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l dead trap 2 (1992) 혐오 많이 주의
아주 인상적인 전편을 어떻게 속편으로 이어나갈까? 이 영화는 속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소재나 주제 면에서 전편과는 전혀 다른 영화다. 전편만은 못하지만 아주 유니크하고 괜찮은 영화다. 전반적으로 성공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이콥의 사다리 류의 영화다.
아키라는 뚱뚱한 여자는 혼자 극장에서 영사기를 트는 영사기사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 영사기 시대이고, 아키는 필름을 자르는 가위를 들고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암흑의 방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아주 특이하게도, 이 극장에서 트는 영화는 한국영화 백치 아다다다. 뚱뚱한 아키는 늘 외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작은 틈으로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를 내다본다. 늘 나오는 장면은, 아다다가 전통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이다. 시네마 천국의 악몽 버젼이다.
아키는 일을 끝마치면 친구들과 함께 남자들을 만나러간다. 뚱뚱한 아키이지만 자기도 모르는 색기같은 것이 있어 남자들이 꼬인다. 히키코모리같은 아키는 남자들을 거부한다.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자들을 꼬시는 창녀들이 서있는 뒷골목을 지나간다. 창녀들은 뚱뚱하고 남자처럼 막 입은 아키를 비웃는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창녀는 칼에 베여 피범벅이 되어 땅바닥에 널부러져있고, 그 곁에서 필름 커터 가위를 든 아키가 창녀와 똑같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영화 도입부는 아주 인상적이다. 아키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작은 틈으로, 백치 아다다가 전통혼례식을 하는 그 이국적인 장면을 이해못하는 이국어로 듣는 설정은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고 히키코모리같던 아키가 창녀처럼 짧은 치마를 입고 필름 커터 가위로 창녀를 살해하는 장면도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아키는 뚱뚱하고 히키코모리처럼 보이지만, 이목구비를 뜯어보면 미인형에다가 신체 모든 부위(?)가 풍만하다 못해 터질 듯해서 아주 선정적이다.
아키는 아주 복잡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캐릭터가 복잡하다 보니, 영화도 횡설수설 두서없어 보인다. 영화가 이것저것 다 설명할 필요 없다. 영화는 뚝심있게 아키만 따라가며 보여준다. 관객들은 아키의 캐릭터가 저렇게 복잡하고 두서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이해하고 영화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아키라고 하는 이 캐릭터의 심연까지 뚝심있게 파고 들어가고 또 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키는 임신중절을 해서 자궁 속 있는 태아를 죽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불임이 되어버렸다. 서서히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키 안에 있는 심연과 질풍노도가 드러나게 된다. 자, 이제 영화의 본격적인 살육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연쇄살인마 아키의 폭주를 보여주기 위해 추진력을 얻으려는 단계였다.
필름 커터 가위로 살해를 하니까 희생자들 배가 갈라지도 내장이 쏟아져나온다. 아키는 내장살인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진다.
어느날 아키는 영사실에서 필름을 돌리다가 관객석에 앉아 자기를 올려다보는 어린아이를 보게된다. 아키는 그 아이가 자기가 중절한 그 태아라고 생각한다. 아키가 좀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틀렸다. 아키는 좀 미친 것이 아니고 완전히 미쳤다. 임신중절을 통해 자기가 죽인 자기 아이에 대한 죄책감,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절망, 남자에 대한 두려움과 섹X에 대한 욕망이 완전히 뒤섞여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비등점을 향해 질주해나간다.
미친 사람은 세상을 이렇게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키가 바라보는 주변이 잘 묘사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 아키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극장으로 아키를 찾아온다. 둘은 스크린 앞에서 만난다. 아키는 그 남자더러, 오늘 당신은 아기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자, 남자는 "엄마"하고 부른다. "엄마, 난 엄마가 죽인 그 아기야. 엄마."
자기가 짝사랑하는 남자 이름은 히데키다. 아키는 자기가 죽인 자기 아이 이름이 히데키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복을 입고 말쑥한 남자가 엄마 엄마 하면서 아키를 쫓아오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고 당혹스럽다. 그리고 그 아기(?)는 아키를 잡아 두 팔로 아키를 꽉 누르고, 아키 눈알을 빼내려고 한다. 그리고 찢어진 아키 얼굴 상처 위에 탄산수를 부으며 즐거워한다.
영화는 두서없기는 하지만, 이런 유니크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매력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 장면들이 산산히 흩어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키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도록 배열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성공했다는 생각이다.
아키는 자기가 짝사랑하는 남자와 현재 사귀고 있는 친구 에미를 찾아간다. 에미가 자기 속마음을 눈치챘기에, 그녀를 죽일 생각이다. 그런데 에미는 자기가 그 남자 아이를 임신했다고, 아키는 절대 자기를 이길 수 없다고 의기양양해한다. 불임인 아키는 기가 죽는다. (이거 아키와 에미 사이 실제 대화가 맞는가? 중절에 대한 죄의식과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 아키의 망상 아닌가?)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서 갑자기 전환한다. 에미는 아키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래서 아키 대신 그 남자 아이를 임신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갑자기 레즈비안씬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에미는 아키를 강간하려든다. 그러다가 에미는 이미 준비한 커터칼로 아키를 죽이려든다. 유명 방송리포터에 셀럽 그리고 미모에 우수한 두뇌를 모두 갖춘 에미가 갑자기 슬래셔무비에 나오는 초인적인 살인마가 되어 달려든다. 종잡을 수 없지 않은가? 이 영화가 다 이런 식이다. 이것이 이 영화 매력이다.
이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에미의 집 목욕탕으로 도망간 아키는, 욕조에 토막살인 시체가 있는 것을 본다. 에미는 미친듯 욕조에 있는 그 토막살인 당한 시체를 난도질하고 또 난도질한다. 아키는 에미의 집에서 도망쳐나온다. 아키가 보는 에미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점점 더 기형인간으로 변형되어간다.
에미와 걸투를 벌이러가는 아키 발빝에 이런 인형이 놓여있다. 아키가 죽인 자기 아이를 상징하는 것일까? 에미와 아키 간 결투는 그 어떤 슬래셔무비 뒤지지 않게 격렬하고 폭력적이다. 이블 데드 트랩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굉장히 강렬하다. 아키가 에미에게 맞아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는 결박되어있고 의사가 억지로 중절을 하려한다. 이렇게 두서없이 기발한 장면전환이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특징이다. 아키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 아키의 환상이었다는 증거다. 아키는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저항한다. 줄이 끊어지며 아키는 이 수술실을 빠져나온다.
아키와 에미가 싸우는 마지막 결투씬은 슬래셔무비 잔인한 장면은 다 나온다. 서로 칼과 가위로 상대방 몸을 난도질하고, 팔을 부러뜨려 뼈가 살을 찢고 튀어나오고, 그러면 칼로 자기 팔을 끊고, 배에다가 가위를 박아넣고 그런다. 이 잔혹한 장면이 잘 연출되어 소름끼치고 무섭다. 아키는 결투 끝에 간신히 에미를 죽인다.
그러자 다시 장면 전환이다. 정신병원에 갇힌 아키는
이미 자의식을 잃은 나무토막같은 상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장면은 정신병원에 갇힌 아키가 본 환상이다.
그리고 관객들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나온다. 아까 그 다 뜯어진 인형이 발딱 일어선다. 그리고 정신병원 안으로 걸어들어와 아키 방안에 들어와 아키 앞에 선다. 나무토막같던 아키는, 히데키구나...... 하고 작게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 영화의 매력적인 점은 여러가지다. 첫째, 아키라는 소름끼치고 그로테스크한 존재를 마치 색색 유리조각들을 가지고 이어붙여 만든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현란하게 구축해냈다. 한 인간의 밑바닥까지 이렇게 세밀하고 컬러풀하게 그려낸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둘째, 우리 주변 현실에 존재하는 그 위험을 그려냈다. 아키는 무슨 위험한 일을 하고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존재다. 그런 존재가 어느날 갑자기 일상이 무너져내리고 환상이 현실과 교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환상적 리얼리즘이랄까. 셋째, 아키 - 에미 - 히데코 등 친구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알력이 존재하고 정치가 존재한다. 이 영화는 이 알력과 정치를 아주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하게 과장해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암흑이 존재한다. 넷째, 무슨 비현실적인 슬래쉬무비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커터칼, 가위 등을 가지고 현실감 있고 감각적인 슬래쉬무비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폭력의 스타일리스트라고 할까.
영화가 어째 학생 습작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고, 중2병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평범한 감독이 아닌 듯하다. 이렇게 두서없고 에너지 넘치고 폭주하는 영화 - 매장면 장면이 기발하게 전환되고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넘치는 영화 - 이것을 무난하게 완결짓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슬래셔장면은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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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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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로 싸울때 아찔하더군요 +_+


닉넴은 아주 재즈스러우신데 아무렇지도 않게 요런 리뷰를 보여 주시다니 무서운 분이시구나..

이게 2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