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장커 감독님의 솔직함(feat. 중국인이 "지아과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

오늘 지아장커 감독님 웨이보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오늘 제가 총감독을 맡은, 모 브랜드와 콜라보한 단편이 인터넷으로 상영됩니다. 콜라보는 좋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총감독을 맡기는 했지만 연출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 단편의 감독님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오프닝에 "총감독/연출 지아장커"라고 쓰여있어요.
지아장커 감독님 웨이보 https://weibo.com/n/%E8%B4%BE%E6%A8%9F%E6%9F%AF
그 작품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감독님 글에서도 짐작하셨겠지만 어느 브랜드의 광고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전문 쇼핑몰입니다)
8년전에 한 번 하고 두번째 콜라보인데 규모가 커졌어요. 12분이 넘는 광고이고 제목은 "뒷배(后背)"입니다.
저 한자가 "(사람의) 등"을 뜻하기도 해서, 포스터에 사람의 뒷모습이 나옵니다.
징동전기 웨이보 https://weibo.com/u/6428038435
전 사실 지아장커 감독님이 광고를 만드셨다고 홍보하러 왔는데, 지아장커 감독님의 글을 읽고는 그냥 에피소드만 소개하고 가려구요. ^-^ (동영상 뒤에 나오는 메이킹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총감독이셨기 때문에 촬영장에 같이 계십니다. 단지 배우들에게 연기를 지시하는 것을 안 하셨다고 저렇게 미안해하시는거에요.)
저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지아장커 감독님을 '지아과장님 멋있어요.' '모든 스태프를 챙기는 지아과장님' 뭐 이런 댓글들이랍니다. 우리는 중국영화의 거장이라고 해서 조심스러운데 왜 중국인들은 지아장커 감독님을 지아과장이라고 부를까요?
그건 감독님이 내신 책에 해답이 있습니다.
지아장커(贾樟柯) 감독님이 2009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지아생각(贾想1996—2008)"이란 책을 내셨어요. (지아(贾)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지아장커 감독님의 성(贾)을 말하기도 하고, 가짜(假)란 글자와 같은 발음이거든요)
감독님이 아직 유명해지기 전에 어느 DVD해적판 파는 가게에 가셨었대요. 가서 한참을 보는데 살만한게 없어서 그냥 나오려는데 갑자기 가게주인이 부르더랍니다.
"지아커장(假科长)의 플랫폼(Platform, 站台, 2000년 작품, 한국 미공개작)이란 영화 사시겠소?"
지아장커 감독님이 처음엔 멍했다가 가게주인이 다시 물어서 별로 관심없는 척하면서 물으셨답니다. "그게 어딨는데요?"
"내일 들어와요."
나중에 가게주인이 그나마 고쳐서 지아과장(지아커장, 贾科长)으로 불렀다고 해요.
그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 지아장커 감독님을 지아과장님((지아커장, 贾科长)이라고 부른답니다. ^-^
(저 얘기 뒤에 그때 느꼈던 충격-인신매매집단 소굴에서 자기 아이를 발견한 느낌과 여러가지 이야기가 더 나오지만 그건 생략합니다...)
손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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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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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자주 글을 올리십니다. ^-^ 소통도 잘 하시고 세계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사랑받으시는 감독님이신듯요~
얼마전 90년대 감독과 본인의 대담 동영상을 올렸는데... 거기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더라구요.
90년대생 감독이 사람들한테 "지아장커 아세요?"하고 묻는데 다들 "그 사람이 누군데?"라고 묻더라구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한테 자기 이름 대니까 "정말요?"그러면서 같이 사진을 찍어요. (그걸 지아장커 감독님이 자기 웨이보에 올리셨어요.)
제가 번역실력이 좋으면 가져오고 싶은데 아직 실력이 미천해서...ㅠ.ㅠ 짧은 글만 잠깐잠깐 가져오겠습니다.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