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속 의문점들에 대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답변
와이어드 사이트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불러다 진행한 Q & A 영상입니다.
일본어 자막을 가지고 번역해봤어요.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SF 서포트 시간입니다. 그럼 첫 질문을 살펴볼까요?
Q: 왜 SF는 가장 비관적인 장르인가요? 제트팩으로 하늘을 날아다녀도 독재를 못 이기는 거로 나오잖아요.
사회제도를 비관하는 SF가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종말론적인 성질은 그 시대에 대한 비판에서 유래되는데, 현대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을 수 없죠.
Q: SF 영화에 꼭 등장하는 트랙터 빔은 대체 뭐죠?
제 작품에는 아직 안 나왔죠. 트랙터 빔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물체를 끌어당기는 가공의 기술이에요. 실제로는 없지만 말입니다. “플럭스 피닝(Flux pinning)” 효과 이야기를 해보죠. 두 개의 초전도체가 강력한 자기장에 있을 때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가 발생해요. 그걸 통해 초전도체를 움직일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근거리 버전 트랙터 빔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구의 토니” 좋은 닉네임이군요.
Q: 인공지능은 좋지 않게 끝날 텐데. 기술자들은 <터미네이터>도 안 보나?
봤을 테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죠. 군 관계자들은 스카이넷 같은 걸 가능한 한 빨리 만들고 싶어 하죠. <터미네이터>가 만들어진 1984년 당시에는 살인 드론은 완전한 픽션이었어요. 인공지능에게 살인할 수 있는 권한을 언제 줄 것인지가 다음 단계죠. 사람들은 윤리적인 논의를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도덕의식을 높인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범용 인공지능의 개발이 나쁜 생각일지라도, 다른 나라가 한다면 군은 개발을 정당화할 거예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범용 인공지능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해요. 늦어도 50년 이내에, 빠르면 10년 이내에 실현된다고 하죠. 그렇게 되면 인간의 존재의의가 크게 바뀔 거예요. 빌어먹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웃음) 인류는 망했어요.
Q: 왜 모든 SF물에서 안드로이드는 인간스럽게 나오는 거죠?
거꾸로 말하자면 원래부터 인간스러운 안드로이드는 인간화되지 않죠. 우리는 “인간스러운 기계”를 계속 추구해왔어요. 로봇 공학의 미래에 관해 불안감을 갖고 대처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거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그려왔어요. 즉, 그 핵심에 있는 건 서로 믿지 못하는 인류의 역사인 거죠.
Q: 20세기 중반의 SF 인기가 21세기 로봇 개발에 대한 집착을 낳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죠?
아주 지적인 질문이군요. 로봇을 다룬 20세기 SF 작품들 덕분에, 로봇이 있는 사회를 상상하기 수월해졌어요. 우리는 지금 그것이 실현되길 고대하고 있죠. 기술의 진보는 여러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아요. 이미 SF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Q: SF에 묘사됐던 태블릿과 로봇, 드론은 실현됐죠. 에이리언도 나타날까요?
SF가 재밌는 건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 있는 한편, 그러지 못한 것도 있다는 거예요. 에이리언에 관해 말하자면... 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괴물 얘기라면, 그 에이리언과 마주치려면 우주에 나갈 필요가 있어요. 인류와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적대적 생물체 이야기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갈 수 있는 곳은 목성까지일 거예요. 유인 우주비행의 진보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 그래서 이른바 에이리언과 만날 위험성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생길 것 같진 않네요. 그리고 흥미롭게도 지구 밖에 생물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요. 모두가 그 증거를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Q: 왜 SF 영화는 아카데미상을 못 타는 거죠?
제 말이요! 의상과 특수 분장 분야에선 매년 최고죠. 영화 팬이었던 시절에 깨달았어요. 개인적으로 당시 궁극의 SF 영화라고 생각했던 <스타워즈>가 <애니 홀>에게 져서 아카데미상을 못 탔어요. 깜찍한 로맨스 스토리에게 말이죠. “대체 뭔 짓거리냐?”라고 생각했어요. SF는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풍조가 있어요. “진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좋은 드라마를 보여주는 SF도 있어요. 개념적으로 중요하고 사회적 메시지도 있고 캐릭터가 훌륭한 작품 말이죠. 하지만 아카데미상에서는 간과 당하고 주요 부문이 아닌 기술상을 타는 데 그치고 말죠. 그린 스크린 앞에선 인간 드라마를 못 찍는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인공적인 거예요. 녹화하는 거니까요. 대본을 바탕으로 연기하고 여러 테이크를 찍고 편집하는 거라서 본질적으론 인공물인 거죠. 인공물의 밑바탕에 있는 진실이 관객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SF에서도 가능한 것인데 간과 당해요.
Q: 시간여행은 말도 안 돼요. <터미네이터>의 카일 리스가 어떻게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거죠?
“할아버지 역설”이라는 게 있죠.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만나기 전의 할아버지를 죽이면, 나는 존재하지 않고 타임머신도 만들어지지 못하죠. 할아버지를 죽이지 말아야만 내가 존재하니까 말이죠. 그렇게 무한한 재귀적 인과 루프를 해결한 SF 작가는 없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자들도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시간여행을 그리는 거고 “닥쳐라”가 제 대답입니다. 그래도 엄밀하게 해석하고 싶다면... 가상의 미래가 여럿 존재하고, 각각의 미래가 모두 펼쳐지고 있는 거죠. 그중 하나가 성공했을 때 나머지 다른 미래는 거기에 사람들이 살아 있더라도 그냥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오덕스러운 이야기를 재밌게 즐겨주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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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