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 '바바둑' - 배운 냥반들의 호러영화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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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둑' 리뷰는 이미 썼으니 '초간단 리뷰'의 방식을 빌어 짧게 쓰겠음.

2. '팔로우'를 만든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그가 존경한다던 존 카펜터의 호러를 기반으로 조지 로메로의 초기 좀비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크리쳐들의 속성을 더 파고든다면 돈 시겔의 '신체강탈자들의 침입'도 생각나게 한다. 중요한건 이런 플롯은 역시 존 카펜터의 '괴물'에서도 드러난다. 이를 중심으로 봤을때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무섭게 하는 재주'를 충분히 가진 인물이다.
3. 반면 '바바둑'의 제니퍼 켄트는 더 고전적이고 정통성이 강하다. 그는 영화의 특성에 걸맞게 '아미티빌 호러'나 '엑소시스트'같은 하우스 호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에 '노스페라투'같은 침침함은 좋은 양념이 된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흡사 과거의 '폴터가이스트'를 떠올릴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제니퍼 켄트는 스타일 자체가 고전적이다.
4. 영화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됐고 호러영화에서의 표현방식도 디지털화 됐다. 물론 누군가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화려한 필살기를 보며 무서워할 수 있다. 그리고 '사다코'의 3D 각기춤이나 '스크림'의 깜짝쇼가 더 무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꾸역꾸역 특수효과를 살려가며 무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 호러작가들의 투쟁정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5. 디지털 시대에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좀비의 공포를 사람들은 못 견뎌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좀비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달리기 실력을 자랑하게 됐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달리는 좀비'는 마치 맥도날드 빅맥세트같다. 패스트푸드라는 소리다. 사실 디지털 호러의 특징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CG를 통해 호러효과를 살리는걸 넘어서 '빠른 공포'를 추구한다. 이로 인한 결과가 바로 '깜짝쇼'다.
6. 아날로그 호러라고 깜짝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절 호러는 공포를 위해 충분히 인내하고 기다렸다. 호러라는게 섹스와 같아서 충분히 전희를 가다가 삽입을 해야 절정에 다다르는 법이다. 간단히 말해 쪼는 맛을 충분히 살려야 클라이막스에 터지는 호러가 된다는 점이다. 고전 명작 호러영화들은 이런 리듬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전 호러는 질펀한 섹스 뒤에도 다시 한번 생각나는 새끈한 상대와 같다. 하지만 디지털 호러는 동정남과 같아서 다짜고짜 삽입을 한다. 좋게 말해 동정남이지 나쁘게 말하면 성폭행범이다.
7. '팔로우'나 '바바둑'은 굉장히 느린 영화다. 디지털 호러에 익숙해졌다면 클라이막스 조차도 어설프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이 두 영화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평일 오전 경기도 가평의 경치 좋은 수목원을 걷는 것처럼 여유롭고 느린 산책과 같을 것이다. 익스트림한 레저를 즐긴다면야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수목원 산책 정도는 충분히 그런 사람들에게도 권할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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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
15.05.08.

잘 읽었습니다. 올해 좋은 공포 영화를 둘이나 만났네요.
14:16
15.05.08.

와 7번에서 소름 제가 아무생각없이 걸어댕기는거 좋아하는데 팔로우랑 바바둑이 둘다 너무 재밋엇음
18:02
15.05.08.
그러고 보니 도데체 좀비들이 언제부터 폭풍질주 해대기 시작했죠?
분명 좀비들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서 처럼 분명 다리 질질 끌며 직진했었는데....
좀비랜드에서도 28일(주) 후에서도 월드워Z에서도 좀비들은 달리고만 있었으니......ㅋ
18:09
15.05.08.

산책과 같은 호러 영화라~ 좋네요 ^^
18:19
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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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공포영화라는데서 공감이 가네요 ㅎ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팔로우가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