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임의 규칙'(1939) 리뷰-흑백 속에 담긴 막장극
사진=네이버 영화
프랑스의 '시적 리얼리즘' 시대를 열었으며, 누벨바그 감독들로부터 "위대한 감독"이라고 평가받는 장 르누아르(1894~1979)의 1939년 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에 개봉하면서 상영금지처분을 받는 등의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 '카이에 뒤 시네마'의 창간인이자 저명한 영화 이론가인 앙드레 바쟁이 오손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1941)과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에 1956년에 원본과 비슷하게 복원되었으며, 1959년에는 복원된 작품이 '제2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2012년에는 '사이트 앤 사운드'가 조사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열 편’에서 4위를 기록했다.
사랑하는 연인 '크리스틴'(노라 그레고르)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자 대서양을 횡단한 조종사 '앙드레 쥐리오'(롤랑 투탕). 대서양 횡단을 마친 후 도착했지만, 크리스틴은 앙드레를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인터뷰에서 앙드레는 실망감을 표한다. 이 방송을 듣게 된 크리스틴, 후작 '로베르'(마르셀 달리오). 이와 관련해 후작은 친구인 '옥타브'(장 르누아르)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 옥타브는 로베르에게 앙드레를 저택 파티에 초대하라고 말한다. 후작은 이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앙드레를 초대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연녀 '주느비에브'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후작 부부와 앙드레, 주느비에브, 옥타브 등이 저택에 도착한다. 저택에 도착한 로베르는 '마르소'를 하인으로 고용하는데, 크리스틴의 하녀인 '리제트'가 그에게 반하면서 외도를 하기에 이른다. 리제트의 남편이자 로베르 가의 또 다른 하인인 '쉬마세르'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절정은 저택에서 파티가 열리는 순간에 펼쳐진다. 크리스틴은 생오뱅과 애정 행각을 벌이고, 이를 앙드레에게 들킨다. 이에 앙드레와 생오뱅의 격투가 펼쳐지는데, 두 배우의 움직임이 찰리 채플린처럼 느껴져서 웃음이 났다. 생오뱅과의 갈등이 끝난 후에는 앙드레와 후작이 격투를 벌인다. 여기에 후작의 내연녀 주느비에브까지 등장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제트가 마르소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이를 목격한 쉬마세르는 마르소를 쫓으며 총을 쏜다.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현대의 막장 드라마가 컬러로 펼쳐진다면, '게임의 규칙' 속 막장 드라마는 흑백에서 구현된다. 흑백 화면에 수 놓은 막장 드라마인 셈이다.
영화에서는 상류층과 하류층 모두 게임의 규칙을 어긴다. 여기서 게임이란 결혼이다. 규칙이란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만을 사랑하고, 다른 이와 사랑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통념과 연결된다. 하지만 영화의 상류층과 하류층 모두 게임의 규칙을 어긴다. 두 계급이 규칙을 어기는 신에서 블랙 코미디의 요소를 느낀 동시에 영화 '기생충'(2019)이 떠올랐다.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과 연교(조여정)는 침대 위에서 성 행위를 한다. 성 행위는 지하실에 있는 '근세'(박명훈)와 '문광'(이정은) 사이에서도 이뤄진다. 지하실에 있던 다량의 콘돔이 이를 말해준다. 이를 고려했을 때,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 가릴 것 없이 성욕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성 행위 장소는 다르지만. '게임의 규칙'도 이와 유사하다. 부와 권력의 차이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결혼이라는 사회적 게임의 규칙을 어길 수 있음을 내비친다. 그런데 영화는 상류층의 규칙 위반을 보다 부각한다. 이로써 당시 프랑스의 전 계층을 살피지만, 그 중에서도 겉으로는 고상하고 모범적인 행동을 하면서 뒤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어기는 상류층의 위선을 지적한다. 이처럼 상류층을 비꼬았으니, 개봉 당시에 모진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한편 감독은 "나는 모든 게임이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규칙을 깨뜨리는 이는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로, 엔딩 시퀀스에서 이 말이 현실로 나타난다. 패배의 결과는 참혹하며 섬뜩하다.
영화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내러티브 구조를 따른다. 이렇다 보니 시청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각 인물의 이야기가 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이를 한번에 보여주니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혼란을 겪었다. 물 흐르듯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느슨하게 전개된다. 절정까지의 과정에서 긴장감을 쌓아 올려 터뜨렸다면 긴장감과 메시지가 더욱 극대화되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1939년 작임에도 위화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현재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딥 포커스와 롱테이크, 패닝 숏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작품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작품의 메시지가 21세기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는 '게임의 규칙'이 수많은 후대 영화감독들의 연출에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관객들이 '게임의 규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을 관람했고, 앞으로도 즐길 터이다. 시대를 떠나 명작이 후속작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게임의 규칙'이 단순 막장극을 넘어,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평점-3.5/5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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