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거 실화냐? 극장판의 실체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얼른 리뷰 남겨봅니다!!
농구팬 아니어도 재밌다
저는 농구 룰 제대로 모르고 NBA이나 KBL을 보지 않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아래 챕터 어딘가에 따로 서술하겠지만 엄청 뜨겁게 세 번을 울었습니다. 슬램덩크가 제대로 보여주는 뜨거움(젊음, 패기, 열정 등)은 정말 대박입니다. 가장 뜨거운 나이에 가장 뜨거운 열정을 발산하는 모습들. 그리고 이게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아서 정말 재밌습니다. 직전 실제 월드컵 결승 경기인 '아르헨티나 vs 프랑스'처럼 투지와 박진감 넘치는 모습들, 메시가 드디어 마지막 스토리를 마치는 장면 등을 떠올리시면 그게 바로 슬램덩크입니다. 저 결승 경기 또한 축구에 관심 없는 분들이라도 재밌게 볼 수 있었을테니까요.
찐팬 아니어도 재밌다
보는 내내 '찐팬 아니어도 격하게 감동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슬램덩크 세대는 맞지만 매니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드래곤볼 매니아였어요. 근데 엔딩크레딧 흐를 때는 '내가 이렇게 슬램덩크를 사랑했었나?', '아니면 이 극장판 영화가 대박이었나?' 헷갈릴 정도로 재밌게 봤습니다.
경기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들 움직임을 구현할 때 모션캡쳐 기술을 썼다네요. 굉장히 사실적이고 속도감 있습니다. 실제 스포츠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박진감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게다가 원작 보지 않아도 산왕전에서의 라이벌 구도('정우성 vs 서태웅', '신현철 vs 채치수' 등)가 선명하기에 여기서 얻는 긴장감도 엄청납니다.
코트와 신발의 마찰음, 공이 코트에 닿을 때의 소리 등 폴리사운드도 대박이고 사운드트랙도 확실히 한 몫 했습니다.
경기 외적인 송태섭의 성장 이야기도 저는 좋았습니다.
원작 안본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다만 '서태웅을 향한 강백호의 태도', '안 감독을 포함한 전체 캐릭터들의 전후 사정' 같은 것들은 원작 안 본 분이라면 의아하거나 미세하게 놓치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찐팬에겐 두말할 것 없이 대박이다
산왕전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했습니다. 그것도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구현율이 체감상 90% 이상입니다. 만화책이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작화. 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변한 게 없습니다.
경기와 주인공 서사의 연결이 조금은 허술한 느낌은 받았습니다.
원작상 메인 캐릭터는 강백호와 서태웅이고, 실제 산왕전 MVP는 강백호 또는 정대만인데다, 산왕전에서 송태섭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송태섭인 부분은 조금은 아쉽게 보여질 여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경기 중간중간에 계속 과거 이야기들이 나오니 경기에 대한 몰입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히려 좋아' 정도입니다. 송태섭은 애초에 원작에서 북산 스타팅 멤버 중 가장 분량이 적었던 캐릭터입니다. 이제야 빈 서사를 채우게 되어 드디어 조명을 받게 된 거죠. 기존의 슬램덩크 이야기는 보존된 채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된 것입니다. 여기서 얻게 되는 신선함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2시간 내내 경기만 보여지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교차해 주니 경기에 더 긴장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 내용도 좋았구요.
마지막 매듭, 주인공이 된 송태섭의 이야기
경기 중에 송태섭이 과거 회상을 하는 설정이라기보다는 연출상 보여주는 플래시백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 산왕전에서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진 못하고 있어서 괜히 플래시백들이 루즈해지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원작에 없던 이야기라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특히 형에 대한 그리움, 형에게 느껴온 질투,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미움, 그리고 그 여러 감정과 극복해나가는 상황들이 '가족애'를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또한 '농구'가 중심을 잡아주었구요. 저는 송태섭의 가족사와 성장 과정이 너무 슬퍼서 완전 이입했고, 세 번 정도 진하게 뚝뚝 눈물을 흘렸네요. 눈물이 뜨겁더라구요.
물론 송태섭의 이야기만 나온 건 아닙니다. 주인공인 만큼 다섯 명 중 가장 많이 서사가 부여된 것이죠. 중간에 짧지만 밀도 있게 정대만 이야기도 나오는데, 다 아는 내용인데도 엄청나게 정대만의 심정에 이입하게 되더라구요.
선택과 집중
극장판은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로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오로지 경기 상황과 경기 속 캐릭터들에게만 집중합니다. 이는 찐팬인 사람과 아닌 사람들 둘 다 잡기 위한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명대사와 수많은 캐릭터들이 생략됐지만 이 또한 '오히려 좋아'입니다.
예를 들면 산왕전 보러 온 변덕규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 그리고 원작 최고의 명대사. 산왕전 때 강백호가 채소연에게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라고 고백하는 이 명대사, 이런 장면들.
어쩔 수 없지만 극장판에서는 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정해져있는 영화 특성상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상황들이 표현되면 영화 전체가 흔들릴 것입니다.
투지 만땅,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원작도 마찬가지지만 강백호가 보이는 '중꺾마' 투지는 엄청 대단하면서 동시에 실제 스포츠 선수들이 우리에게 자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다쳐도 계속 경기 뛰려는 모습이나 교체 지시 받았을 때 표정 찡그리는 모습 등. 경기 이기는 데만 집중하고 싶은 그 '중꺾마'를 강백호와 북산 멤버들을 통해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가장 뜨거운 나이에 가장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는 광경. 이건 꼭 봐야 합니다.
(기타)
- 상양전, 해남전, 능남전 다 개별적으로 영화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김수겸, 이정환&천호장, 윤대협&변덕규를 극장에서 만나보고 싶습니다.
- '팀워크'를 가장 잘 살린 예술작이 아닐까?
- '땀'을 가장 간지나게 표현한 예술작이 아닐까?
- 월드컵에서 언더독 팀을 응원하는 기분과 북산을 응원하는 기분.
- 역시 강백호가 찐 주인공
- 왼손은 거들 뿐!
- 쿠키 영상. 짧았지만 제대로 떡밥 회수. 태섭의 가족이 드디어 준섭의 죽음을 받아들이다.
- 새해 시작부터 인생작을 만나다.
힙합팬
추천인 15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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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 일본 만화 전성기를 거쳐온 팬들에겐 큰 선물이었어요.
원작을 봤다는 전제하에 큰 감동을 받았던거 같아요
원작안본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음 ㅠ
마지막 명장면은 산왕전 결과를 모르는 사람에게 훨씬 더 큰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모양이더라고요. 같이 본 사람이 원작을 모르고 봐서(정확하게는 지는 줄 알고 있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합니다. 결과를 알고 봤으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슬램덩크가 각각의 캐릭터의 서사가 좋으나
어디까지나 강백호 위주의 드라마틱한 만화가 강해서 어쩔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유튭이나 커뮤글에서 안본 입장서 봤을때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았다고도 했고요
그 오이형나오는 셜록 영드 극장판 나왔을때 본 사람에겐 큰 선물이었고 안본 사람에겐
별로였다고 하더군요 극장판이란게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최근 원피스도 그렇구요
유튭이나 커뮤라면 반대로 원작을 모르고 봤는데 감동했다 즐거웠다는 간증글도 차고 넘치죠. 님이 아니라고 하신 것을 아니라고 부정하는 이들도 많겠죠.
그냥 사람마다의 호불호에 가까워 보입니다
원작 안 본 친구도 팬이 되었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