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보고 온 후기입니다! (장문, 스포o)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영화를 저처럼 정말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오늘 보고 왔습니다! 애정해 마지 않는 감독님의 영화라서 그런지 평이 많이 갈린다는 것, 그리고 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독님의 연출에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씨를 비롯한 초호화 캐스팅이기에 기대감 낮추는 것은 쉽지 않더라구욬ㅋㅋㅋ 4년전에 어느 가족을 봤을 때는 관객이 많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관객이 꽤나 많아서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유명세와 한국 배우들의 티켓파워가 겹쳐지니 많은 관객들이 온 것 같아 기분 좋았습니다 ㅎㅎ
배우분들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와 이래서 송강호 송강호 하는구나 싶었어요! 분명 힘을 들여서 연기하는 것이 아닌데 존재 자체가 거대하고 튼튼한 기둥 같은 느낌? 강렬한 연기가 아니고 일상적이고 담백하게 연기하시는데도 영화 자체를 리드하신다는 느낌을 받고 꽤나 놀랐어요ㅋㅋㅋ
강동원님, 배두나님이야 원체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니까 그렇다쳐도 이지은님도 첫 상업영화인 걸로 아는데, 대배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연기를 하셔서 감탄했어요!
이주영 배우님은 이 작품으로 처음 보는데 객관적으로 팩트폭력? ㅋㅋ을 말할 때 과하지도 않고 무심하게 잘 하시더라구요! 이 영화에서 제일 애정하는 해진이도 당연히 최고!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영화들을 보면 어쩜 아역들이 연기를 이렇게 잘 하지 싶어요. 이 영화에서도 해진이가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서 많이 웃었어요 ㅋㅋㅋ 감독님만의 비결이 있는 것일까요?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 덕에 어린 배우들도 긴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초반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몰입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ㅠ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알던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의 느낌이 아닌 것 같다는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의 개인 의견이에요 ㅎㅎ) 생각이 들었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대해 친근감이나 동질감도 잘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여러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잘 와닿지가 않았어요.
특히 울진에서 우성이가 못나고 눈썹이 엷어서 그러니 400만원만 주겠다는 이상한 부부와 대면하는 장면에서 이질감이 좀 심했어요ㅠ 개인적으로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영화 같지가 않았다고 할까요 ㅠㅠㅋㅋㅋㅋ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ㅠㅠ)
근데 또 보다보니 우성에게 적합한 좋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문선아가 아닌 문소영이라는 본명을 말하고 해진이라는 퍼즐이 딱 들어 맞춰지니 그제서야 삐그덕 거리던게 부드럽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 영화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수많은 좋은 장면들과 연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연출은 모유를 활용한 연출인데요, 소영이 우성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직전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화장실로 다급하게 도망치듯 그 장소를 벗어나고 그 후에 변기가 클로즈업 되고 변기에 모유를 버리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왔잖아요.
이와 대비적으로 아이를 입양하려는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기 전 아이에게 수유를 해봐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마치 제 아이인듯 다정하게 부부가 젖을 물리고 우성을 돌보는 모습을 소영이 가슴께에 손을 들고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그런 존재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간절히 바라고 소중한 존재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영은 극 중 내내 우성에게 애착을 가지지 않는 듯 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우성을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차장에서 자동세차를 하는데 해진이가 창문을 열고 다같이 비누거품을 맞고 꺄르르 웃는 장면도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어요! 다섯명의 인물들이 말 그대로 비누거품으로 다시 깨끗해지는 건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해진의 장난에 다시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수많은 캐릭터 중에 저와 가장 비슷해서 5명의 여행을 같은 시선에서 바라봤던 인물은 수진이에요. 저는 좋게 말하면 정이 많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데요ㅎㅎ 수진이라는 인물도 말은 툭툭 내뱉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위해 제 3자의 입장에서의 관찰과 관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개입을 하잖아요. 그래서 자꾸 저도 모르게 동일시하게 되더라구요ㅎㅎ
(베이비 박스 밖에 버려진 우성을 얼어죽지 않게 비를 뚫고서 베이비 박스 안에 우성을 넣어준다던가, 분명히 형사로써 함정수사는 불법이지만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를 잡기 위해 연기자들을 섭외해서 현장을 덮치려 시도하거나, 소영에게 자수를 권하고 종내에는 소영이 감옥에 들어간 3년간은 우성을 맡아서 돌보고 마지막에 소영에게 편지를 남기는 것 까지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형사라는 공적인 선을 넘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것도 좋았구요, 초반에는 책임지지 않을 거면 왜 낳는지 모르겠다고 냉랭하게 말하던 수진이 후반부에 소영과의 대면 속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거나, 누구보다도 아이를 팔고 싶었던 건 우리가 아닐까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수진이 정체되어있고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변화하는 인물이라서도 좋았어요.
영화가 무르익으면서 감정이 고조되어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보다가 잉? 스러웠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ㅠㅠㅋㅋ
분명 이 영화가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입장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고, 생각할 거리를 간접적으로 던져주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서 어색하고 낯선 장면은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이었어요...ㅠ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한번도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냥 장면을 보여주시고 그걸 관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끔, 스스로 돌아보게끔하시는 연출을 하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감독님께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셨는데 왜 이렇게 연출을 하신걸까 생각했습니다ㅠ 그간 봐왔던 감독님의 영화는 일본 영화의 일본어 대사라서 어색하지 않았으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한국 영화의 한국어 대사로 직접 들으니 어색함을 느낀 것일까요? 익무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건 오늘밤에 자기 전 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
전작인 '어느 가족'에서처럼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어도 범죄에는 변명이 아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하는 마지막도 좋았구요, 비오는 밤 차가운 바닥에 버려져서 어쩌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우성이를 위해, 우성이를 팔기 위해 마주친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를 돌봐주고 지키고 애정을 주는 장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좋았어요.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니라 다같이 우성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자라는 열린 마무리여서 더 좋았구요ㅠㅠ
오늘 '브로커'를 같이 본 친구와 4년전에도 '어느 가족'도 같이 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요ㅋㅋㅋㅋㅋ 오늘도 저와 제 친구는 엉엉 감정이 북받쳐서 울고 눈이 퉁툰 부었네요ㅋㅋㅋㅋ 🤣
사회문제에 대해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어느 한 사람도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없음을 보여주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감독님은 역시 감독님이다 생각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 어서 가서 보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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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삶의 태도가 온전히 변화한 것은 수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더욱이, 결국 소영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쳤구요.
여러 모로....왜 홍보과정에서 좀 스포트라이트를
못받았는 지 모를 정도로 너무 좋았습니다.
수진은 일종의 관찰자 입장인걸로 인식되더군요. 혹은 관객?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은 감독님께서 그동안 이 말을 정말 하고 싶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독님께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구 모든 존재에게 말해준다고 생각하니 또 나름의 감상 포인트가 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