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의 아이들 (1986) 스포일러 주의.
영화 코다를 본 다음, 말리 매틀린의 대표작인 이 영화가 떠올랐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영화이다.
사실 코다는. 가슴 속 깊이에서 끓어나오는 절규가 없는,
매끄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은, 그런 절규와 분노가 서정성, 로맨스와 잘 결합된
영화다. 원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라서, 상당히 내면 묘사가 충실하고 밀도가 아주 높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여배우 말리 매틀린의 그 강렬한 눈빛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강렬한 집중력이 두 눈동자에 모여 바깥으로 내쏘아지는 그런 눈빛을,
달리 다른 여배우에게서 본 적 없다.
윌리엄 허트가 주인공이고, 이 영화는 철저히 그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지만, 그래도 그는 조연이다.
말리 매틀린의 카리스마가 원숙한 배우인 그를 가려버린 것이다.
어느 가난한 섬에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가 무대다.
어느날 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친다. 그 장면과 겹쳐지는 것이, 잠자는 동안 악몽에 시달리며 몸부림치는 말리
매틀린의 모습이다. 아침이 되자, 폭풍우가 그치고 하늘도 바다도 깨끗해진다. 그리고 육지로부터 오는
배를 타고 윌리엄 허트가 섬으로 온다. 그는 청각장애인 학교에 새로 부임하는 선생이다.
그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 선생이다. 학생들 속으로 뛰어들어 학생들과 소통하고 도와주려는 열정을 가진
선생이다. 이대로 가면, 죽은 시인의 사회 판박이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말리 매틀린의 등장으로,
영화는 방향을 휙 튼다.
윌리엄 허트는 십대 후반 잘해야 이십대 초반인 청소부를 만나게 된다. 바로 말리 매틀린이다.
그녀는 말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아주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내성적인 여자다. 이 학교 개교 이래 최고 우수졸업생이면서도,
사회에 나가지 않고 학교에 머물며 청소부로 일한다. 그 이유야 뻔한 것이다.
윌리엄 허트와 말리 매틀린은 사랑해서 동거를 한다.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그들의 생각은 그냥 어설프고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윌리엄 허트는, 이 불쌍한 여자를 내가 구해주고 위로해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가? 자기가 우월하다는 생각, 말리 매틀린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없었는가? 자기가 진심으로 말리 매틀린의 자리에 가 본 적이 있는가?
말리 매틀린은, 자기가 사회적으로 이룬 것 없이 소외되었다는 열등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자기 열등함을
윌리엄 허트에게까지 내보이기 싫어한다. 그녀는 윌리엄 허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냥 외로웠던 것일 지도 모른다.
자기가 윌리엄 허트와 동등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갖고 있다.
아무러나, 그들이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서는, 서로 많은 것을 희생하고 성숙해야 한다. 이 진실되고 괴롭고
힘든 여정이, 이 영화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제는, 장애인과 사랑하는 정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랑이야기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다.
정상인들끼리의 사랑이라고, 서로를 발견하여 성숙으로 이르는 그 기나긴 여정이 없겠는가? 이 영화는
장애인 드라마를 가장한 로맨스드라마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사랑을 받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말리 매틀린의 자기 안의 굉장히 풍부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것은 정상인은 전혀 할 수 없는 매혹적인 세계다. 윌리엄 허트가 파도소리를 어떻게 상상하느냐고 보여달라고
하자, 말리 매틀린이 자기 내면의 파도소리를 수화로 보여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기를 볼 기회를 얻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바하를 좋아하는 음악선생 윌리엄 허트에게, 바하를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굉장히 아름답다.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바하의 음악 속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이 숨어있다고 상상하면서,
그것을 사랑하는 윌리엄 허트에게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굉장히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로맨틱하다.
아래의 춤 장면도 아주 상징적이면서 아름다운 장면인데, 클럽에서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동안,
그녀는 자기 내면의 리듬과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 그녀 내면에는 음악이 흐른다. 정상인인 우리는 알 수 없는
신비한 음악이다. 하지만 정상인과 어울려 함께 춤추지만, 그녀 음악은 다른 사람들이 듣는 음악과 어울리지 못한다. 정상인이 뭐를 하든, 자기 내면의 음악에 맞춰 춤을 계속하면 좋으련만, 자기 음악이 정상인의 음악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당황하며 춤을 멈춰버린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말리 매틀린의 처지를 상징하는
상황이다.
참 여러운 상황이다. 말리 매틀린더러, 정상인은 생각하지 말고 너의 삶을 살아나가라 하고 말하는 것도 너무
정상인 위주의 안이한 생각이다. 그녀는, 정상인의 음악과 섞이지 못하는 자기 내면의 아름다운 춤을,
정상인의 그것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가? 말리 매틀린의 춤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우리는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안타까와하게 된다. 이 영화가 도달한 높고 깊은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말리 매틀린과 윌리엄 허트 간 관계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점점 불화로 치닫는다. 그들이 서로 환멸을 느낀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난관들이 나날이 커진 때문이다. 말리 매틀린은 처음으로 섬을 떠나 어머니에게로 간다. 윌리엄 허트는 자기가 정말 말리 매틀린을 사랑하기 위해서 어떠해야 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는 이제, 불쌍한 장애인 학생들에게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 입장에서 외부를
바라볼 줄 알게된다. 그러자 그에게 고독과 슬픔이 밀어닥친다. 그는 말리 매틀린을 사랑함을 깨닫는다. 장애인인 말리 매틀린이 아니라, 그냥 말리 매틀린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말리 매틀린도 오랜동안 윌리엄 허트와 헤어져있으면서, 자기가 윌리엄 허트를 정말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를 찾아 섬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만난다. 이제 그들은 한 단계 더 올라서서 성숙해져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이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여운에 젖어 화면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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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다가 말리 매틀린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유명해지고서
헤어졌다는 후일담이 영화내용이랑 겹쳐지기도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