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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헤어질 결심] -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침략하는산책자 침략하는산책자
2671 9 10

[헤어질 결심]을 보았습니다.

 

해준.PNG.jpg

극 중 해준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다'

 

그 대사를 인용해본다면 비단 저 말은 슬픔에 국한되는 말이 아니라

극 전체를 뒤덮고 있는 사랑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준의 초반 언행은 서래를 보고 첫 눈에 반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서래는 오묘한 기분었어요]

평소 루틴처럼 사건에 관해서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래라는 파도에 휩쓸려 그녀가 남편의 사망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그것을 입증하려 하죠.

사고사로 사건이 종결된 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끊임없이 오가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해준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부터 사건의 범인이 실은 서래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 때 그는 그의 표현대로 '무너지고 깨져' 버립니다.

 

스스로를 붕괴 되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건 사실이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소실되기는 커녕,

이미 해준의 마음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뒤였던 것 같습니다. 

 

서래.PNG.jpg

반면 자신을 향한 해준의 마음을 보며, 감정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서래는

울분에 차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도 본인을 걱정해주었던 해준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를 들으며,

이윽고 매우 커다랗게 밀려오는 사랑이란 파도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첫번째 남자는 본인을 잘 대해준 단일한 사람이지만 본인을 소유한 물건 대하듯 다루는 남자였고,

두번째 남자 또한 본인을 위하는 척 할 뿐, 말 뿐인 사랑만을 남발하며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남자였었죠. 

이와 같이 서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마침내' 해준을 향한 결심이 서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해준의 사랑이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서래가 감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건,

단호하게 돌아서던 그 날, 해준의 '언어'들이 끝이 났음을 표현했을 뿐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없는 해준의 마음은 여전히 자신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남편의 죽음에 대해 말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사진을 보길 원했던 것 처럼요.

 

결국 어느 시점을 두고, 끝나버릴 듯 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서래의 마지막 행동을 통해 해준에겐 미결이 되어 해준 본인마저도 찾을 수 없는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 던져져, 영원히 이어질거란 암시를 하며 마무리 됩니다.  

 

극 중 서래가 했던 대사가 계속 맴도네요.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 감정이 높은 산처럼 솟아 올랐다가,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 내리는 영화입니다.

- 출연하는 모든 인물들이 상황과 감정에 적절하게 녹아듭니다, 물론 모든 배경과 사물 또한 그러합니다.

- 마지막 서래가 택한 행위를 보며, 이정하 시인 님의 '낮은 곳으로'라는 시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리뷰 제목이기도 하죠)

- <헤어질 결심> 줄여서 헤,결인데 미결/해결 이런 단어들이 연관되어 있는지라 제목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제목은 (발음나는 대로)해결인데 서래는 해준의 영원한 미결이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계속 떠오릅니다. [서래 입장에선 해결일지도]

- 영화가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렸을 때 영화는 끝났고, 영화가 끝났을 때 제 여운은 시작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PNG.jpg

침략하는산책자 침략하는산책..
5 Lv. 2933/3240P

Big things have small begin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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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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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그 대사가 비단 슬픔만이 아니라
사랑에도 해당하는 것 같다는 말씀.....
참 공감이 많이 가네요
15:07
22.06.30.
profile image
당직사관
해준의 저 비유가 계속해서 맴돌았습니다 ㅠ,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09:17
22.07.01.
profile image
CG의포텐
부끄럽지만 탕웨이 님의 연기를 이번 작품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탕며들은 수준을 넘어 매력에 휩쓸렸습니다 >,<
감사합니다^^
09:18
22.07.01.
profile image 3등
언급하신 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15:09
22.06.30.
profile image
golgo
찾아 보셨을 것 같지만 혹시 몰라 시를 옮겨와보았습니다.
---------------------------------------------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서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09:21
22.07.01.
profile image
침략하는산책자
안그래도 찾아봤는데 시가 참 강렬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09:22
22.07.01.
profile image
golgo

한 번 접하고 나서 계속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던 시인데
서래의 마지막 행보를 보며, 문득 떠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

09:24
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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