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유랑의 달] 일본 평론가의 리뷰
오는 13일 일본서 극장 개봉하는 넷플릭스 애니 영화 [버블]과 이상일 감독 신작 [유랑의 달] 현지 평론가 리뷰를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출처 - https://eiga.com/movie/96272/critic/
출처 - https://eiga.com/movie/95363/critic/
극한의 액션으로 연주하는 ‘인어공주’ 모티브의 보이 미츠 걸 스토리
[너의 이름은]의 대흥행 이후, 그 흐름에 따라 기획되었다고 생각되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가 많이 쏟아져나왔다. 애니메이션 팬들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 팬들한테는 알려지지 않은 크리에이터나 제작 스튜디오가 기용되어 극중곡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깜짝 놀랄 아티스트가 악곡에 참여하는 등 음악면에서 궁리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은… 그런 특징이 있는 작품군 중에서 이번 작품은 비장스런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발돋움시킨 주역인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가 기획 및 제작을 맡았고, TV 애니 시리즈 [진격의 거인]을 연출한 아라키 테츠로 감독과 위트 스튜디오 양자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실현. 영화 팬들한텐 [야마카시]로 친숙한 파쿠르가 영화 전체에 걸쳐 펼쳐지고, 3D CG와 손으로 그린 작화를 구사해 극한의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오바타 타케시 캐릭터 디자인 원안, 우로부치 겐 각본, 사와노 히로유키 음악감독 등 호화 스태프들이 집결해 미야노 마모루, 카지 유우키 등 아라키 감독 연출작에 참여한 성우진이 시손 쥰, 리리아, 히로세 아리스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내린 거품으로 중력이 무너지고 일본의 수도 기능을 상실한 도쿄에서 주인공 히비키와 신비한 소녀 우타는 ‘어떤 소리’에 이끌리듯 만나게 된다. 처음엔 말을 잘 못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우타의 매력은 아기 고양이 같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표현되며 히비키와 마음이 통하는 모습도 파쿠르를 통해 그려진다.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미니멈한 보이 미츠 걸 이야기를 영상에서 묻어나는 기분처럼 그려보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작극도 인상적이고 디스토피아풍 세계관이나 이야기상의 논리도 굳이 설명하진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영상으로 이야기하자’는 강한 의지 아래 이만큼 사치스러운 그림 만들기가 이뤄졌을 것이다.
이상일 감독이기 때문에 건져낸 ‘경화수월’처럼 섬세한 세계
나기라 유 작가의 소설 [유랑의 달]을 발표 직후 다 읽었을 때, 행간에선 ‘바람’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일 감독의 연출로 영화로 재탄생한 [유랑의 달]에선 ‘바람’보다도 ‘물’을 강하게 느낀건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청나라 때부터 문헌에서 ‘경화수월’이란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이 말에는 ‘아름답지만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작품 제목에도 있듯이 극 중 ‘달’이 실로 효과적으로 비춰지고 있어 물과의 대비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여운을 문답무용으로 보는 이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더구나 수면에 비치는 달은 마치 실체없음이 이번 작품을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넘어섰지만 상징으로 존재하는 것 처럼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상일 감독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아픔과 고통을 견뎌온 사람에게 찾아오는 구원을 찾아냈듯이 설령 세상의 틀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었던 사라사와 후미라 할지라도 편견과 억압에서 해방되는 한 순간을 섬세하게 건져내고 있다. 아니, 이상일 감독이기 때문에 그리고 히로세 스즈와 마츠자카 토리가 사라사와 후미를 잘 맡았기 때문에 건져낸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저녁 공원에서 비에 젖은 열 살의 사라사에게 열아홉 살의 대학생 후미가 우산을 내미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모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사라사의 뜻을 눈치채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후미 아래 사라사는 두 달을 보내지만 이윽고 후미는 유괴범으로 체포된다. 그로부터 15년 후,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 ‘상처 받은 피해 여아’와 ‘가해자’라는 낙인을 짊어진 채 재회를 이룬 사라사와 후미 밖에 모르는 150분에 이르는 사랑 이야기다.
원작을 읽으면 작법을 하나라도 틀린 순간 단번에 전락해 버릴 정도로 위험과 가까운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원작을 영화화하기 위해 이상일 감독 외에도 지금을 설레게 하는 많은 영화인들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그만큼 영상 작가가 연애라는 말로는 묶을 수 없고 단절과 억압을 몸 속에 스민 외로운 두 사람에게 매료된 진의에 기대려 할 수록 더욱 깊이 작품 세계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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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유랑의 달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