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로켓] 정말 아이러니한데 아름답습니다 (노스포)
어디선가 그런 리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션 베이커는 소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코드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라고.
레드 로켓은 고향에 돌아온 포르노 배우가 겪는 이야기 특히 불행에 관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텍사스에 살고 있는 옛가족, 이웃들은 뭔가 굉장히 찌들어 지내고 있죠. 무언가 제대로 된 생활은 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단연코 가장 비정상은 주인공이죠. 주인공은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재시작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나... 속내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있는 법이죠.
가장 공감 못할 인물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관객일 뿐인 우리가 심정적 공감을 자아내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상황을 들어보았고, 그 삶을 좀 더 리얼리틱하게 보았을 뿐인데도 뭔가 모르게 궁금해지죠.
주인공의 행동방식은 이 영화의 제목대로 레드 로켓(속어로 흥분한 음경을 뜻하는...) 같습니다. 옛버릇은 그대로 남아있고, 이제는 정착할만도 싶은데 자전거를 타면서 힘차게 돌아다니는 그 모습에서도 그렇죠. 이렇게 빨빨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은 결말부에서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상황이 뒤바뀌어 보이게됩니다.
스트로베리 역시 정말 이상하죠. 포르노 배우를 적극적으로 따라다니며 자신을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아마 주인공이 예전에 텍사스를 떠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들의 촌구석 탈출기 아메리칸 드림은 아무래도 이런 레드로켓스러운 욕구에 의한 것이었던 걸까요?
아내와 장모, 그리고 마리화나를 파는 이웃들의 모습은 이에 비해 생동감이 적어보이긴 하나. 이들 역시 왕년에는 한뭐시기 했던 양반들이었나 봅니다. 나중가면 갈수록 그들의 숨겨왔던 의지력을 발산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저로써는 참 공감가긴 어려운 캐릭터들이었을테며, 이 난장판스러운 동네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며. 이 부도덕하고 문란한 주인공들을 보며 참 개탄스러운 비극이다. 라는 말을 했겠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든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모든 것들이 꿈과 연결되어 있으며, 더러운 진흙밭에도 꽃이 있듯이 그 '레드 로켓'스러운 순간들 속에서도 찰나처럼 아름다운 삶의 단면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 더러운 삶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참 역설적인 말이지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왜 이 상황들을 하나의 해프닝처럼 보이게 되는거지? 왜 아름답다고 느낄까? 하는 것들인데. 그건 아무래도 감독의 마술이겠죠.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영화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였습니다. 진짜 아이러니하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비슷한 톤과 감성, 그리고 주제를 가진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다 처음보는 배우들인데 배우들 이력을 보니.... 와우, 정말 대단한 분들이셨더라고요;;
이 영화는 현재로서는 일부 독립극장들에서 상영되고 난 후에 아마 바로 vod로 직행할 것 같습니다만. 분명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기를, 그리고 조만간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