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 리뉴얼 후기
이번에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의 플래그십 상영관 수퍼플렉스G가 리뉴얼되었죠.
원래부터 아쉬운 점이 많이 있던 상영관이지만 저는 이 곳을 참 좋아했어요.
아이맥스가 프리미엄 상영관의 상징인 시대지만, 시네마스코프 비율로도 좋은 상영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튼 여기서 탑건:매버릭 본 후기 갑니다.
어째서인지 G가 없어지고 그냥 수퍼플렉스가 되었어요. 왜일까요...
기존의 로고는 없어지고 요상하게 생긴 구조물이 반깁니다. 무엇을 상징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가 영화를 본 자리입니다. F29, F30입니다. 좌석도 한 번 보고 가시죠.
공개된 좌석도가 없는 것 같아서, 예매 페이지에서 제일 빈 좌석 수가 많은 것을 캡쳐했습니다.
수퍼플렉스G 자주 다니셨던 분들이라면 대번에 눈치채실 수 있으실텐데, 좌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628석이었는데 이젠 295석입니다.
원래 좌석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거예요. 마치 옛날 단성사(...)마냥 시뻘건 융 시트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굉장히 갑갑한 배치였죠. 이번 공사에서는 좌석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대신 각 좌석에 배당하는 공간을 늘려서 편안함을 추구하려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가격도 뛰었죠.
A열은 빈백입니다. Bean Bag이요. 맨 앞줄이다보니 사실상 거의 발라당 누운 자세로 영화를 봐야 하고, 리클라이너를 들이기에는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했겠죠? 앉아보니 착석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내내 앉아있어도 좋을지는 의문이지만요. 이 좌석이 주말 가격 15,000원입니다. 제일 낮은 등급의 좌석부터 이미 가격이 만만치 않죠.
B열은 소파 베드입니다. 누워보니 스프링이 잘 갖춰진 침대는 아니고, 그냥 접객실에 갖다놓는 가죽의자 느낌입니다. 부드럽게 꺼지기는 하는데 탄성력에 의문이 많이 듭니다. 이거 한 달만 지나도 푹 꺼질 것 같은데 잘 관리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2인씩 붙어서 눕는 걸 전제로 한 디자인이고, 한 사람당 18,000원입니다.
C열부터는 리클라이너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리클라이너는 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소위 프라임 존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좀 더 좋은 리클라이너(스위트)가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는 전부 일반 리클라이너(스탠다드)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중앙에 황갈색으로 보이는 의자들이 일반 리클라이너라고 보시면 됩니다. 착석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리클라이너를 한계까지 눕히면 앞자리 머리쪽에 발이 간당간당 닿습니다...; 아무튼 여기도 18,000원입니다.
아까 제가 영화를 본 자리라고 말씀드렸던 스위트 리클라이너 좌석입니다. 22,000원입니다. 이곳 역시 둘씩 앉아서 관람하는 것을 전제하여 격벽이 쳐져 있고, 스탠다드 리클라이너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고 편안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자 자체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고, 다리를 받쳐주는 느낌도 좋습니다. 의자 둘 사이에는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고, 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 패드도 있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배터리가 10% 수준이었는데,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얹어두었더니 영화 보고 나서 100%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의자가 편안했나 했더니, 공식 판매몰에 뜨는 가격이 500만원이 넘습니다(...). 과감하게 투자한 점을 높이 사고 싶네요.
이 자리에 가산점을 주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의자가 자체적으로 약간 '회전'한다는 겁니다.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고수하는 수퍼플렉스 월드타워점의 특성상 중앙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고개를 많이 돌려서 영화를 보게 되는데, 의자를 아예 조금 돌려서 스크린 중앙과 몸의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잘 보시면 리클라이너의 팔 부분과 격벽이 평행이 아니라 서로 각을 이루면서 붙어있죠. 제가 오른쪽 블록에 앉게 되는 바람에 의자를 왼쪽으로 돌렸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굉장히 많은 걸 만들어냅니다. 당장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만 해도 러닝 타임이 3시간이 넘는데, 3시간 동안 고개를 돌리고 영화를 보는 것과 일자로 누워서 보는 것은 많이 다르겠죠.
하지만 역시나 우리를 나쁜 쪽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롯데시네마. 엄청나게 치명적인 설계 오류가 있습니다. 이것은 뒤에서 자세히...
영화가 종료된 후 찍은 사진들입니다.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도입했다고 하기에 스피커 배열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코엑스 돌비 시네마에는 현재 73개의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고, 서라운드 스피커가 48개, 나머지는 음량 보강을 위한 우퍼 등입니다.
리뉴얼된 수퍼플렉스에도 마찬가지로 대단히 많은 스피커가 박혀 있습니다. 하나씩 세다가 포기했는데 아무튼 많습니다. 홍보 자료에 따르면 전문 사운드 엔지니어의 검수까지 거쳤다고 하죠. 실제로 영화 관람 내내 오브젝트 사운드가 잘 구현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줄글입니다.
일단 수퍼플렉스G의 최대 단점이었던 스크린이 개선되었습니다. 수퍼플렉스G는 개관 당시 월드 레코드 기록에만 신경을 써서 그런지 33m짜리 엄청난 크기의 스크린을 그냥 평면으로 배치하는 엄청난 패착을 저질렀죠. 관객들의 경험에도 매우 좋지 않은 경험을 주었고, 상영관 자체의 평점도 무지하게 깎아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리뉴얼되면서 스크린에 곡률을 주었고(스크린 커브), 약간의 틸트도 먹여놓았네요. 덕분에 약간 오른쪽에서 관람했는데도 몰입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영사기도 4K를 지원합니다. (이 부분은 직원에게 확인받았습니다) 리뉴얼 전에도 스펙상 4K였긴 한데 제 경우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관람했을 때 묘하게 초점이 흐릿했었거든요. 이 부분이 잘 개선되었는지 상에 흐릿함이 전혀 없습니다. 과하게 쨍하지도 않고요. 보정값을 잘 잡아낸 것 같습니다.
사운드도 만족스럽습니다. 탑건:매버릭 자체가 사운드 디자인이 잘 된 영화였기도 하지만, 돌비 애트모스가 자랑하는 오브젝트 기반의 사운드 이동이 매우 뚜렷합니다. 전투기가 비행하는 위치에 따라 좌우앞뒤로 소리가 자유자재로 움직입니다. 전투기가 이륙할 때는 소리가 어찌나 웅장한지 서혜부부터 명치까지 진동이 느껴집니다.
다만 음량 설정을 약간 과하게 해놓아서 처음에 귀가 좀 아픕니다. 이건 요새 대형 상영관들은 다 갖고 있는 문제 같아요. 용아맥도 똑같죠.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격벽입니다.
아까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렸듯 스위트 리클라이너 좌석은 2인씩 짝을 지어 커플 관람을 하는 것을 전제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자리에 앉듯 반드시 몸 왼쪽, 또는 오른쪽에 격벽이 존재하게 되는데요. 이게 사운드 경험을 진짜 나빠지게 합니다. 제 경우에는 몸 왼쪽에 격벽이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왼쪽에서 오는 소리들이 막혀서 소리가 전부 영화관 오른쪽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이 혼선을 주었습니다. 격벽에서 벗어나서 몸을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였더니 소리가 정상으로 들렸어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설계 오류입니다.
유명한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자문도 받았다는데 그분들이 이것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 같지는 않고, 리뉴얼 도중 의자 세팅이 안 된 환경에서 엔지니어들이 세팅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는 장애물이 없으니 소리가 다 정상적으로 들렸겠죠. 그런데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실무진들이 아늑한 공간 디자인이랍시고 격벽을 놓은 것... 으로 추정되네요.
담당자 분들 혹시 이 글 보신다면 유리격벽 빨리 치우세요;;
제가 여기저기 앉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좌석을 추천해드리자면 현재로서는 E열 가운데 블록입니다. 좌석도 한 번 다시 보실게요.
리클라이너가 배치된 양상을 통해 상식 수준에서 추론하자면 G열 가운데가 명당이겠죠.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좌석들이 모두 '리클라이너'로 되어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두셔야 합니다. 리뉴얼된 수퍼플렉스는 영화를 누워서 관람하도록 설계된 곳입니다. 때문에 시선이 일반적인 상영관보다 윗쪽으로 향하게 되고, 자연히 통상적인 명당보다 약간 아래가 더 편안해집니다. 다른 분께서 쓰신 후기에 목이 아팠다는 표현을 보았는데, 리클라이너에 온전히 기대지 않으시고 목을 자꾸 세우려고 하셨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아예 눕는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아래가 좋죠.
그런 면에서 스탠다드 리클라이너 좌석의 단차와 간격도 좀 아쉽습니다. 아니 누워서 보라고 디자인해놨길래 누웠는데, 끝까지 누우면 발이 앞 사람 머리에 닿게 된다니까요. 제 키가 178이니 그렇게 큰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아무리 커브를 넣었다지만 시네마스코프는 시네마스코프입니다. 제 경우 F30 좌석에 앉아서 영화를 보았는데도 스크린이 많이 기울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몰입에 지장은 없었지만... 자연히 가운데 블록의 메리트가 상승하게 되죠. 3D 영화라면 더할 거고요.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G와 F는 격벽 때문에 사운드 경험이 꽝입니다. 롯데시네마 측에서 격벽을 치운다면 그 때는 G, F열 가운데가 제일 명당으로 변하게 되겠습니다만... 현재는 아닙니다.
다음 번에 이 곳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면 아마 E열 가운데 블록을 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F 사이드보다 E 사이드 블록이 더 나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거리와 각도를 가늠해서 잘 판단하셔야 해요.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별로인 점이 많아도 참 좋아했던 상영관이 리뉴얼되서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 특유의 중구난방 설계 때문에 이번에도 2% 부족한 상영관이 되어버린 게 좀 아쉽네요.
<아바타: 물의 길>...
저라면 가운데 블록 예매 실패하면 안 갑니다. ㅎㅎ
추천인 3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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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꼼꼼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ㅠ
이전에는 정말 아쉬움 가득해서 두번인가 가고 발걸음도 안했는데
이번엔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F열 정중앙에서 봤는데...
진짜 다 좋은데 바로 옆 벽 때문에 신경쓰여서 어휴.....
꼼꼼한 후기 잘 봤습니다!!
덕분에 좌석 선정할 때 도움이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름 신경은 많이 쓴 것 같은데 뭔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듯해서 아쉬운 곳이네요;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당
기본적인 부분이 문제가 있군요. 속히 시정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