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익무 GV 시사회 후기 - 김한민 감독님이 칼을 제대로 갈고 만들었군요
어제 복습할 겸 명량을 다시 보았습니다.
중학생 때 그럭저럭 재밌게 본 기억에 비해 8년 후 다시 본 명량은 너무나도 빈약한 작품이였더군요. 기술의 탓인지, 제작비의 탓인지, 그 사이 나온 한국영화들에 의해 제 눈이 높아진 건지는 모르겠으나 1700만이란 흥행 스코어에 결맞지 않게 시나리오와 편집이 너무 약했다고 느껴졌어요. 어릴 땐 그렇게 멋있어 보였던 이순신이란 캐릭터도 명량이란 영화만 놓고 보면 너무 시대착오적으로 각색된 인물로 보였고요.
(영화 중반부에 이순신이 부하를 즉결처분하고 기지를 불태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2022년의 관객들이 이런 장면을 보고도 이순신이 참 영웅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한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보단 우려가 컸던 건 사실입니다. 지금은 명량이 나온 2014년과는 완전 다른 시대입니다. 천만 영화의 코드도 명량과 국제시장에서 극한직업과 범죄도시2로 옮겨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에게 한산은 전작의 국뽕 코드를 계승해 성공을 되풀이하려는 시도로 보였고, 2030에게 먹힐 것 같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프로젝트로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점이..
역시 김한민 감독은 역시 저보다 한 수 위에 계셨더군요.
일단 영화를 봤을 때, 애초에 명량의 성공을 되풀이하자는 시도나 생각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내고 아쉬웠던 부분들을 찾아서 고쳐 나온 게 한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의 지지부진한 초반 스토리는 군사기밀을 두고 벌이는 첩보물로 바꿨고, 과했던 신파는 담백한 드라마로 바꿨습니다.
특히 맘에 들었던 게 일본군/왜군의 묘사가 훨씬 입체적으로 변했다는 점입니다. 영화 자체가 이순신이 아닌 와키자카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시나리오 작법의 측면에서 본다면 와키자카를 이순신만큼이나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저 카리스마 하나만으로 승부했던 전편의 구루지마보다 패기 있고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와키자카라는 캐릭터가 훨씬 빌런으로써 매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 젊고 야심찬 와키자카의 이미지에 변요한 배우는 아주 탁월한 캐스팅이였다고 생각하네요. 이미지 변신이기도 하고, 일본어 대사도 많아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주 매력적으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주조연들의 연기도 물론 좋았습니다. 박해일 배우는 전편보다는 훨씬 차분하고 냉정한 이순신을 절제 있게 연기합니다. 이순신이 아쉽다는 평도 여럿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명량해전과 한산해전을 둘러싼 영화들의 느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순신 캐릭터도 다른 방식으로 각색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성기 배우님과 손현주 배우님도 역할에 아주 잘 맞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주셨고요. 박지환 배우님은 이전 범죄도시2나 해적2에서 보여 줬던 코믹한 이미지과 상반된 연기를 보여 주면서 아주 스펙트럼 넓은 연기자라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배우 고유의 이미지 때문에 개인적으로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었던 옥택연 배우, 공명 배우도 나름 영화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다만 김향기 배우는 연기 자첸 괜찮았어도 조금 나이가 있는 여배우가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이정현 배우님과의 이미지 갭도 큰 편이라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솔직히 외계+인의 부진한 평가와 칸에서 미리 공개된 비상선언, 헌트의 엇갈리는 평가 때문에 한국영화들의 성공에 관해서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산을 보고 나오니까 그 우려가 거의 씻겨 내려갔네요. 안 그래도 보러 오실 중장년층을 제외하고도 2030 관객들, 가족 단위 관객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천만은 거의 예약이라고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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