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팬아트와 리뷰 (스포주의!)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개봉일보다 <헤어질 결심>을 조금 더 빠르게 만나보았습니다. 칸 영화제 수상 이전에도 박찬욱 감독님이 오래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던 작품이었기에 무척 설렜습니다.
박찬욱 감독만이 가능한 올해의 로맨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직 박찬욱 감독님만이 내놓을 수 있는 로맨스 작품이라는 것.
형사와 피의자라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은 쉬이 읽히지 않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손끝을, 눈빛을 관찰하게 합니다. 특히나 '서래'가 중국인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두 사람에게는 언어의 간극마저 발생합니다. 서툰 한국어 또는 번역기로 번역된 중국어 사이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 것일지 집요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영화랄까요. 두 사람의 (사랑의)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 엇나간 시점에 발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 그 괴로움을 한국어/중국어 라는 언어의 장벽으로 비유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통하지 않은 두 남녀가' 서로의 감정을 '짐작해야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로맨스 장르가 던지는 고전적인 질문에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답하는 영화입니다. 로맨스의 고갱이는 유지한 채 기존 로맨스 장르가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박찬욱'이라는 장르가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름답고도 쓸쓸하여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어떤 영화는 영화를 본 직후보다 그 이후에 더 오래 남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그런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오래 우려낸 차처럼 몇 번이고 마신 후에도 씁쓸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서래가 해준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에 해준이 서래에게 직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1부의 끝에서 해준이 남긴 당부와 후회의 말을 서래는 사랑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서래의 말처럼 해준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서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서로 타이밍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 간의 사랑을 지켜보노라면 한없이 쓸쓸해집니다. 박찬욱 감독님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함께 쓸쓸함은 안개처럼, 모래처럼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어 계속 마음이 갑니다.
생각치 못한 웃음포인트 : 멀리서 보면 희극/가까이서 보면 비극
<헤어질 결심>이 마냥 무거운 영화인 것은 아닙니다. 벌써 여러 관객들이 짚은 것처럼 주연 배우들의 호연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조연 배우들과 카메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선사하는 웃음 포인트가 많아서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웃으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처럼 영화는 유머와 쓴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직접 봐야지만 알 수 있는 영화가 이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가 정식 개봉을 하고 나면 꼭 한 번 더 극장을 찾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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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해준이 대체 언제 사랑한다고 했다는 건가 했는데 그 말을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걸 알고는 진짜 무릎을 탁 치게 되더라구요. 저도 얼른 또 보고싶어요 🥺


팬 아트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