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독일 역대 최고 걸작 영회 10

1위. 엠 (1931) - 프리츠 랑: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최고 거장이자 동시에 독일 영화의 영원한 아버지인 프리츠 랑의 최고 걸작. 아동 연쇄살인사건을 둘러 싼 각양각층의 집단들의 행동을 통해 독일 사회에 드리워진 나치즘의 망령을 섬뜩하게 풀어낸 이 걸작은 영화가 단순히 시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예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2위. 노스페라투 (1922) - F.W. 무르나우: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이자 절대 잊을 수 없는 악몽을 선사하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공포 영화 걸작. 특히 막스 슈렉이 연기한 흡혈귀 연기는 악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섬뜩한 귀기를 뿜어낸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실은 막스 슈렉이 인간이 아니라 진짜 흡혈귀였다는 영화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참고로 그 영화는 ‘뱀파이어의 그림자’이다.

3위.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19) - 로베르트 비네: 독일 표현주의 영화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인 공포 사이코 스릴러 걸작. 지금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사이코 스릴러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으로서 독일 표현주의 특유의 과장되고 기괴한 화면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끔찍한 무의식을 굉장히 섬뜩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마지막 반전은 지금 봐도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하다.

4위. 롤라 몽떼 (1955) - 막스 오퓔스: 막스 오퓔스의 대표작이자 비극을 너무도 화려하게 표현한 인상적인 걸작. 이 작품은 일단 굉장히 잔인하다. 당대 최고의 스타이자 수많은 추문을 일으킨 롤라 몽떼가 스스로 자신의 감추고 싶은 추한 일화들을 서커스 무대에서 재현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추문을 연기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작품은 그러거나 말거나 바로크적인 화려한 미장센을 바탕으로 이것을 굉장히 매혹적인 볼거리로 승화시킨다.

5위.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1974) -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독일 멜로 영화의 절대 강자인 파스빈더의 최고 걸작. 이 작품은 알리라는 이주민 노동자와 사회로부터 천대를 받는 늙은 하층 노동자와의 사랑을 통해 사회 안에 소속된 인간이 과연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표한다. 자신이 놓여있는 위치에 따라 사랑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태도에 어찌 그런 의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6위. 시간의 흐름 속으로 (1976) - 빔 벤더스: 초기 가장 순수한 빔 벤더스의 정수를 담은 걸작. 두 남자의 여행을 통해 변화하는 당대 독일의 모습을 차분하게 서술하는 이 작품은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빔 벤더스 영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아주 뛰어나다. 일례로 만약 이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면 빔 벤더스의 또 다른 걸작 ‘파리 텍사스’가 나왔을까.

7위: 아귀레 신의 분노 (1972) - 베르너 헤어조그: 그냥 미친 영화. 조셉 콘라드 원작 ‘어둠의 핵심’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이 작품은 전설의 이상향 엘도라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을 감행하는 한 미치광이 군인을 통해 유럽 제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 풍자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공인된 미치광이인 감독 베르너 헤어조그,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가 없었다면 이 성공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8위. 양철북 (1979) - 폴커 슐렌도르프: 1979년 칸 영화제에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과 폴커 슐렌도르프의 ‘양철북’이 공동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어렸을 적 나는 이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옥의 묵시록’의 단독 황금종려상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니 공동 수상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때 당시에는 이 작품의 진짜 가치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9위. 타인의 삶 (2006)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솔직히 현대 독일 영화는 많이 보지 못 했다. 일단 이전 표현주의 영화 시절과 뉴 저먼 시네마 시절만큼의 걸작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 차에 정말 간만에 내 마음을 뒤흔든 독일 영화 한 편이 나왔으니 그 작품이 바로 ‘타인의 삶’이다. 불법 도청을 통해 오히려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을 가진 이 작품은 그 과정을 너무도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는데 성공한다. 특히 마지막 주인공이 서점에서 책을 사는 순간은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온다.

10위. 바더 마인호프 (2008) - 울리히 에델: 독일 역사상 최고, 최악의 테러리스트 집단이 ‘바더 마인호프’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엄청난 열기가 압도적인 작품이다. 뒤도 안 돌아보고 오직 앞으로만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이 작품은 최근에 나온 독일 정치 영화 중 가장 뜨겁고 공격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엄청난 논란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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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분이 학교과제때매 본 영화들이 많네요. 특히 벤더스, 파스빈더, 슐렌도르프 영화들이 말이죠 ㅎㅎ

양철북, 바더 마인 호프 컴플렉스..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양철북은 들어봐서 아는데, 독일 영화였군요? ^^;;
최신작인 타인의 삶은 꽤나 잘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듣긴 했었는데,
독일영화인 줄은 몰랐네요. ㅋ
개인적으로는 아마 독일 영화였던 걸로 아는...
벤디츠 엄청 재미있게 봤어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따로 구해서 듣고 다닐정도였었죠.ㅋㅋ
본 영화가 하나도 없네요 ^^;;;;;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은 대학수업에서 한번 들었던 기억이
롤라 몽떼 굉장히 특이해보이네요~
아이러니하게 가장 최근작을 제외하고 9편을 봤네요.
대부분 공감할만한 작품이지만 저라면 '특전 유보트'와 '파니 핑크'도 들어갔을듯..
그러고보니 타인의삶을 제외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품이네요. 과연 내 살아생전에 이 작품들 중에 하나정도는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