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어둠 속의 미사] 간략후기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둠 속의 미사>를 보았습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영화와 시리즈들을 좋아했던 터라 이번 새 시리즈 공개 소식도 무척 반가웠는데요,
종교라는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감독 고유의 역량이 역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호러라는 장르를 인간에 내재한 두려움과 곧잘 결부시키는 감독이 이번에는 욕망에 대한 인간의 간절함이 깃든
종교라는 소재와 만나면서, 이 시리즈는 긴 호흡의 끝에 불길처럼 휘몰아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사방 50km가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마을 '크로킷 섬'에는 사람들 생활의 구심점이 되는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성 패트릭 성당'이라는 이름의 이 성당에는 거의 평생을 지켜오며 마을 사람들의 삶을 돌봐 온 프루잇 몬시뇰이 있었습니다.
(몬시뇰: 덕망 있는 가톨릭 고위 성작자에게 교황이 내리는 경칭)
성지 순례를 갔다가 병을 얻은 이 노신부를 대신해 폴 힐(해미쉬 링클레이터)이라는 젊은 신부가 새로 부임하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이 신부는 새로운 마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마을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폴 힐 신부가 부임한 후 공교롭게도 마을에는 믿지 못할 기적을 비롯한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며 마을이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한때 도시에서 잘 나갔지만 불의의 사고로 복역을 마친 후 고향인 크로킷 섬으로 돌아온 라일리(자크 길포드)는
이런 상황이 영 마뜩찮게 느껴지는데, 과연 이것은 마을에 내릴 축복의 시작일지 아니면 저주의 시작일지.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작품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호흡이 긴 편입니다. 드라마는 더 그렇죠.
공포스러운 사건을 본격적으로 펼치기에 앞서 이 사건들과 만날 인물들의 내면을 꼼꼼히 들여다 보는 편입니다.
<어둠 속의 미사>는 종교를 소재로 해서인지 본 사건에 이르기까지 특히 더 조심스럽고 세심한 접근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또한 복잡한 각자의 심경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긴 대사를 롱테이크로 담아내는 장면이 많은데,
그래서 '호러 드라마'로서의 즉각적인 자극을 기대하고 본다면 매우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페이스가 한 4회까지는 이어지는데, 이 무렵까지 바탕을 깔았다고 판단된 후에 드라마는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호러 장르를 고집하면서도 늘상 바탕에 깔았던 정서는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은 '슬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상실, 이별 등 저마다의 이유로 인해 내면에 자욱하게 깔린 슬픔이 곧 그 슬픔의 순간들을 다시 만날까 하는 두려움을 낳았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한껏 취약해진 인간의 모습을 알아챈 어떤 존재들이 그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고 가는 식이었죠.
<어둠 속의 미사> 속 등장인물 역시 저마다의 사연을 들여다 보면 슬픔에 잠겨 있고 두려움에 취약한 모습입니다.
죄책감, 상실감, 후회와 같은 감정들에 얽혀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의지할 곳을 찾게 됩니다.
크로킷 섬의 '성 패트릭 성당'은 그런 사람들의 믿음, 그들의 간절한 소망으로 인해 뿌리내린 공간이었을테고요.
드라마는 각자가 지닌 내면의 슬픔, 두려움을 하나하나 짚어감으로써 성당이 이들에게 이토록 힘을 발휘하는 원인을 추적하고,
그래서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될 사건에 다다르면 어째서 이 사달에 이르게 된 건지 납득하며 비극적 공포감과 마주하게 됩니다.
신성한 성당을 악몽의 현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가톨릭적인 측면에서 도발적인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신자가 아니어서 그런진 몰라도 드라마는 신앙 자체를 의심하기보다 신앙에 의지하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듯 했습니다.
우리들이 의지하는 것은 절대자와 그의 메시지 그 자체인지, 그 존재와 메시지가 우리의 욕망을 거쳐 굴절된 다른 형태인 것인지.
나약한 자아를 보완하기 위해 종교를 갖고 신앙에 귀의할지라도 우리 존재의 정의까지 다른 존재에 내맡길 수 있는 것인지.
삶에 빛을 더하기 위한 믿음으로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의 눈을 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죠.
일방적인 가해자와 희생자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그처럼 믿음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수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하며
카오스가 증폭되어만 가는 마을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공포감 이상의 비극적인 무게감에 마음이 아득해집니다.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케이트 시겔, 헨리 토마스를 비롯해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지난 작품들에서도 봐 온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나지만, 폴 힐 신부를 맡은 해미쉬 링클레이터의 연기가 특히 대단합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스런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티븐 킹의 분위기도 물씬 느껴지는
<어둠 속의 미사>는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지닌 연출력의 강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수작 호러 시리즈입니다.
공포의 비극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내면을 추적함으로써 단지 호러물의 주인공으로서 겁에 질린 것 이상으로
우리들 모두에 내재해 있을지 모를 불안하고 나약한 심리를 들여다 보게 하는 한편,
적당히 하다 끝내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든 명백한 파국으로 향함으로써 진한 잔상을 남깁니다.
호러 장르를 인간 내면을 성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꾸준히 활용하는 감독의 역량은 이번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천인 11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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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까진 좀 참고 봐야겠군요.^^

크 공감이요.. 보는내내 그 생각했어요





이 감독님 작품을 어둠 속의 미사를 통해 처음 접해봤는데 개인적으로 극호네요ㅋㅋ
차분하고 담담하면서도 위태롭게 섬과 인물의 서사를 쌓아올리다가 순식간에 몰입감있게 마무리짓는 연출이 맘에 들었습니다. 힐하우스의 유령도 봐야겠어요 ㅋㅋ
7화에서 도대체 이후 스토리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몹시 궁금했는데 7화가 마직막이라 당황ㅎㅎ..
대사본을 따로 구매해 천천히 다시 곱씹어 보려 합니다 :)
작성자님 후기가 좋아 귀찮은 사이트 가입까지 했네요^^
하트뿅 ~
다들 호평이 자자한데 전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드라마였습니다..모든 걸 다 수다스러운 장광설 대사로 전달하다보니 인물이고 뭐고 지루하고 내용이 안 들어오더군요 ㅠㅠ 제가 본 플래너건의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그런 성향이 강했고 앞으로는 이 연출자는 저와 안 맞는 것으로 여겨서 거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