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아저씨 선정, 인상깊었던 영화제 GV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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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로저 코먼의 밤'. 로저 코먼
-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GV가 아니죠. 로저 코먼의 작품으로 이뤄진 심야상영에 앞서 로저 코먼이 직접 무대인사를 한 건데요. 딱히 관객과 질의응답은 하지 않고 그냥 인사만 하고 간거죠.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죽기 전에 로저 코먼을 다시 뵐 날이 있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로저 코먼 옹을 10위에 올려봤습니다.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밀리언 달러 호텔'. 빔 벤더스
- 앞선 순위와 같은 맥락인데요. 빔 벤더스 옹께서도 국내에 자주 안 오시는 거장이죠. 예 그래요 내가 언제 죽기 전에 빔 벤더스를 또 뵐 날이 있을까 싶었어요. 이때는 한참 열정적으로 GV에 임할때라 뭐라 질문을 한 것 같은데 딱히 기억은 안 나네요. 아무튼...다시 뵙기 힘든 거장이시죠.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리벤지, 미친 사랑이야기'. 아오이 소라
- 냉정하게 말해서... 살다살다 AV배우를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었죠. 뭔가 대단히 묘한 기분일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라 그런지 그냥 여배우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상당히 예쁜 여배우였죠. 그날 저는 일하러 간거라 앞에서 사진만 수백장 찍어댔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GV 중에 한 덕후가 일어나서 하는 말이 "저....중학교때부터 팬이었어요!"....뭐라고?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나카 리이사
- 끝내주는 저패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실사판이죠. 애니메이션보다는 못했지만 대단히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주인공 나카 리이사에 대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영화가 끝나고 나카 리이사가 뙇 등장하는데...저 괴랄한 드레스와 헤어스타일은 뭔가 싶었죠. 다른 거 없어요. 그 충격적인 코스튬이 잊혀지지 않아 순위에 올렸네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앙코르와트'. 박상훈
-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그 흔적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 GV가 특히 기억에 남는건 이때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러 다녔었는데 GV때 여자친구가 질문을 했거든요. 근데..솔직히 좀 민망했었죠. 그 친구가 막 이유없이 사람 죽이는 영화를 싫어하는 편이라(근데 이 영화 본인이 고른 걸로 기억함. 이런 영화인줄 몰랐다며...). 아무튼 그 여러 상황들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 GV입니다.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총알발레'. 츠카모토 신야
- '철남'의 츠카모토 신야를 처음 만난 GV였는데요. 이 양반 대단히 유쾌한 분입니다. 당시 부산 부영극장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입장하자마자 디카를 꺼내더니 관객들을 냅다 찍는거에요. 인사도 안 하고... 관객들은 어리둥절 하다가 냅다 사진을 찍어대니 에라 모르겠다며 브이를 막 하고 그렇게 신야와 사진을 찍었죠. 아마 츠카모토 신야가 그때 사진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면, 그 사진에는 제 얼굴도 있을 겁니다. 그 후로 '6월의 뱀'이나 '노비' 등 영화 GV때 몇 번 뵀었는데, 여전히 유쾌한 분이세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다리오 아르젠토
- 영화제들 통틀어서 마스터클래스를 처음 티켓팅 했었습니다. 아르젠토께서 오신다는데 가야겠다 싶더군요. 이때 분명 녹취도 했었고 익무 게시판에도 올렸었는데 어딨는지 못 찾겠네요. 아무튼...마스터클래스가 유익하지 않을수가 없겠습니다만 빠심 때문인지 특히 더 유익했었습니다. '써스페리아'나 '페노미나'같은 걸작들의 뒷이야기도 듣고 재밌었죠.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M'. 이연희
- 이 에피소드는 몇 차례 이야기를 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연희에게 영화에서 불렀던 노래 불러달라고 청했는데 이연희가 무반주로 불렀었고, 노래를 매우 잘 불러서 그날 이후로 이연희 팬이 된 경우죠. 참 기분 좋은 순간이었죠. 그때는 정말 이연희랑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뭔가 팬 이상의 기분이었죠. 물론 지금은 이연희양을 지지하는 팬입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스즈키 세이준
- 노년의 투지를 제대로 보여준 스즈키 세이준 형님이십니다. 이미 90이 넘은 영감님이시지만 2005년의 그 기억은 이분을 '영원한 형님'으로 부르게 만들었죠. 당시 호흡기와 산소통을 끼고 입장하신 스즈키 세이준께서는 불편해보이는 몸상태와 달리 당당하게 GV에 임하셨습니다. 관객들의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하시고, 독설과 유머가 넘치셨던 '청년의 대답'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10년이 다 되도록 잊을 수 없는 이 형님의 한마디, "젊은 것들을 다 없애버려야 돼!". 이 형님께서 여전히 젊은 것들과 싸워서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투지가 느껴졌죠. 정말 이제 아흔이 넘도록 계시지만, 다시 한 번 청년들과 맞짱 뜰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욕심일까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구구는 고양이다'. 우에노 주리
- 참 어렵게 구한 티켓이었죠. 난생 처음 매표소 앞에서 철야를 했었을 때고. 물론 동생들과 같이 야식먹고 화투치면서 철야를 해서 재밌었지만 다시는 안 하고 싶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구한 티켓이 '구구는 고양이다'였습니다. GV시사였는데 맨 앞 줄 중앙에서 봤죠. 당시 우에노 주리와 이누도 잇신 감독, 그리고 영화에 출연했던 고양이 구구가 함께 참여했었는데 제가 야심차게 우에노 주리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노다메'에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느 모습이 실제 본인의 모습과 닮아있는가?". 이 질문을 하자 이누도 잇신 감독 역시 "나도 그게 궁금하다"며 맞장구를 쳐줬죠. 근데 이 질문에 대한 우에노 주리의 대답이 압권이었습니다. "노다메나 다른 진지한 모습이나 모두 내가 연기한 것이니 내 모습이다. 진지할 때도 나였고, 웃길때도 나였다" 뭐 이런 대답이었습니다. 무릎을 탁 쳤죠. 전형적인 '우문현답'이더군요. 이 여배우에게, 연기에 대해 그렇게 한 수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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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축하해~! 수위아저씨님은 10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8:07
15.09.27.
2등
저는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감독이 젤 인상에 남네요.절연당하고 경찰서에 불려간 얘기를 너무 재밌게
하셔가지고.정작 악명높았던 네크로맨틱은 넘 심심해서 2편은 예매 취소했었던 기억이..쿨럭.
하셔가지고.정작 악명높았던 네크로맨틱은 넘 심심해서 2편은 예매 취소했었던 기억이..쿨럭.
18:39
15.09.27.
3등
국제 영화제라서 그런지 외국분들이 많군요 ′▽‵
19:42
15.09.27.

지금은 로저 코먼 감독님께서 세계 최장수 영화 감독이 되셨죠...
21:07
15.09.27.

저기서 두군데 같이 있었네요. 빔벤더스감독과 츠카모토 신야감독 관객과의 대화.
01:12
15.09.28.

우에노 주리를 보셨었군요. 부럽습니다. 최근에 뷰티 인사이드에서 보고 너무 예뻐서 다시한번 반했더라는... ㅎㅎ;;
여튼 부럽습니닷~
01:50
15.09.28.

고맙습니다.
02:20
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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