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in time (1980) 스포일러 있음
I am legend 등 SF 호러 쟝르에 큰 족적을 남긴 리처드 메드슨. 그는 어느날 오레 전에 죽은 여배우 모드 애덤즈의 흑백사진을 보게된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사랑을 느꼈다. 보통사람이었으면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나, 리차드 매드슨은 이 경험을 토대로 장편소설을 쓰게 된다. 오래 전 죽은 여배우의 흑백사진에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찾아 시간의 틈바구니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태생부터가 센티멘털, 아련한 그리움, 슬픔 뭐 이런 정서를 깔고 있는 거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이다. 수퍼맨의 성공 이후 크리스토퍼 리브는 비슷한 역들만 하는 데 불만 겸 불안을 느꼈다.
그대 로맨스물의 주연을 맡아달라는 오퍼를 받자, 개런티 볼 것 없이 승락했다. 여배우는 제인 시모어 - 007 본드걸 출신이다. 나중에 닥터퀸이라는 드라마도 엄청 히트쳤다. 영화 음악 작곡은 누가 맡나? 제인 시모어는 존 배리를 추천했다. 존 배리는 007 영화음악으로 유명하다. 그만한 거물을 고용할 돈이 없다고 제작자가 난색을 표하자, 제인 시모어는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다, 그 가격으로 승락을 받아오겠다 하고 나선다. 어째 영화 제작이 아니라 동호회 만드는 것 같다. 존 배리는 원래 프로페셔널하게 작곡하는 사람인데, 마침 아버지가 사망해서 큰 슬픔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굉장히 센티멘털하고 아련한 그리움이 넘쳐흐르는 스토리+탐미주의적이고 센티멘털한 연출+감성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큰 슬픔에 빠져있는 작곡가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물은
아주 훌륭하다.
무대가 그랜드호텔이라는 미시간 주 매키나섬에 있는 호텔인데, 지금까지도 somewhere in time package 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사람들이 somewhere in time 주인공들을 흉내내러 몰려든다. 이 영화에 매료되어서 아예 이 섬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개봉한 지 40년 넘은 영화인데도 이 영화의 매력은 줄어들 줄 모른다. 새로운 세대 관객들이 somewhere in time 의 크리스토퍼 리브/제인 시모어 커플 흉내를 내고 팬아트를 쏟아낸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풋풋하고 삶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청년을 연기한다.
대학생 크리스토퍼 리브의 졸업파티에 어느 귀부인이 나타난다. 다들 놀란다. 그런 귀부인이 나타날 자리가 아닌데 말이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가장 놀란다. 아무리 봐도 모르는 할머니인데, 크리스토퍼 리브 손바닥에 금시계를 놓아준다.
그리고 "Come back to me"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떠나온 적도 없는데 돌아오라니? 크리스토퍼 리브는 이 해프닝을 곧 잊는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대학 졸업 후 굉장히 성공한 극작가가 된다. 너무 성공가도를 달리다 보니 피곤하다. 그리고 여자친구와도 깨졌다. 그는 재충전을 위해 모든것을 잊고 즉흥적으로 차를 몰아 길을 나선다. 한참 길을 가다가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길이다. 그는 길 옆에 어느 호텔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발견한다. 즉흥적으로 그는 호텔로 간다.
그 호텔에서도 크리스토퍼 리브는 할 일이 없다. 그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호텔 박물관으로 간다. 그 호텔에서 있었던 중요한 일들에 대한 물건들을 보관해둔 곳이다. 거기 벽에서 크리스토퍼 리브는 어느 여배우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는 이 여배우의 사진과 사랑에 빠진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이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햇빛과 먼지 입자에 사진이 뿌옇게 되었다가 다시 선명해졌다가 하면서 크리스토퍼 리브를 매혹시키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사진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그냥 사진과 그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크리스토퍼 리브와 앨리스 간 시간의 거리가 확인되는 과정이다.
그는 어쩐일인지 이 사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이 여배우에 대한 모든것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여배우 앨리스는 20대에 갑자기 모든것으로부터 은퇴하여 은둔생활을 한다. 성격도 우울하고 내성적으로
바뀌어 제대로 그녀를 만난 사람도 없었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참 궁금하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바뀌게 하였는가? 모든 자료를 조사한 크리스토퍼 리브는 마지막으로
여배우 앨리스를 돌봐주는 가정부였던 여자를 만나 그녀의 최후에 대해 듣는다. 앨리스는 착하고 사려깊고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무언가 커다란 슬픔같은 것이 항상 그녀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하는 가정부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노년의 앨리스 사진을 본다...... 자기 졸업파티에 나타나 come back to me 라고 말하던 할머니다.
그리고 자기 졸업파티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밤 앨리스는 죽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앨리스에 대해 더 더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품는다. 이것이 글로 읽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토퍼 리브의 풋풋하고 감성적인 연기 때문에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somewhere in time 이다. 어디 물리적 장소에 있다면 물어 물어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저 무한한 시간의 흐름 너머 그 어딘가에 있다. 도저히 닿을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리브는 앨리스에 대해 느끼는 운명적인 사랑, 그리움, 앨리스라는 존재가 가지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주의적인 동경 그런 것으로 가득차서.
그녀와 결합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뿐이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앨리스를 만나게 되는가 하는 방법은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수준의 황당한 방법이지만, 사실 오늘날 타임슬립물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수십년 전 그랜드호텔로 가서 앨리스를 만난다. 마치 인상파화가 그림처럼 색채가 아름답고 촉촉하고 감성적인 화면이 아름답다. 수십년 전 과거의 세계가 현재 세계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앨리스는 자기가 상상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다.
앨리스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다가가자 대뜸 그를 알아본다. 어떻게? 앨리스에게 어떤 점쟁이가 예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몇살 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고 파멸시킬 운명의 남자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앨리스가 크리스토퍼 리브보다 몇십년 전 사람일지라도, 크리스토퍼 리브가 앨리스를 파멸시킬지라도,
둘은 서로 가까와지고 사랑하게 되고 결합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제인 시모어와 결합한 바로 다음 순간 20세기로 돌아오게 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제인 시모어를 만나기 위해 애쓰던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찬가지로, 제인 시모어도
시간의 다른 흐름 속에 있는 크리스토퍼 리브를 찾아 헤메었던 것이다. 제인 시모어는 크리스토퍼 리브를 만나
come back to me 라고 말해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그리고 그날밤
그녀는 행복 속에 죽는다.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고, 남은 시간 동안은 괴로움만 준 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점쟁이 말대로
불행이자 파멸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사랑이, 크리스토퍼 리브와 제인 시모어로 하여금,
찰나의 순간으로서의 삶으로부터 스스로를 끌어올리게 만든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는 크리스토퍼 리브와 제인 시모어가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초월한
영원 속에서 만나는 것뿐이다. 크리스토퍼 리브도 제인 시모어도 서로의 길을 고통스럽게 뚫고 나가서
이 영원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 영화 엔딩 장면에서 내 머리카락이 쭈뼛한 느낌을 받았다. 영원이란 무엇인가 하는
그 심오한 문제에 대한 답을 이 영화 엔딩이 포착해 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몇번이나 만나볼 수 있겠는가?
타임슬립물 아무리 많아도 이 원조 영화만큼, 아련한 그리움, 감성, 탐미주의, 감동을 주는 영화는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영화 평가 잣대 중 가장 강력한 시간이 그것을 말해준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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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걸 생각하면 신기함.나는 전설이다 영화는 원작을 엄청나게 망쳤지만요.
낭만적인 시간여행 영화로 팬덤이 아직도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존 배리의 주제 음악이 아주 유명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