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원작 편집자가 밝힌, 영화화 제작 비화
일본 영화 사이트 cinemora에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 만화 편집자 인터뷰가 실려서 옮겨봤습니다.
영화를 본 원작자 반응 등 꽤 흥미로운 일화를 알 수 있네요.
글 후반부는 영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서 전반부만 옮겼습니다.
전문은 아래입니다.
https://cinemore.jp/jp/news-feature/2465/article_p1.html
참고로 영화와는 다른 <올드보이> 원작 만화의 스포일러를 언급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올드보이 4K> 박찬욱과 전설의 만화 원작자 카리부 마레이의 기적적인 만남
원작 만화 편집자 히라타 마사유키 인터뷰
이유도 모른 채 15년이나 감금된 남자.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풀려난다.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남자를 감금하고 해방시켰을까? 2003년 제작된 <올드보이>는 이후 한국영화의 대약진을 예언하는 상징적인 작품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독창적인 영상 표현과 스토리의 화법은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칸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계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작품은 ‘망가액션’지에서 1996~1998년에 연재된 만화 <루즈 전기 올드보이>(글: 츠치야 가론(카리부 마레이) / 그림: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원작. 당시 일본에선 히트하지 못했던 만화와 박찬욱은 어떻게 만난 것일까?
이번 <올드보이 4K>의 일본 개봉을 기념해, 원작 만화의 담당 편집자였던 히라타 마사유키 씨를 인터뷰. 영화에 대해서는 물론 원작자인 카리부 마레이 씨에 관한 이야기를 긴 시간 들을 수 있었다. 카리부 씨는 <아호만스>(1986), <수증기 스나이퍼>(09, TV), <하드코어>(2018) 등의 원작자이기도 한 일본 만화, 드라마계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카리부 씨는 2018년에 타계했지만. 그의 전설적인 원작 만화 작업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값진 인터뷰가 되었다.
안 팔리는 만화가 한국영화가 된 이유
Q: 저는 ‘망가액션’에 연재된 <루즈 전기 올드보이>를 학창시절에 읽었어요. 그런데 연재가 끝난 후 2003년 한국에서 갑자기 영화화된 것에 무척 놀랐죠. 이번에 4K화된 <올드보이>를 본 소감이 어떠셨나요?
히라타: 18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집에서 DVD로 보는 것과 다르게, 큰 스크린의 깨끗한 영상으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Q: 당시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영화화 제의를 받은 건 어떤 경위로 진행됐나요.
히라타: (일본 출판사) 후타바샤에서 판권을 관리하는 부서로부터 “한국에서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다.”라고 연락해왔어요. 당시 <올드보이>는 전혀 안 팔리고 있어서 “뭘 하든 괜찮으니 하세요.”란 느낌으로 진행됐죠. 원작자인 카리부 마레이 씨와 그림을 그린 미네기시 노부아키 씨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고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드는구나.”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어요. 영화화를 허가했지만, 그 뒤로 한국 쪽에서 연락이 전혀 없어서 다들 잊고 있었죠.
Q: 각본 체크를 안 하셨나요?
히라타: 전혀 안 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 “영화가 완성됐다.”라는 걸 인터넷 뉴스로 보고서 “앗?”하고 놀랐어요. 한국에서 개봉하고 “흥행 수입 역대 1위”라는 정보도 뉴스로 알게 됐어요. 한국 쪽에 “빨리 비디오를 보내주세요.”라고 연락했는데, 좀처럼 보내주질 않아서 “어떻게 된 거야?”라고 생각했죠. (웃음) 일본 배급도 정해졌는데, 그 시점에서 배급사 사람도 못 봤대요. (웃음) 시사회 전날에 자막 없는 비디오테이프를 겨우 받고 카리부 씨에게 전했어요. “내일 시사회가 있으니 안 봐도 될 것 같아요.”라고 전했는데, 카리부 씨가 보시고선 바로 전화를 주셨어요. “대사를 못 알아듣겠지만 굉장한 영화일지도 몰라!”라고.
Q: 영화 제작 전에 원작자의 체크가 없었다는 게 굉장하네요.
히라타: 대충 대충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웃음) 요즘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Q: 그 후 시사회로 카리부 씨, 미네기시 씨가 보셨을 텐데, 반응은 어땠나요?
히라타: 좌우지간 “굉장해!”란 느낌이었죠. 카리부 씨는 시사가 끝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먹을 들고 승리 포즈를 취했어요.
Q: 카리부 씨는 영화의 OST를 사서, 일할 때 계속 들으셨다고 들었어요.
히라타: 똑같은 OST CD를 10장 정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아요. 집에서 들을 것, 일터용, 자동차용,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물할 용도로 여러 장 구매하셨어요. 그 정도로 맘에 드셨던 거죠.
Q: 원래 박찬욱 감독이 (만화) <올드보이>에 관심을 가진 건 봉준호 감독의 추천을 받은 게 계기였다면서요.
히라타: 3개월에 1번 정도 그분들이 일본 만화를 이야기하면서 술자리를 함께하는데, 봉준호 감독이 “이거 박감독 취향일 것 같은데 영화로 만들면 어때?”라고 권했대요. 한국판을 출판한 덕분에 제의가 들어와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결말을 대담하게 각색
Q: 당시 <올드보이>를 보고 놀란 게 스토리의 핵심 부분, 그러니까 “주인공이 왜 감금당했나?”라는 이유를, 원작과 전혀 다르게 바꾼 것이에요. 원작자 카리부 씨는 그 부분을 괜찮다고 하셨나요?
히라타: 괜찮다고 하셨어요. 영화의 전반부는 원작 그대로고, 이른바 카리부 씨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표현도 여러 곳에 들어가 있죠. 그리고 미네기시 씨의 그림에서 확실히 영감을 받은 장면도 있고, 원작 만화에 대한 리스펙트를 영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원작에서는 주인공 고토가 소년 시절, 같은 반의 음침한 소년이 부른 노래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 복수를 당한 이유였죠. 실제로 같은 경험을 카리부 씨가 하셨다면서요.
히라타: 맞아요. 초등학교 때 다른 학생들과 말도 잘 나누지 않는 남자애가 있었대요. 그 애가 음악 수업 때 노래를 훌륭히 불러서, 그걸 듣고 울고 말았대요.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만약 그 애가 내게 복수를 해온다면”이라는 아이디어가 (만화) 후반부의 전개가 됐죠.
Q: 굉장히 독창적인 복수의 이유인데, 박찬욱 감독은 왜 영화에 채용하지 않았을까요?
히라타: 박감독은 원래 원작 그대로 각본을 썼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의 2시간짜리 러닝타임으로는 관객을 납득시킬 수 없다. 그래서 “원한을 살 수밖에 없는”, 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이유를 넣어서 각색했대요. 그래서 박감독이 처음 카리부 씨를 만날 때, 무척이나 긴장했대요. 박감독은 입을 열자마자 대뜸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죠. (카리부 씨에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웃음)
Q: 카리부 씨도 영상으로 완성된 것을 봤기 때문에 변경된 것에 납득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히라타: 한국 쪽에서 사전에 각본을 카리부 씨에게 제출했다면, 어쩌면 영화가 못 나왔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한국 스태프가 일부러 각본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 같지는 않고요. 단순한 실수였다고 생각해요. (웃음) 그 우연 덕분에 그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후략)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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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기대받던 20세기 소년이 반대의 이유로 봉감독 손을 떠난걸 보면 정말 다행이네요 ㅎㅎ
다시 진행되었으면 하네요 ㅎㅎㅎ
몬스터도 그런식으로 다르게
더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시네마틱 무비로 만들어주셨으면...
한 마리 새 같은
원작의 다리(脚)에 색(色)을 입히는 것.
그러나 그 다리에 '다른' 색을 입히지 않으면
각색은 살지 않는다.
아니 각색은 날 수가 없다.
원작의 새와는 다른
각색이라는 새로운 새는
각색의 날개를 달고
원작의 둥지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날아올라야 한다.
그렇게 각색의 날개를 단
영화의 새 한 마리가
스크린의 하늘에서 훨훨 나는 모습을
관객은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