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질을 처음 하게 만든 영화
때는 2016년 겨울입니다.
또래에 비해 상업 영화는 많이 본다고 자부했던 대학생 시절이었죠. 여느때와 같이 혼영하러 갑니다. 당시 상영관에는 저포함 3명뿐이었고요.
크레딧이 올라가고 엔딩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고 있을 때, 따로 앉아 있던 관객 두 분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한 분은 제 또래였고, 다른 한 분은 중년 여성분이셨어요. 지인인듯 했고, 각자 따로 영화관엘 왔나봅니다.
영화 너무 좋지 않냐고, 이번에 보는 게 세번째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다고, 자신도 또 보러 와야겠다고 같이 자리를 나섭니다.
대화를 엿듣고 괜히 더 좋아졌어요, 그때 그 영화가요. 지금에서야 되새겨보자면, 그때가 제게 첫 영화적 순간이라 감히 웅얼거려봅니다. 세 명이라는 관객. 지방 소도시여서 그랬겠지만, 영화를 더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그해 아트버스터, 짐작 가시나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 입니다. 또롤이라고요? 네, 맞아요 ㅋㅋㅋ
N차 관람, 굿즈 모으기, 원정 관람, 영혼 보내기를 처음 하게 만든 영화에요. 계속 글로는 다소 따분하니, 재개봉 전 모았던 굿즈 몇개 보여드리면서 추억이나 공유할까 해요.
어렵게 교환한 프레스킷과 국내 전단입니다. 지금에야 고이 모셔두고 있지만, 그땐 프레스킷을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 지 몰라요.
일본 유료 팜플렛이에요. 한창 흥행할 때, 구매대행으로 고이 모셔왔습니다. 앞뒤 책날개를 펼치면 흔히 저희가 아는 유명한 사진이 수록돼 있어요.
CGV 에서 획득한 굿즈들입니다. 사진집, 다이어리 북마크 set, 필름 마크에요. 명씨네 필름 상영 때 필름 마크 증정했었는데, 이 때 처음 명씨네 가봤어요 ㅋㅋㅋ
엽서 떼샷! 우측 하단은 지금은 활동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모일러스트 작가님 비공식 판매 엽서에요.
피그말리온 굿즈에요. 포스터는 어디 짱박아뒀는지 찾기 어렵네요. 아트나인 플리마켓에서 판매했었죠. 그 때 못 갔었는데, 모디자이너님 DM으로 개별 구매 성공했었답니다. 테레즈 컵은 실사용 중이에요. 겨울에 캐롤 사운드 트랙 들으면서 뱅쇼 한 잔 하면 얼마나 좋게요?
플레인아카이브 모음이라고 쓰고, 언-언박싱 모음이라고 읽는... 디럭스 박스셋은 영원히 개봉 못 할 것 같아요... 미개봉으로 남겨두고 싶은 덕후의 마음... 아시죠? 언리밋 에디션 할 때마다 플레인 판매 공지를 매년 기다렸던 게 접니다 ㅋㅋㅋ
가장 처음 발매된 플레인아카이브 DVD에요. 수록된 엽서셋이 너무너무너무X100 좋아서 이건 개봉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쯤되면 빠질 수 없는 사운드 트랙 CD와 프리즘 오브 캐롤편입니다. 텀블벅으로 후원자 박제되는 영광을 얻었다죠ㅋㅋ
너무 굿즈 얘기만 했나봐요. 그래도 물성이 있는 게 참 좋습니다 저는요. 평소엔 고이 모셔두다가도 이렇게 꺼내볼 때면 주절주절 얘기할 수 있는 건덕지를 제공해주잖아요?
한 영화를 열렬히 좋아했던 이 경험으로,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깊게 빠져버렸어요. 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마음이 확장되어가는 느낌. 취미 중에서도 영화는 너무 제 취향이네요.
칸 영화제와 여러 기대작, 시사회로 들썩한 요즘 너무 즐겁네요. 다들 덕질 건강히 하시고, 가장 애정하는 이쁜 쓰레기로 마무리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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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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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정도로 빠졌었던 영화가 뭐였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캬 캐론이면 덕질할만하죠! 극장에서 봤듼 그 눈빛은 저도 아직도 기억날만큼 인상적이었어요ㅎ.ㅎ
초반부의 그 강렬한 사운드 부터....그냥 빠져들 수 밖에
없었네요 😎😎
저도 캐롤 감명깊게 봤는데 ㅎㅎ 영화 자체를 덕질까지 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