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백상] '영화부문' 심사 과정

지난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고 JTBC·JTBC2·JTBC4·틱톡에서 생중계된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은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이 받았다. 봉준호 감독, 이준익 감독에 이어 3년 연속 '감독 단독 대상'의 계보를 잇게 된 류승완 감독은 심사 과정에서 연출작 '모가디슈', 그리고 제작사 외유내강 대표이자 아내 강혜정 대표와 최종 경합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팬데믹 여름 '인질'과 '모가디슈' 개봉을 추진하며 극장의 숨통이 되어주고,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낸 강혜정 대표의 공을 치하하면서 "작품, 감독, 배우 뿐만 아니라 제작자 개인의 이름으로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는 대상도 탄생할 때가 됐다"는 새로운 의견으로 향후 백상예술대상의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인질'과 '모가디슈' 모두 공동 제작으로 추진된 만큼, 대상 후보를 '모가디슈'와 류승완 감독으로 압축했고 "사람이냐, 작품이냐"를 두고 3차까지 가는 격론 끝에 류승완 감독을 대상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모가디슈'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기적의 결과물을 위해 함께 했지만, 프로젝트를 이끈 류승완 감독의 힘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갖고 있는 노력과 성취를 볼 때 충분히 대상의 가치가 있다. 상징적인 대상은 류승완 감독에게 가는 것이 맞다"고 총평했다.

대상이 류승완 감독으로 결정됨에 따라 작품상은 자연스레 '모가디슈' 차지가 됐다. '모가디슈'는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후보추천 설문에서도 만점을 받았던 바. 최종 심사에서도 심사위원 만장일치 작품상으로 기록됐다. 또한 감독상은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에게 돌아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이어 '킹메이커'까지 '변성현의 색깔'을 보여줬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들은 "변성현 미장센이 '불한당'에서 끝났다면 그 작품만의 성과가 됐겠지만, 변성현 감독은 '킹메이커'를 통해서도 변성현만의 강점을 담아냈다. '불한당'이 비단 운과 거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더 탄탄하게 완성한 '킹메이커'로 증명한 셈이다"는 뜻에 동의했다.

작품상부터 감독상, 신인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예술상 부문은 매해 한 작품에서 여러 후보를 배출해 조금 더 디테일한 심사를 요구한다. 올해는 빠르게 결정된 신인감독상과 달리, 각본상과 예술상 부문에서 오랜시간 논의가 이뤄졌다. 사전 설문조사와 후보 선정 심사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은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과 최종 심사 투표에서 5표를 획득하며 배우 출신 감독으로 처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심사위원들은 "연기력도 대단한 배우이지만 연출력도 많이 놀라웠다. 재치있고 즐거운 작품이 고마웠다"고 전했다. 예술상은 촬영과 촬영의 경쟁. '모가디슈' 최영환 촬영감독이 '킹메이커' 조형래 촬영감독과 1, 2차에 걸친 투표 끝에 5표를 받아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또 가장 많은 의견이 쏟아졌던 각본(시나리오)상 역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연애 빠진 로맨스'가 "엔딩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신선한 장르와 결과물"이라는 공통의 평가 속 1, 2차 투표에 부쳐졌고 심사위원들은 말 맛이 살아난 시나리오 '연애 빠진 로맨스'에 최종 손을 들어줬다.

남자 최우수연기상은 매년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전통을 이었다. 올해는 '킹메이커' 설경구와 '뜨거운 피' 정우의 싸움이었다. 설경구를 지지한 심사위원들은 "설경구의 연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킹메이커'는 달랐다", "저 배우가 이제는 저런 연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정말이지 더 귀한 배우가 됐다. 후배 배우들을 보좌하면서 자신의 자리까지 찾아가는,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행보도 근사하다"는 평을 내놨고, 정우를 지지한 심사위원들은 "작품은 아쉽지만 연기로는 함께 후보에 오른 선배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오로지 정우의 연기로 인해 작품과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정우의 다음을 또 다시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응원했다. 3대 3으로 최종 투표가 갈렸던 상황에서, 설경구는 한 표 차로 미소지었다. 여자 최우수연기상은 '당신얼굴 앞에서' 이혜영과 전년도 수상자 전종서가 함께 거론됐지만 이혜영에 대한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배우연구소 소장 백은하 심사위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21세기형 연기는 아니지만 '캐스팅 선택지는 확연히 넓어지겠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깊이와 연기가 잇는 주연 배우를 다시 얻은 느낌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김선아 심사위원은 "연기 이상의 감정을 본 순간이 있었다. 책에서는 본 적 있지만 실제 연기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놀랐다"고 극찬했다. 최종 6대 1의 결과로 시상식 무대 위 이혜영의 멋진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여자 조연상은 1분이 채 되지 않는 최단시간 결정났다. '기적' 이수경이 만장일치로 4년 만에 다시 같은 부문 트로피를 가져갔다. "'기적'의 이수경은 올해 본 모든 연기 중 가장 좋았다"는 호평도 얻었다. 반면 남자 조연상은 남자 최우수연기상 못지 않게 치열했다. 심사 시작부터 "막강하다"는 감탄이 튀어 나왔다. 신개념 빌런의 얼굴을 보여 준 '유체이탈자' 박용우, 공감의 여기를 펼친 '장르만 로맨스' 성유빈, 명불허전 '모가디슈' 허준호가 모두 1표씩 획득한 가운데 '킹메이커' 조우진에 4표가 쏠렸다. 심사위원들은 조우진에 대해 "'내부자들' 때 충격을 다시 한 번 받았다", "최근 식상하게 느껴진 지점들이 있었는데 '킹메이커'는 달랐다. 대단하고 징글징글했다", "잘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너무 잘하는구나' 싶었다. 또 하나의 킹메이커로서 압도한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어 더 의미깊은 남녀신인연기상은 '뜨거운 피' 이홍내과 '어른들은 몰라요' 이유미가 몰표로 영광의 수상 주인공이 됐다. 남자 신인상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뜨거운 피' 이홍내, '장르만 로맨스' 무진성이 만점으로 후보에 선정됐던 바, 수상자 선정도 각축전이 예고됐지만 최종 승자는 이홍내였다. 경쟁자는 '장르만 로맨스' 무진성. 심사위원들은 무진성에 대해 "앞으로 많이 클 것 같다", "어려운 연기를 무척 잘했다"면서도 강렬한 연기력을 보여준 이홍내에게 7표를 모두 건넸다. 만장일치 수상이다.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에도 오르며 이미 업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존재감을 입증한 이유미는 영화부문에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수상의 기쁨을 맛 봤다.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과 경합했지만 "이유미로 인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생겼다"는 평가로 6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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