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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발리우드]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맛살라톡 리뷰

raSpberRy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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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토크 내용은 지난 2022년 5월 28일 개최된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이후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의 맛살라톡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패널소개

raSpberRy – 호스트(인도영화 블로그 메리.데시 넷 운영자)

B모님 – 2020년 라운드테이블 등 다수 참여

Y모님 – 신규 참여

Ma모님 – 신규 참여

Mo모님 – 신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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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소감 

 

Y: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것 같아요. 완전 촌스럽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트렌디하지도 않은. 또 주제가 요즘은 잘 안 다루는 주제다 보니까 좀 올드해 보일수도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냥 무난하게 볼만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일반 사람들도 보면 좋아할 것 같은 영화였고.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B: 매춘이라는 소재 자체는 논란이 많이 일어날 만한 주제인데, 그 주제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강구바이라는 사람이 자기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존엄을 찾기 위해 싸워온 일대기를 깔끔하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재미랑 감동, 메시지를 다 잡았어요.

 

Ma: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인도의 고전 산스크리트 문학을 보면 남성에 의해 지켜지는 여성이랑 안 지켜지는 여성들의 배역이 나뉘거든요. 안 지켜지는 여자들이 대표적으로 매춘부, 출가 수행자 여성들… 근데 고전 문학 작품 속의 여성이 현대극의 인물들처럼 주체적으로 뭘 하고 그러는 모습은 오히려 지켜지지 않는 여성들한테서 많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고전의 여주인공이라도 좋은 집안에서 자란 여성은 현대 사람들이 기대하는 식의 주체성을 잘 못 보여줘요. 매춘부라든가 낮은 계층의 여성들이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 경향이 지금 현대의 영화에도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정말 하층까지, 완전히 지켜지지 않는 위치까지 떨어지니까, 여성이 스스로를 지켜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주체적이 될 수밖에 없고... 약간 그런 고전적 패턴이 여기서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o: 저 약간 이거 보면서 영화가 1부랑 2부랑 좀 나눠지는 것 같더라고요. 1부는 저거 이제 이 사람이 어떻게 막 여기까지 올라왔는가이고, 2부는 올라온 상태에서 어떻게 그 후의 이야기를 좀 보여주는 것 같고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옛날 ‘야인시대’ 같은 드라마도 처음에는 이렇게 자라는 걸 보여주다가 중간부터는 이제 정치극으로 바뀌잖아요. 맞아요. 그렇게 날린 것 같더라고요

 

Ma: 맞네요. 확실히

 

그렇죠. 안재모가 뒤를 돌아보니 갑자기 김영철이 되어 있고

 

Mo: 그게 좀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걸 아세요? 

 

Mo: 저도 그걸 보고 자랐어요. 

 

다들 야인 시대 하면 요즘 유행하는 심영 같은 거밖에 생각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걸 아시다니 (웃음) 

 

B: 안 그래도 이 영화, ‘여자 야인시대’ 같다는 평도 보이더라고요.

 

그런 평을 들은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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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이 릴라 반살리 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며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를 만든 사람을 먼저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산제이 릴라 반살리라는 감독이 만들었는데요, 인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이 감독의 데뷔작은 《Khamoshi》라는 영화였습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얼마 전(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처럼 농인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비장애인이 주인공인 음악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독일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와 비교가 되곤 하는데요, 사실상 두 영화의 제작 개봉 시기가 차이가 얼마 안 나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는 영화고요.

 

 인도에서 하도 지은 죄가 많다보니 조금만 비슷해도 ‘표절 의혹’ 딱지가 붙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반살리의 경우는 이 영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2010년 작 《청원》같은 경우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온 《씨 인사이드》와 비교당하기도 했는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 치고 실제로 인도영화를 본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도영화가 이런 계속된 오해와 불신 속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시 반살리 감독 얘기로 돌아오면 데뷔작인 《Khamoshi》가 사실 그렇게 흥행을 한 영화는 아니라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대표하는 살만 칸이라는 배우가 나왔었고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켜서 이제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죠.

 

 * 필름페어 영화상 감독상 수상 등


 

 《Hum Dil De Chuke Sanam》이라는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고 그 다음 작품으로 발리우드의 대표 감독으로 추앙을 받은 경지에 올라가게 만든 영화가 바로 2002년에 나온 《데브다스》라는 영화였습니다. 당시에 보석상이었던 바랏 샤라는 사람이 자신의 어마어마한 부를 이용해 화려한 영화를 만들어보기를 바랐던 마음에 만든 영화였고 그렇게 상당한 제작비 -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0억 루피(한화 환산 322억) - 를 쏟아 부어 만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당대의 스타였던 샤룩 칸을 비롯해 떠오르는 스타 아이쉬와리아 라이, 발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 마두리 딕시트를 모은 것도 모자라 영화 후반에는 여전히 회자되는 ‘Dola Re’라는 뮤지컬 장면을 넣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스타급 여배우 둘이 투톱을 이루어 케미를 보여주던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드는 데 공헌했죠. 

 

 이 영화는 상당한 흥행 수익을 거두었으나 그만큼 들인 돈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반살리 감독이 그렇게 ‘흥행사’로 불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정말 이 정도의 열과 성의를 들여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고 이것이 인도영화다라는 걸 보여줄 수준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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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랍게도 《데브다스》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바로 《블랙》이라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인도영화 중 전국 89만 명 동원으로 부동의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죠.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인데 인도판은 사하이 선생과 학생 이름이 뭐였죠?

 

B: 미셸이요.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의 사제지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고 하는데 여전히 저는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그 영화는 인도에서는 흥행은 했지만 전작만큼의 큰 반향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재밌는 이야기를 해 드리면 인도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잘 안 쓰는 흥행 척도를 쓰는데 대개 이런 식이에요 역대급 흥행 수익을 거둔 영화에 ‘올타임 블록버스터(All Time Blockbuster)’, 손익 분기점을 넘은 수준에 따라 ‘Super Hit’, ‘Semi Hit’, 재미를 못 본 영화는 ‘Flop’, 소위 ‘폭망’은 ‘Disaster’ 등의 표현을 쓰는데요, 《블랙》같은 경우는 제작비 회수 정도인 ‘Average’ 정도의 성적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빵 터지면서 총 흥행수익 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해 ‘블록버스터’급으로 올라갔죠. 


 

 그리고 2007년 반살리 감독은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의 지원을 받아 또 대작 하나를 만드는데 그 영화가 바로 《사와리야》라는 영화입니다. 일반적으로 반살리의 작품들은 오늘 톡을 하는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만 보더라도 세트촬영도 있지만 야외촬영분도 있기 때문에 약간 현실적으로 보이는 게 있지만 《사와리야》의 경우는 100% 세트촬영으로 인도에 있는 공간을 모티프로 하기는 했지만 현실이 아닌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고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많이 인도식으로 뒤틀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팬이 많은 영화 《옴 샨티 옴》과 같은 날 붙었지만… 망했습니다. 인도에서도 란비르 카푸르라는 희대의 배우를 배출한 사실 말고는 안타깝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사와리야》가 그렇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욕망 있는 감독이다 보니까 영화를 떠나 중간에 무대 연출도 하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다가 2010년,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던 《청원》이라는 영화를 발표했는데 이 영화 역시 그닥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블랙》의 감독임을 강조해서 관객을 끌어 모으려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한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실제 관객 동원 수는 77,500명 선(개봉 전 시사회 포함, 재개봉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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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연이은 실패 이후 반살리 감독은 이렇게 만드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절치부심해서 2012년에 《Ram-Leela》라는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제목과는 달리 ‘라마야나’의 람-릴라는 아니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가문의 사랑꾼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 영화는 엄청나게 흥행에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 이런 제목 사용 때문에 힌두교 측의 반발로 《Goliyon Ki Raasleela Ram-Leela》로 개명된다. 


 

 또한 얼마 전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스타 디피카 파두콘과 란비르 싱이라는 두 배우가 눈이 맞아 마침내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반살리 감독과 이 두 배우가 죽이 잘 맞았는지 세 사람은 2015년 《바지라오 마스타니》라는 영화에서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이 영화는 요즘은 영화제작을 잘 안 하고 있는 에로스(EROS)라는 회사에서 그 당시에 인도영화 사상 가장 높은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 위키피디아에 기재된 제작비는 15억 루피 (한화환산 약 242억)

 

 인도 돈으로 15억~18억 루피 정도 되는 제작비가 투입 되었는데요, 흥행에 실패하면 영화사가 휘청일 수도 있어서 감독과 주요 배우 등등이 몸값을 줄여가면서 서로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요, 영화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반살리 감독은 이후 Viacom 18이라는 회사와 함께 영화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 회사는 반살리의 전작 《Padmavaat》를 배급한 회사이기도 한데요, 반살리-파두콘-싱의 삼인방 체제는 여기서 일단 막을 내립니다. 불화는 없었지만 반대로 같은 감독의 작품에서 세 편을 내리 함께 한다고 하면 두 배우가 아무리 미남 미녀라고 해도 관객은 지겹기도 할 것이고 반살리 영화 자체가 제작기간이 길다보니 본인들의 배우 활동에도 지장이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배우 프라바스가 《바후발리》를 찍으면서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이 프로젝트에 전념하느라 3년 넘는 시간을 다른 활동을 못 했던 상황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감독-배우의 관계가 좋더라도 계속 한 프로젝트에 묶어두는 건 좋은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반살리 감독은 처음으로 알리아 바트라는 배우와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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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알리아 바트

 

 원래 반살리 감독이 《Padmavaat》의 다음 프로젝트로 삼았던 작품은 오늘 보신 《강구바이 카티아와디》가 아니었고 《Inshallah》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반살리의 데뷔작을 비롯해서 그를 지지했던 배우 살만 칸과 오랜만에 함께 찍으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갑자기 이 프로젝트가 확 엎어지면서 붕 뜨고 맙니다. 살만 칸이 떠난 상태에서 알리아 바트라는 배우만 잡아서 다른 프로젝트로 발을 돌렸고 그게 바로 오늘 보신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입니다. 

 

이 알리아 바트라는 배우 소개를 잠깐 해드리자면 2012년, 바로 반살리 감독이 《Ram-Leela》를 만들던 시절에 《내 이름은 칸》을 만들었던 카란 조하르 감독이 《내 이름은 칸》에 이어서 연출하기로 한 영화가 바로 《Student of the Year》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세 명의 배우를 데뷔시키는데 바룬 다완, 시다르드 말호트라 그리고 알리아 바트였죠. 영화는 그냥 평이한 청춘물이었지만 흥행에는 얼추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알리아 바트가 배우로 부각이 되었던 영화는 이듬해 나왔던 임티아즈 알리 감독의 《Highway》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혹시 크리스 햄스워스가 나왔던 《익스트랙션》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 계신가요? 그 영화에서 인도 출신의 킬러가 한 명 등장하는데요, 란딥 후다라는 배우였고요, 그가 맡은 캐릭터가 부잣집 딸을 유괴하는 역할인데 그 부잣집 딸을 알리아가 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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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는 늘 이야기되는 족벌주의, 알리아 역시 데뷔 때부터 바트 집안의 일원으로서의 꼬리표가 안 붙었던 건 아니지만 이 영화 《Highway》를 통해 필름페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로부터 연기를 꽤 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세 얼간이》의 원작자 체탄 바갓의 소설 데뷔작인 《투 스테이츠》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알리아가 주인공 아난야 역을 맡으면서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발리우드 영화계의 이미지는 세 명의 칸(Khan) 씨 성을 가진 중년 남자들이 이끄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젊은 여자 배우가 그렇게 많지가 않은 와중에 저 배우 신선하다고 하는 그런 느낌을 관객들한테 어필하고 또 20대의 동시대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인기스타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알리아는 그런 평범한 상업 영화만 나왔던 건 아니었고 눈에 띄는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타 펀자브》라는 작품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인도감독 특별전’ 같은 걸 기획한다면 개인적으로 밀고 싶은 아비쉑 초베이라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예요.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둔 2016년 당시 인도의 영화 등급위원회인 CBFC로부터 영화의 장면들을 삭제하라는 권고를 받았는데 감독 및 제작자들은 이게 무슨 소리냐 이런 것들을 다 자르면 우리 영화는 걸레가 된다며 제작진과 배우뿐 아니라 젊은 영화인들이 모두 들고 일어났던 희대의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투쟁 끝에 영화의 대부분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던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좀 놀랐던 게 영화는 사회 고발적이고 어두운 영화인데도 샤히드 카푸르나 카리나 카푸르 이런 메이저 스타들이 캐스팅된 것도 있었지만 그 영화에서의 알리아 바트의 이미지 변신 역시 놀라웠습니다. 알리아는 그 영화에서 펀자브로 이주한 임노동자 역할을 맡아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로 필름페어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요, 같은 해 나왔던,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사라진 《인생은 드라마》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로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면서 동시대 배우 중에서 월등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배우로서 각광을 받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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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편 더 있지만 일단 줄이고, 이렇게 배우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다가 반살리 같은 대가를 만나게 된 것이죠.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에서 150분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 독무대를 이끌어간다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데 그만큼 연기력이 상당한 배우가 되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입증한 셈입니다. 

 

 이 영화로 알리아는 이듬해 필름페어 시상식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Ma: 알리아의 목소리는 터프한 느낌이라서, 카리스마가 있어요. 진짜 좀 마피아 두목 같은 목소리.

 

B: 그리고, 알리아가 나이에 비해서 동안이고 귀여운 인상이고 또 실존 인물 강구바이에 비해서는 확실히 어린 나이인데도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요.

 

혹시 알리아가 나온 다른 영화를 보신 게 있으신가요?

 

B: 《인생은 드라마》요. 

 

 저는 앞서 이야기한 《인생은 드라마》라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연기가 인상적인데요, 어떤 장면이냐면 영화의 클라이맥스 신이었는데. 알리아가 폭발을 하면서 자기의 어린 시절에 대한 가족에 대한 불만 사항을 토로하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인도에서 정신 카운슬링을 받는 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진다는 걸 그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오늘 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같은 경우도 로맨틱한 순간이 나오잖아요. 옷집 남자아이와의 꽁냥꽁냥한 카드게임 같은 시퀀스는 알리아 바트라는 배우가 대사가 많지 않아도 상황만으로도 표정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주도를 할 수 있는 그런 수준까지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물론 이제 갓 10년 넘은 배우에게 아직 ‘최고’라고 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게 많이 지금까지 보여준 알리아 바트의 연기와  비교했을 때 일단은 정점에 올랐다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B: raSpberRy님이 알리아는 폭발하는 타입의 연기를 잘한다고 하셨는데, 이번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에서 절제하는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차 안에서의 멜로 장면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 걸 보고 감정을 억누르는 장면에서도 그렇고요.

 

Mo: 그런데 그 얼굴에 있는 하트는 뭐예요? 

 

B: 십자 모양 문신 말씀이시죠?

 

Mo: 그냥 비행기처럼 생긴

 

 그냥 타투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떤 종교나 신분을 나타내는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타투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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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강구바이 역의 알리아 바트와 실존인물 강구바이 코테왈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제가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중에 하나가 미라 네어 감독의 《살람 봄베이》라는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도 배경이 카마티푸라였거든요. 그 영화의 주인공은 남자이긴 했지만 

 

 반살리 감독의 작품세계로 보면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창작이고 ‘전해져 오는 기록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있죠. 이를테면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역사에 전해져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내가 이게 지금 담고 있는 게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내 생각에 바지라오와 마스타니는 이렇게 사랑했을 거야’하고 만들면 끝이지만 오늘 보신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의 강구바이는 현존하는 인물이고 카마티푸라 자체도 지금도 존재하고 인물 자체도 논란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갈리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결과물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반살리 감독은 늘 현실 속의 공간을 찍으면서도 영화적으로 비현실적이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아니면 비현실적인 세계에 현실에서 영향을 받은 공간을 가져온다거나 하는데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는 전자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즉,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의 공간을 재현해서 했지만 지극히 영화적인 허구처럼 보이게 연출했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럼 후자는 어떤 경우냐면, 반살리 감독이 《사와리야》를 만들었을 때 카마티푸라 같은 곳을 재현해 놓았거든요. 물론 극중에선 카마티푸라라고는 얘기하지 않지만… 과연 반살리라는 사람에게 이 카마티푸라는 도대체 뭘까. 반살리 감독이 지휘하는 프로젝트로 ‘히라 만디’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는데요, 이곳의 배경도 카마티푸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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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티푸라

 

 

 영화의 배경이 된 ‘카마티푸라’는 실제로 뭄바이에 존재하는 사창가입니다. 어떤 언론사였는지 여행 가이드였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세계 최악의 여행지 중에 하나로 뽑았던 적도 있고요. 여기는 사창가니까 알아서 조심해서 가라는 내용이더라고요. 

 

 일단 이런 위험지대에 대한 인식이 있고 저런 시설이 주변에 있다는 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거든요. 저만 해도 영화를 좋아해서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영등포에 밤늦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 보이는 붉은색 네온 빛을 보면 막 돌아가고 싶고 거기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내가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까지 비난을 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반살리 감독의 입장은 알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은 이 사람들도 사람이다’라는 게 아니었을까요.

 여기서 살아가고 있지만 여러분과 모습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삶의 양식이 다르지만 이 사람도 이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를 얘기하고 싶었던 게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줬다고 생각을 합니다. 

 

 Mo: 이 영화는 근데 어떤 언어권 영화인가요?

 

 B, Ma: 힌디어예요.

 

 Y: 그러면 영화에서 사원을 간다는 건 힌두 사원을 간다는 얘기예요? 

 

 Ma: 이슬람 사원 같은데요.

 

 Y: 그게 아니라 조직 보스는 무슬림인 건 알겠는데, 그거 말고 왜 엄마하고 통화를 할 때 사원을 가야 된다고 엄마가 말했잖아요.

 

 Ma: 그건 힌두 사원인 것 같아요.

 

 이것도 그렇고 일단 인물을 어림잡아서 볼 수 있는 게, 복식을 봐도 종교가 보인다는 거죠. 무슬림 쪽 복장은 아니라는 거죠. 

 

 Y: ‘파탄인’이 뭐예요? 

 

 영어로는 *Pathan인데 

 

 Ma: 지역 이름인 것 같아요 .

 

 Y: 근데 그 사람들은 무슬림인 건가요?

 

 B: 라힘은 무슬림으로 보여요.

 

 아프간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 파키스탄 서북부에 사는 아프간족을 말함 

 

 Y: 무슬림이 맞군요.

 

얼마 전에 본 《케이.지.에프》라는 영화에서는 갱 멤버들의 종교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주인공 록키가 모두를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일반적으로는 갱들조차도 같은 종교끼리, 이를테면 무슬림은 무슬림끼리, 힌두는 힌두끼리 나눠지는 경향이 있죠. 

 

B: 그러면 강구바이랑 라힘은 종교를 뛰어넘은 의남매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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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의 라힘 역을 맡은 아제이 데브간
 
 

 이 영화에선 인도영화를 어느 정도 보면 눈에 들어오는 조연 배우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분이 특별 출연으로 나온 라힘 역의 아제이 데브간이라고, 인도영화 움짤로도 유명한 《모범경찰 싱감》으로 유명하신 분이죠 

 

Y: 라지아 바이로 나온 분이죠? 

 

B: 그분은 라힘이고 라지아 바이는 히즈라예요. 

 

Y: 라지아 바이로 나온 그 사람도 되게 유명한 사람 아닌가요? 인도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인데…

 

그 분은 비자이 라즈라는 배우분인데요, 발리우드의 명품 조연배우로 활약하는 배우입니다. 할리우드 배우와 비교하면 웰럼 데포처럼 얼굴이 날카롭게 생겨서 악역 같은 것도 많이 맡았는데, 코미디 영화에 나와도 얄미운 캐릭터로 종종 나왔죠. 

 

그러고 보니 어떤 분이 인도 상황을 잘 모르니까 저 사람은 떡 봐도 남자인데 왜 여자 옷 입고 있어? 하고 말씀하시던데 앞서 히즈라라는 걸 B님이 말씀해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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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비자이 라즈가 맡은 라지아 바이
 

 

# 톡에서 사용된 히즈라의 개념은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정의를 위해 수정합니다.

 

 

히즈라(Hijra)는 남성의 몸을 하고 태어났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어딘가로 가기 위해 뭄바이의 기차에 올라탔는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옷을 화려하게 입은 히즈라 한 명이 객차에 올라타서 승객들 앞에 서서 얼굴 앞에 손뼉을 치면서 주목을 끌고 있더라고요. 돈 달라 이거죠. 

 

실제로 히즈라들의 수익원을 이야기해드리면 결혼식 전야제 같은 데에 초대되어서 춤을 추고 복을 빌어주는 역할*들을 많이 한다고 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회 취약계층이고 카마티푸라 같은 곳에서 매춘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 힌두 신화에도 히즈라의 존재는 구복(求福)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라지아 바이가 히즈라를 대표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고 실존 인물이 가진 정체성이 그렇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서도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강구바이에게 예를 표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좋게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분석적으로 보고 싶은 느낌은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영화의 주인공이 주인공이다 보니 영화의 논란이 될 부분 중에 제일 민감한 성매매에 대한 입장에 대해 영화는 ‘이런저런 논란을 보여주며 나의 정치성을 드러내겠어’ 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반적으로 그런 스탠스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주제를 던지고 사회적으로 내가 이 주장에 대한 설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텐데, 인물이 그려지는 모습이나 이야기 구조를 보면 그런 느낌은 아니었잖아요. 감독이 지향한 바는 안전한 선에서 최대한 불편한 부분을 제외한 대중영화로서의 연출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B: 이 영화를 가지고 매춘을 합법화해야 되냐 마느냐, 매춘이 필요악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입장을 계속 피력했다거나 논란거리를 표면화시키도록 애쓰는 장면이 없었다는 거죠. 

 

만약 내가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상태에서 나와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만든 영화를 본다고 가정해 보죠. 나는 이미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죠. 

 

특히나 지금 같은 시대에는 자신이 속한 바운더리에 있는 것들 위주로 보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콘텐츠의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이미 감상자는 가치관이 정해진 상태에서 콘텐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것 또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만 살지는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Y: 그러면 공격을 하잖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좀 안타까웠고…

 

B: 저 같은 경우에는 성매매 자체가 노예제처럼 지구에서 아예 사라져야 할 직업이라고 보지만, 강구바이가 자기 직업을 존중하는 태도 자체에는 공감했어요. 자신과 동료들의 존엄을 찾고 그것을 보호하려 싸워온 것에 감동했고요.

 

Mo: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죠? 신기했던 게 선거에 당선이 되잖아요. 뇌물을 바치고 하던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에 내레이션을 통해 ‘평가는 여러분의 것’ 이런 식으로 약간 도망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대중 영화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가끔 대중영화에서 기준마다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인물임에도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함을 포장해가며 사회를 뜯어고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제 기준으로는 그런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강구바이라는 인물이 논란이 있는 실존인물인 까닭에 그런 영웅 서사를 부여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저는 이 영화를 좋게 보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제목부터 ‘마피아 퀸’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게 이 인물에 대해 관객들이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볼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IMDB 같은 곳에서 이 영화의 정보를 보신 분들이라면 ‘마피아 퀸’ 같은 단어가 없던데 한국판은 왜 갖다 붙였을까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프랑스판 포스터를 봤는데 거긴 ‘마피아 퀸’이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영화의 부제는 아니었고 그냥 문구이긴 했는데 영화와도 어울려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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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가에서 강구바이로

 

Y: 근데 강가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B: 아니요. 여신 이름이에요. 그리고 갠지스 강의 원래 인도 이름이 강가이고 갠지스는 영어식 이름이에요. 그래서 강가의 어머니가 강가한테 “너희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딸 이름과 같은 강의 강물을 안 마셨다"고 하잖아요.

 

Y: 이름을 강가에서 강구로 바꿨잖아요. 그 정도로 바뀐 건 마치 우리나라에선 영이가 영아로 바뀌는 정도인가요?

 

Ma: 인도에서 이름 끝에 ‘우’ 모음이 들어가면 귀엽게 부르는 호칭이 되거든요. 

 

B: 네, 그래서 《시크릿 슈퍼스타》에서도 주인공 인시아의 애칭이 ‘인수’죠. 인도식 애칭은 모음 'ㅜ'로 끝나더라고요.

 

Y: 아무튼 크게 바뀌는 건 아니군요?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요. 일본에서 ‘무슨무슨 짱’ 이런 식으로 부르잖아요. 

 

B: ‘메리 잔(Meri Jaan, 힌디어로 ‘내 사랑’이라는 뜻)’이라는 말에서 ‘잔(Jaan)’이 그런 느낌이에요. ‘잔’을 이름 뒤에 붙여서 애칭으로 쓰거든요. 아미르는 ‘아미르잔’, 이런 식으로. 일본에서 이름이 ‘요코’인 사람을 ‘요코짱’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거랑 비슷한 방식이죠. 

 

이런 식으로 또 새로운 지식을 또 알게 되네요. 저는 솔직히 ‘강가’에서 ‘강구’로 바꾸는 거 별 차이도 없는데 왜 바꿨을까 생각했거든요 

 

B: 그런데 아버지가 강가 강의 강물도 안 마실 정도면 결국에 딸을 죽을 때까지 용서 못 했다는 거죠.  솔직히 용서한다는 것도 좀 말이 안 되긴 하지만(강가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딸을 끝내 용서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거예요.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여지는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강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창가의 소녀랑 얘기를 하잖아요. ‘고향으로 돌아간 애가 있었는데 걔는 목을 매달아서 죽였다’ 고 얘기하는데 일종의 명예살인 같은 거죠. 

 

당사자가 잘못해서 간 게 아니잖아요. 배경인 6~70년대에 강구는 천 루피, 앞서 언급한 80년대 영화 《살람 봄베이》의 친구는 만 루피에 팔려왔는데 아마 돈의 가치로 보면 둘이 비슷할 거예요. 사람을 저렇게 저 정도의 돈을 주고 매매를 하는 게 자기를 낳은 부모조차도 이렇게 팔아버리는 이런 매정한 현실이 있는 것이죠. 

 

Y: 옛날에는 위기 상황에 닥치면 아이를 먼저 희생을 시켰어요. 부모님을 모시고 피난을 가고 애들을 버렸어요.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은 어른이 희생을 하고 아이가 이제 보호를 받는데 옛날에 그랬던 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서 옛날 같은 경우는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애는 또 낳을 수 있지만 나이 먹은 사람의 지혜가 없으면 사회가 존속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제 나이 먹은 사람들의 지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는 그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는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거기서 이제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강물을 안 먹었다고 용서를 했냐 안 했냐라는 심정도 있겠지만 그거는 인도라는 배경도 있을 거고 인도 시골에 있는 그 사람들에 대한 가치관도 또 우리하고는 다른 거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는 그게 자기 목숨보다도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거니까

 

B: 그런데 저는 아무리 문화 상대주의라고 해도 세상은 바뀌어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 중에 하나가 강구바이가 자기 아이도 팔아버리는 부모와는 달리 자기 친자식도 아닌 아이들을 그렇게 학교에 보내려고 애쓰는 거죠. 강구바이가 걔네들의 미래를 보장하려고 애쓰는 그런 모습에서도 변화가 보여요.

 

Y: 그러니까 가치는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는 거니까 빠르냐 늦냐의 차이가 있는 뿐…  하지만 바뀐 가치에 적응을 못하면 도태되어 욕먹는 건 당연한 거죠.

 

Ma: 근데 그 아버지 기분이 우리 시선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 여자애가 하나 나오게 되면, 그 집안 여자애들이 좋은 데 시집가는 길이 다 막히고 그런 식의 실제적인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게 옳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만약에 아버지가 내적으로 깨인 사람이라서 딸이 너무 소중하고 받아주고 싶을 수도 있겠죠. 근데 그렇게 용기 내서 딸을 보호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버지도 변호사라 많이 배우셨을 것 같은데.

 

그러네요. 변호사였다고 하니까 생각해 보니까

 

Y: 왜냐하면 딸 말고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Ma: 그런 태도를 안 보이면 집안의 평판이 떨어지고, 아들딸들이 좋은 데 시집 장가 다 못 가고 그런 실질적인 타격이 있을 수도 있겠죠.

 

B: 그렇게 6~70년대만 해도 그런 실제적인 타격이 있었고 지금도 인도에서는 명예살인이 일어나고 있죠. 이런 세상이 점점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예요.

 

Ma: 그렇죠. 아버지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봤어요. 만약에 딸을 사랑했다면 그런 태도를 보이기도 힘들죠.

 

그렇죠 이게 물론 약간 사실성이 선택적이기는 한데 당시의 시대적인 것도 그렇지만 이제 특히 도심 지역이 아니고 촌락사회는 지금도 그런 명예살인 같은 게 일어나고 있기도 한데요, 인터넷도 없는 사회에서 루머 같은 건 진짜 잘 퍼지지 않습니까. 

 

강구가 ‘우리는 진보를 원해요’라고 말하듯 사람들은 앞으로 가기를 원하면서도 정말 바뀌기 어려운 것이 또 인간의 가치관이 아닐까 하고요, 특히 고전적인 시스템을 가진 곳일수록 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시스템을 고수하기를 원하고 되레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골칫거리 같은 존재로 여기면서 집단에서 내쫓는다든지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곤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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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그런데 《토일렛》이라는 영화에서 집 밖에 화장실을 따로 만드는 거에 대해서 그 동네 힌두교 사제가 처음에는 ‘힌두 경전에 따르면 집과 가까운 곳에 화장실을 지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니, 막상 화장실을 만들고 나니  편하니까 ‘《베다(Veda)》에서는 원래 청결을 중시했다’면서 화장실 만든 걸 잘했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보면 의외로 전통이라든가 가치관이라는 게 절대 변하지 않고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Ma: 베다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웃음)


 

종교적인 교리가 과학적인 합리주의나 경제적인 효율성에 앞서 있을 때의 그 꽉 막힌 상황들을 보면... 괜히 르네상스가 일어난 게 아니라니까요.

 

물론 인도에도 여러 리더들이 비합리적인 것을 고수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문화 운동을 주도를 했지만 안타깝게 다수는 막지 못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좀 나이브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적인 기능을 얘기를 안 할 수도 없는데, 물론 영화가 사람들을 계도한다는 건 조금 위험하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 정도 수준의 인식의 전달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Y: 생각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영감을 주는 정도는 수용가능한데 만약에 인식 자체를 바꾸겠다라고 하면 그건 프로파간다가 되죠. 선전 영화가 되기 때문에 그런 거는 그렇게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아까 언급된 《토일렛》이라는 영화도 일부 프로파간다적인 성격이 좀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재밌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죠. 


 B: 그러니까 갑자기 인식을 바꾸려는 거는 위험해요. 애덤 스미스도 중상주의 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중상주의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 몰아내고 자유 무역으로 바꾸자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 사람들의 지금 생활과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 이런 걸 존중하면서 서서히 바꿔야 된다고 했거든요. 

 

근데 매춘 같은 경우에도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사라져야 될 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구매자와  성매매를 하게 알선하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성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도 노동자로서 권리가 있으니, 서서히 그 사람들이 다른 직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지금의 노동권을 보장해 주는 식으로 점차 세상이 변해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이제 강구가 최종적으로 주장한 거는 합법화였긴 했지만 이게 감독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보진 않고요. 그것은 이 영화에서 어떤 것들을 많이 보여줬나를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남자들이 사창가를 은밀한 곳으로 생각하면서 재미를 보는 이런 내용이 없고  오히려 초반에 강구가 폭행을 당하잖아요. 이런 위험에 처한 모습이라든지, 그곳 여성들과의 연대나 유대 이런 것들이 주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영화가 애매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반살리가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은 확실했다고 보고요.

 

안전하게 갈 수 있었던 게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이제 확 줄여버리고 강구바이라는 사람이 이곳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만 오롯이 기술하자 이런 방향으로만 나갔기 때문에 영화가 좀 괜찮게 나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Ma: 매춘 자체에 대한 문제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니까 불가피하다는 태도로 살짝 비껴가 버리고, 그 외의 것들을 주로 다뤘는데. 사실 인권 존중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위험한 토론거리는 비껴간 거죠.

 

B: 그리고 성폭력이랑 폭력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Y: 그런데 이게 청소년 관람불가면 《범죄도시 2》보다도 수위가 낮지 않나요?

 

아니 《범죄도시 2》보다도 덜 폭력적이던데 이 영화가 폭력성 높음으로 청불을 받았어요. 폭력하고 주제부분 높음인데 주제의 경우는, 제가 계속 빙빙 돌려서 얘기했던 매춘이라는 소재가 심의위원들께는 불편하셨나 봐요. 영화등급위원회의 사유를 보면 ‘이 부분이 심히 우려된다’고 평결까지 써주셨는데 

 

Ma: 이게 성매매를 권장하는 영화도 아니고.

 

Y: 그리고 시대 상황이 지금하고 너무 다르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서 누가 팔려 간다거나 누굴 판다거나 하는 일은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자기가 행복해지고 싶은 삶 그리고 자식을 낳아서 제대로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 이런 거는 어떤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과 똑같은 선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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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원래 인도영화를 많이 좋아하게 된 이유가 약간 홍콩 영화 보는 스타일처럼 때리는 개그장면 그런 걸 되게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인도 영화를 보면 그런 게 좀 많이 나와서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요 여기도 좀 있긴 하더라고요

 

Mo: 그 심야영화 같이 보는 장면이나 그 외에는 따귀 때리는 장면에 뭔가 좀 적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당갈》 재밌게 보시겠네요.

 

B: 아니면 남인도 액션 영화들 좋아하실 것 같아요.

 

Y: 그리고 아까 보면 이렇게 수화 같은 거 하잖아요. 둘이 그런 장면이 인도영화에 많이 나오나요?

 

 수화는 아니고 그냥

 

Y: 약간 수화 비슷하게

 

제스처 부분은 얘기 잘하셨는데 그런 표현 같아요. 인도영화 자막하시는 분 얘기 들어보면 인도 영화는 상영시간도 엄청 긴데 말도 많이 해서 자막도 엄청 많아서 힘들다. 줄 수로 하면 길게는 3천 줄이 넘는 경우도 있어서 중노동이긴 합니다.

 

인도영화에 고정적인 프레임을 씌울까 조심스러운데, 이렇게 대사가 많은 이유는 인도의 (대중)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다 보니 저렇게 말로 표현하지 않고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좋게 다가오더라고요.

 

Y: 그게 다른 인도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지… 

춤추는 것처럼 인도영화하면 춤추는 장면은 꼭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렇게 손과 몸짓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인도 영화에서 손짓…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근데 말을 해도 제스처를 많이 쓰긴 하더라고요 근데 이제 지금 저런 영화처럼 저러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오버 액팅 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이를테면 멀리 있는 연인이 말없이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그런 신들이 좀 있기는 했었던 것 같아요.

 

B: 근데 그게 인도 제스처여서 우리한테는 좀 낯설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제스처는 무슨 뜻인가요? (상대방의 관자놀이에 양손을 대고 팔목을 꺾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는 제스처를 해 보인다.) 

 

 이건 ‘너의 액운을 없애주고 복을 빈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머리에 주먹을 댈 때 따닥 소리가 나게 하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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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자신의 시그니처가 되는 색감이 있는 반살리의 영화들

 

 반살리의 색

 

Y: 영화는 세트로 만든 거죠.

 

 그렇죠. 반살리 영화는 세트 촬영이 많이 있고요.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반살리 감독은 비현실적인 부분을 좀 많이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에. 《블랙》 같은 경우가 독특하게 다가오는 게 세트보다 현장 촬영이 많았다는 것도 감독의 필모에서 독특한 부분에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영화는 촬영지가 ‘심라(Shimra)’라고 혹시 《세 얼간이》 영화 보신 분은 기억하실까 모르겠는데 두 얼간이들이 란초를 찾아서 차투르라는 애랑 머무르는 곳이 바로 이 심라라는 곳이거든요. 영화 《블랙》은 이곳이 배경이고 나중에 엔딩 신에 나오는 사람들이 몰려가는 성당이 그 심라에 있는 대표적인 성당이거든요. 

 

실제 배경, 그러니까 이 심라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세트가 아닌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다른 반살리 영화는 거의 세트 촬영이죠. 그렇게 해야 약간 초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시대극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죠. 

 

B: 세트 촬영이어서 감독이 의도한 미학을 실현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Ma: 색감 살리기에 좋은 것 같아요.

 

B: 그런데 반살리 감독 영화를 보면 꼭 한 가지씩 두드러지는 색감이 있던데, 이번 영화의 색은 하얀색 같던데요.

 

Ma: 하얀색을 베이스로 되게 예쁘고 반짝이는 색감을 잘 살린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반살리 영화를 보면 하나의 패션 같아서 할리우드 셀럽들이 매년 하는 * 멧갈라(MetGala)라는 쇼가 있잖아요. 

 

* MetGala: 보그(Vogue)지에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장소로 주최하는 패션 이벤트로 매년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참여한다. 인도 배우로는 프리얀카 초프라와 디피카 파두콘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쇼에서는 테마를 정해서 그것대로 할리우드 셀럽들이 와서 계단 올라가면서 패션쇼를 하잖아요. 반살리 영화도 약간 영화마다의 색깔을 주제로 한 패션이나 장식 같은 걸 보여주는데, 말씀 잘하셨지만 이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의 테마 색은 흰색이 맞는 것 같아요.

 

가장 확신이 든다 싶은 부분이 어디냐면 강구가 연설을 했을 때, 저는 이게 좀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보지만, 하얀색 사리를 입고 연설을 하러 오잖아요. 보면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 흰색 옷을 입었어요. 근데 불편해서 떠나가는 수녀 한 명만 흰색 옷을 안 입었거든요. 

 이런 것처럼 어떻게 보면 올해 내 영화의 이번 테마 색깔은 흰색이다.

 

아까 《데브다스》 같은 경우는 빨간색. 포스터부터 빨간색이었거든요. 《사와리야》는 파란색,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금색. 이런 식으로 영화마다 하나의 주제와도 같은 색감이 있지만 그 색깔은 그 영화에서만 통용되고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를테면, 이건 제 해석인데 《강구바이 카티아와디》와는 달리 《청원》에서의 흰색은 부정적인 의미였다고 저는 해석을 했거든요. 

 

B: 엔딩 장면에서도 강구바이는 하얀색 사리를 입고 있고 사람들은 강구바이에게 축복을 하면서 하얀색 종이를 뿌려주잖아요. 빌리 홀리데이라는 미국 가수가 인생이 강구바이처럼 굉장히 불우했어요. 강구바이처럼 어린 나이에 매춘을 강제로 했어야 됐고요. 하지만 무대에서는 하얀 드레스를 즐겨 입고 머리에 하얀 꽃을 꽂으면서 정갈한 이미지를 내세웠대요. 강구바이도 직업 자체는 사람들이 더럽다고 천시하는 그런 직업인데 오히려 하얀 사리를 정갈하게 입고 다니면서 나는 이제 더럽지 않다, 깨끗하다, 당당하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 것 같아요.

 

Ma: 하얀색을 입는 건 주로 과부나 출가한 여성들이거든요. 남성에게 매이지 않은 여성들이죠. 그러니까 강구는 자유로우면서, 매춘부보다는 조금 더 권위라는 걸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색깔을 추구한 걸까요?

 

Y: 근데 흰색 사리를 갖고 와서 마담이 되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마담만 입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Mo: 인도 정치하는 사람들도 흰색 옷을 입잖아요. 

 

Ma: 맞아요. 수행자라든가 그런 지위가 높은 여자들이 흰색을 주로 입는 것 같아요.

 

B: 일단 결혼 관계에 매이지 않은 여자들한테 그런 자유가 있는 것 같아요.

 

Ma: 흰색이라는 게 나를 성적으로 대상으로 두지 말라 이런 느낌이 인도 문화 전체에 있는 것 같아요. 흰색 옷을 입은 여자는 성적인 대상이 아니죠. 나를 하나의 주체로 봐줘라. 성적 대상으로 보지 말라. 

 

이게 인도 문화에서는 애매한 게 인도에서 주로 길함, 어스피셔스(auspicious)하다는 게 다산과 풍요와 연관이 되거든요. 예를 들어 과부들은 고귀하고 정결하면서도, 불길하잖아요. 왜냐면 다산 혹은 풍요의 반대에 위치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흰색은 정결하고 고귀한 색상일 수는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과부의 불길함을 내재하고 있죠. 

 

강구바이는 흰색 옷을 입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자신을 정치인이라든가 독립된 여성으로 존중해주길 바라고, 또 실제로 그러한 독립적 권위를 손에 넣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자식을 가지지는 못하죠. 그런 한계? 인도에서 여자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꼭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그런 시대적 배경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흰색 하니 또 하나 이제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옷 가게 청년을 처음 만났을 때, (흰)옷을 고르라고 하지만 흰색도 같은 흰색이 아니잖아요. 

흰색도 ‘모래색 흰색’도 있고 ‘조개색 흰색’도 있고 이러면서 

 

Ma: 강구바이는 “나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뜻으로 흰색을 입었지만, 그 남자는 당신을 매력적인 여성으로서 좀 다르게 보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거네요.

 

B: 근데 저는 그렇게 다양한 흰색을 말했던 게 그 다양한 흰색 중에서 내가 어느 것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그거에 맞춰서 옷가게 남자가 이런 흰색도 있다고 말해준 거 자체가 그런 다양성을 인정해 줬다는 느낌이에요.

 

Ma: 그 남자가 강구바이에게 *항사(हंस) 같은 흰색’을 입으면 어떻냐고 하잖아요. 근데 항사라는 게 좀 종교적인 의미가 있거든요. 우유랑 물이 섞이면 우리가 분리를 할 수 없잖아요. 탁해진 그걸.

 

 * 항사(हंस): 기러기, 거위 혹은 백조를 이르는 이름. 신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희고 아름다운 새다. 브라흐마 신의 탈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항사로는 그걸 분리해서 마실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당신의 더러워진 부분들, 인간이 분리할 수 없는 그런 부정한 부분조차도 정결해질 수 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너무 나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만들었을까? (웃음)

 

B: 성적으로 다가오지 말라고 하니까 또 생각나는 건데, ‘Meri Jaan’ 장면에서 아프산(옷 가게 청년)은 성적인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데 강구바이는 그걸 다 거부하고 성적이라기보다는 위로에 가까운 스킨십을 받기를 원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약간 강구가 살았던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그런 약간 회한 같은 게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자기가 들어온 이유 자체가 남자친구가 배신해서 팔아서 넘겨서 이 삶에 들어온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후론 자기를 찾아오는 남자들은 거래 대상 이상이 아니었겠죠. 근데 이제 여기서 어떤 인간적인 감정을 가져도 되나? 이 아이도 나를 배신할 거라는 불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거기서 오는 딱 이 정도, 지금 이 순간 이래도 되나? 얘와는 좀 정신적으로 편한 관계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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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아 바트 연기 중 인상적이었던 게, 영화적으로 대구가 되는 게 초반에 화려한 마살라 시퀀스로 시작을 하잖아요. 나브라트리 축제에서 그다음 날 이제 뭄바이로 가더니 남자친구가 자신을 팔아넘겨버리잖아요. 나브라트리가 자기한테는 어떤 인생의 전환점, 물론 안 좋은 전환점이긴 하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내가 이제 내 이름을 버리고 강구라는 이름을 선택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시점이었죠.

 

 그때 강가는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처럼 춤을 추다가 몇 십 년 후에 자기가 카마티푸라에서 맞은 나브라트리에서 춤을 춰도 거기는 남자가 하나도 없잖아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그 무대에서 춤을 추는데 갑자기 그 광기에 휩싸여서 혼자서 롱테이크를 찍잖아요. 이 부분이 자신에겐, 우리로 따지면 살풀이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B: 그러고 보니까 그 두 시퀀스가 대조되는 느낌이었네요. 

 

Ma: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될까… 강구바이가 결국에 자기 길을 찾기는 했는데, 인도 전통사회의 기준에서는 기구한 여성이죠. 남편과 자식이 있는 전통적 가정으로는 결코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그거를 바꾸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B: 그래서 그런 회한을, 원래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느꼈어요. 그 장면에서 그 남자, 그 남자와 결혼한 여자, 다른 사람들이 흰 옷을 입고 있었던 것도 강구바이 자신은 누릴 수 없었던 평범한 행복을 뜻하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그런 선택을 했던 게 물론 자기의 이기심도 좀 포함이 돼 있었겠지만 결국은 그게 결혼을 해서는 서로가 행복해질 수 없는 결말로 갈 거라는 판단에서 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는 좋은 남편이 되어서 잘 사는 것 같이 보인다. 이렇게 결말을 맺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프레임 밖으로 사람들이 벗어나버리면 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모르잖아요.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살면 안 되겠지만 

 

우리 인생도 똑같은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정말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틀어졌거나 아니면 연락이 뜸해져서 프레임 밖으로 벗어난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사는 게 좋은 거고 정상인 거지… 근데 그걸 확신을 할 수 없으니까 감독이 친절하게 보여줌으로써 거기서 안도감을 얻는 이게 얼마나 나쁜 겁니까

 

B: 근데 강구바이가 “매춘부는 아내가 될 수 없죠.”라고 말할 때에도 울컥하는 걸로 보였거든요. 둘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해도 주변의 시선이 만만치가 않잖아요. 

현대 한국에서도 아내가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얼마나 말이 많겠어요. 그 시대 인도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리고 아프산이 그렇게 강인한 성격이 못 되고요. 주변의 그런 눈총을 다 이길 만큼 강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강구바이도 서비스직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어느 정도 관상을 볼 줄은 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아프산 얘는 딱 보니 착한 애구나. 착한 애니까 이 정도 할 수 있겠지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들이민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또 강구바이의 그런 시각이 맞았었고

 

Ma: 빅픽쳐(웃음)

 

B: 아프산은 자기와의 결혼 생활을 감당 못 할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강구바이가 머리가 영특한 여자이니까 그런 것도 생각을 하고 상대방도 배려를 하고 그리고 약간 이기적인 목적도 좀 있었고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런 제안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좀 유익하지 않을까 해서 했던 것이겠죠. 

 

Y: 근데 강구바이 말고 죽은 여자도 거기 팔려와서 처음에 누군가가 결혼하자고 했는데 안 했다고 했잖아요. 그런 걸로 봐서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흘러갈 거라는 거를 누구를 통해서 들었건 빅데이터를 통해서건 확률적으로 힘들다는 걸아니까

 

Mo: 그런데 이 영화 보면 배드엔딩보다는 해피엔딩이 더 맞는 것 같아요.

 

Y: 근데 우리나라의 영화도 그렇지 않나요? 왜냐하면 제작사 쪽에서 배드엔딩 쪽 결말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반살리 감독 영화는 배드엔딩이 대부분이에요.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어떤 식으로 끝나는지는 얘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B: 그러고 보니까 반살리 감독 영화치고는 굉장히 뭉클하고 감동적인 엔딩이었어요. 또 이야기 자체도 다른 반살리 감독 영화에 비해 좀 더 입체적이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서 뭔가 좀 이례적이기도 하고… 이건 개인적인 감상인데 반살리 영화중에 제일 재밌게 본 것 같아요.

 

B: 네, 저도 이야기로는 반살리 감독 영화중에서 이 영화가 제일 재밌었어요. 

 

Ma: 마음의 응어리가 안 남아서 깔끔하고, 이게 바로 균형 잡힌 대중영화라는 느낌입니다.

 

 춤도 적당히 있고 전 넷플릭스에서 판권을 샀다고 하길래 춤도 프로모션으로 나왔던 시퀀스 한두 개 있고 이게 땡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아서… 넷플릭스에서 이렇게 춤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B: 이 영화의 맛살라 시퀀스가 딱 여섯 개거든요. 그런데 여섯 개의 시퀀스 각각이 허투루 쓰이는 게 아니라 강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심리인지를 보여주거나, 처음 모습과 나중에 변화된 모습을 대조하는 등 다양한 의도에 맞게 잘 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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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영화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Ma: (갑자기 떠오른 건데) 일본 드라마나 영화도 (인도 영화처럼)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인위적으로 극적이잖아요. ‘가부키’라든가 ‘노’ 같은 정형화되고 극적인 장르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에도 정형화된 극예술이 있었을 텐데 왜 차이가 나는 걸까 싶고. 아무튼 흥미롭네요. 

 

B: (영화랑은 정말 상관없긴 한데) 남인도 영화에서 특정 배우가 나오면 그 배우가 등장하는 시점에 그 배우의 이름을 따로 자막으로 띄우고 사람들이 환호하잖아요. 샤룩 칸의 시그니처 포즈도 있고요. 이런 게 가부키에서 특정 가문 출신의 유명 배우가 나오면 관객들이 ‘어느 집안의 누구!’ 하고 환호하고, '미에'라고 특정 상황에서 취하는 자세가 딱 정해져 있는 것과 좀 통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Ma: 옛날에 마을에 이름 있는 극단이 왔을 때 환호하던 문화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B: 우리나라엔 그런 문화로 마당놀이나 판소리가 있었죠. 

 

Ma: 그런데 우리나라는 배우를 중요시하는 문화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Y: 옛날에 국극 같은 것도 있었고 일본은 그걸 어느 정도 대우를 해주는 쪽이었고 우리나라는 약간 그걸 천시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쇠퇴한 것 같아요.

 

Ma: 그런 게 사라져서 우리가 모르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인이라면 서구적 리얼리즘 연기 톤에 되게 익숙하고, 사실 저도 리얼한 연기 톤을 은연중에 선호하게 돼요.

 

Mo: 근데 인도 영화 보면요. 힌디어 있잖아요. 다른 언어, 영어도 많은데 인도 다른 언어마다 배우들 페이도 차이 나고 그런가요? 아무래도 힌디어가 제일 세니까 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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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디어인 발리우드 영화가 아닌 텔루구어 영화로 큰 돌풍을 일으킨 영화 《RRR》

 

지금은 밸런스가 맞춰졌다고 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발리우드라고 하는 힌디어권이 만드는 영화도 많고 제작비도 많이 투입하는데, 이번에 다른 언어권 영화가 넘어섰죠. 《RRR》이라고 라자물리 감독이 만든 텔루구어권 영화이고요. 그 뜻은 이제 힌디어권이 아닌 시장에서도 높은 제작비를 들일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는 뜻이죠. 

 

만약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시장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제작비를 요구하면서 ‘돈 좀 주십시오’ 하면 투자자들이 ‘너 미쳤니?’라고 할 겁니다. 물론 평균적으로는 발리우드 영화들이 들이는 제작비를 봤을 때 다른 언어권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현재는 다른 언어권 시장의 영화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달까요.

 

Y: 사람이 많으니까 손익분기점 맞추기가 쉽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진짜 인도를 갔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안 사실인데 우리나라는 지금 얼마 전에 cgv가 관람료 올렸다고 엄청 욕먹었잖아요. 그래서 이제 오늘 같은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면 한 1만 5천 원 이렇게 되잖아요. 인도는 그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외화 관람료가 더 비싸요. 외화가 왜 인도에서는 잘 안 팔리는지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그것 같아요.

 

Y: 그런데 중국 같은 데는 손익 분기점 맞추기가 너무 쉽다고 들었어요. 관객이 너무 많으니까. 그러니까 영화 퀄리티가 대충만 나와도 되니까 너나 나나 투자하고 영화도 날림으로 막 빨리빨리 만들어서 하려고 하고, 그래서 인도도 제가 알기로는 인구가 많으니까 망하는 영화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추측이에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Y: 많이 만들어서 그런 건가요? 

 

 많이 만들어서도 있겠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좀 통제돼 있잖아요. 그리고 중국도 생각보다 영화를 많이 만들어요. 그런데 배급사는 몇 개 없어요. 제작사는 많은데 배급은 거의 통제되어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럴 거예요. 

 

그리고 아까 날림으로 만든 영화중에는 춘절(설날) 영화라고 그런 영화들이 많은데 이런 배경도 있어요. 중국에서는 명절이 되면 꼭 영화를 보러 간대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설날 추석 때 영화 많이 보러 가고 그때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하잖아요. 

 

물론 인도도 똑같죠. 디왈리 시즌도 있고 아까 얘기했던 살만 칸같은 배우는 처음으로 무슬림의 단식 해제일인 이드(Eid)절을 산업 기점으로 만든 사람이에요. 이 밖에도 명절에는 인도도 대작 영화들을 준비하는데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면 아까 같은 명절 시즌에 한 열 편을 내놓으면 그래도 몇 편은 건지니까 카메오같이 스타들을 등장시킨 맥락 없는 상업영화들이 나와도 흥행을 하는 것이죠. 

 

물론 인도도 그런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만큼 심한 수준은 아니고요.

 

B: 그리고 대중이라고 해도 아예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재미도 없고 못 만든 영화는 걸러지기 마련이에요.

 

 또 그것도 있다. 아까 우리 인도에서 ‘언어권 시장’ 얘기했잖아요. 여기서 갈리는 것도 있죠.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지만 거기서도 경쟁을 하게 되고 

 

Y: 언어가  총 몇 가지 정도 되나요?

 

 크게 나누면 50여 개 되는데 지역의 구술 언어까지 하면 400개도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에 부커상을 인도 작가가 수상한 거 아시나요? 이 작품은 원래는 힌디어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외신에서 ‘인도말’로 쓰여졌다고 하니 어떤 네티즌이 반박을 하더라고요. ‘인도말’이라는 건 대체 뭐냐고.  

 

 여담이지만 인도가 부커상 수상은 처음은 아닙니다. 영화로도 나왔던 ‘화이트 타이거’가 부커상 수상작이지만 애초에 영어로 써졌기 때문에 번역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B: 그러면 영화 산업에서 제일 두각을 드러내는 언어권은 한 10개 정도 되겠죠? 

 

 그렇겠죠. 일단 어느 언어권 시장이 큰지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게 인도 내에서 어떤 영화가 개봉할 때 어떤 언어의 더빙이 붙느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이라는 영화가 인도에 개봉되었는데요, 이 영화의 더빙판이 힌디, 타밀, 텔루구, 칸나다,  말라얄람 이렇게 5개입니다. 즉 이 5개 언어권 시장이 빅 파이브라고 보면 될 것 같더라고요.

 

 벵갈리나 마라띠 같은 언어권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로 비빌 정도의 그런 규모는 아니다. 

 

Ma: 우리가 아예 접하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지역 영화도 많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인도 갔을 때, 인도 영화관 체험을 하고 싶어서 카르나카타에서 칸나다어 영화를 봤었거든요. 매우 전형적인 줄거리를 가진 킬링타임용 영화였습니다. 근데 그런 거는 아예 그냥 집계가 안 되고 우리한테도 그렇게 딱히 올 일도 없을 거고 그냥 지역에서 작은 영화사가 만들어 소비하고 제작비도 많이 안 썼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B: 인도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하고 OTT나 VOD로 들어온다고 해도, 인도에서 진짜 대박을 친 정도여야 우리나라에 들어오잖아요. 

 

Ma: 일단 작품성을 인정받았거나 어디 외국의 평론가가 좋은 말을 해 줬거나 그런 거만 들어올 테니까.

 

B: 근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돼 있거나 세계적인 문학상을 탄 인도 문학 작품 중에는  벵골 문학 작품이 많은데, 벵골 영화는 우리나라에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Ma: 벵골은 예술영화만 유명한 것 같아요. 사트야지트 레이 영화.

 

 그 분의 자리가 엄청 큰데요. 그 후신이나 그런 분들도 나오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반향을 못 일으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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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강구바이가 타는 차가 두 대가 나오는데 두 번째 나온 차를 강구바이가 수입차라는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그게 미국에서 수입한 차인건가요?

 

 운전수가 첫 번째 차에서는 오른쪽에 앉아 있었는데 두 번째 차에서는 왼쪽에 앉아 있더라고요

 

Ma: 인도에선 차가 영국식이라 우리나라와는 운전석이 반대 방향에 있어야…

 

Y: 약간 조그만 첫 번째 차는 인도식으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데 두 번째 차는 우리나라처럼 왼쪽에 운전석이 있더라고요

 

 이건 배경을 얘기해 드릴게요. 실제로도 영향이 있는 건데 강구바이가 두 번째로 탄 게 아마 캐딜락일 거예요. 강구바이가 실제로도 카마티푸라에서 캐딜락을 모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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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오늘 넷플릭스 영화를 같이 봤지만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 문화 자체가 사실 이렇게 모여서 보는 문화의 반대편에 있잖아요. 개별적인 감상이 있고 영화가 마음에 안 들으면 끊을 수도 있고 배속을 늘려서 빨리 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밀양》으로 유명한 이창동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이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영화 속의 시간을 관객이 느꼈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좋았던 시퀀스를 꼽으라면 저는 ‘Meri Jaan’이라는 노래가 나왔던 차 안에서의 장면을 꼽고 싶은데요, 차안에서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주인공 강구와 아프산과의 감정이 오가는 장면에서 온갖 희로애락이 표현되는데요, 영화 속 차 안에서 벌어지는 시퀀스는 관객이 함께 동승하며 그 분위기를 느껴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들어간 것들이 많습니다. 최근엔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 같은 영화가 그랬고요.

 

 지금은 영화가 디지털로 전송되지만 예전에는 말 그대로 필름이 돌아가는(rolling) 형태였기에 자동차 바퀴가 돌아가는 건 나름의 은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24프레임 속에서  표현되는 시간이 바로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인 것이죠. 

 저는 따라서 그 시퀀스동안 강구바이가 느꼈을 감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느껴주길 바랐습니다. 넷플릭스보다는 어쩌면 극장이 더 어울렸을만한 영화였지만 이렇게라도 들어와주니 다행인건 아닌가 싶고요. 

 

 

 이런 저런 의미에서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는 굳이 ‘시네마 익스피리언스’같은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극장 같은 시설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다고 생각하고요. 이미 넷플릭스로 건너온 영화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운이 좋아서 스크린으로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라고도 전하고 싶습니다. 

 

 극장 문화를 선호하는 저는 특히 올 해의 캐치프레이즈로 ‘인도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고 싶습니다’로 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인도영화 개봉 편수 0편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저는 인도영화가 극장에서 즐기기 정말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다시 극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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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pberRy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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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깊이가 있는 글이네용 rrr궁금해서 함 보려고요 ㅎㅎ 외화티켓이 더비싸단 것과 이창동감독님 극장언급부분 흥미롭네여 마지막 인도요리까지!_!

02:24
22.06.26.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케이시존스
익무에서도 맛살라톡 했던 그 시절이 그립읍니다
09:24
22.06.26.
profile image 2등
오랜만의 맛살라톡! 정리하시느라 수고많으셨을듯.스크롤이 장난아니네요.이작품 궁금했는데 찜해두고 보고나서 읽어보는걸로 ㅎㅎ
02:26
22.06.26.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쿨스
영화 러닝타임이 150분이었는데 톡을 그정도 했네요
몇몇 부분은 쳐냈는데도 분량이 저정도로 나왔습니다
09:26
22.06.26.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golgo
감사합니다. 진짜 오랜만에 정리해봤네요
09:26
22.06.26.
profile image
RRR에서 시타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출연작 보니 이 작품이 떠서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스크랩해두었다가 감상 후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11:07
22.06.26.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RoM
《RRR》 나음 화제작 같은데 익무엔 후기가 그닥 없네요…
이 영화도 후기 준비중인데 올라갈때 쯤엔 인기가 식어있을까 걱정입니다
11:19
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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