메이션들의 전형적인 시추에이션이나 대사가 자주 나온다든지 등이요. 

어쨌든 이번 영화로 '재난 3부작'의 마무리는 잘 지은 것 같으니 다음 작품은 신카이 마코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용산 아이맥스로 봤는데 그 큰 화면에서도 영상이 안 깨지고 시종 작화가 이쁘더군요. 사운드 짱짱하고요. 용아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