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
  • 쓰기
  • 검색

<그린 나이트> 1. 인물 분석 (리뷰, 스포有)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객
5006 9 2

 

 

 

이 글은 영화 <그린 나이트>의 등장인물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영화의 상당 부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되도록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탄생.jpg

<그린 나이트>의 시작과 끝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시기인 크리스마스와 연결된다. 그린 나이트의 참수로 시작된 새로운 기사 (가웨인)의 탄생과 그린 나이트를 마지막에 만나게 되어 목을 내어주는 죽음의 결말은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이 내포하는 복합적인 의미가 진정한 기사와 왕의 경지에 오르는 성탄으로 이어진다. 가웨인이 왕의 아들이 아닌 왕의 누나의 아들이라는 점에서도 성모 마리아의 아들인 그리스도처럼 묘사한 의도적인 시기적, 관계적 계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the-green-knight-review_snae.jpg

하지만, 위대하고 성스러울 거 같은 이 가웨인이라는 청년에게는 나약하고, 여린 면이 존재한다. 굳세지 못한 그의 여정은 그린 나이트를 무찌르러 가는 용맹한 기사라는 존재로 감춰진다. 도둑을 만나고, 정령을 만나며 여우와 거인, 고귀한 집에서 살아가는 사냥꾼과 그의 가족을 만난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그는 무너지고 흔들린다. 마치 헐거워 벗겨진 민낯의 인간을 보는 거처럼 말이다.

 

 

 

<그린 나이트>에서의 인간은 공포와 욕구에 치중되어 있다. 선한 면보다 악한 면이 부각되어 묘사된다. 가웨인이 여정을 떠나기 전, 그린 나이트가 자신과 싸울 자를 찾는 장면에서 전설의 기사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서로의 눈치를 보기만 하고, 심지어 왕은 자신의 병약한 점을 핑계로 싸움을 기피한다. 그들은 인간이라는 동족 관계에 있어서 존경받고 관대한 이들일지 모르지만,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공포에 떠는 존재이다.

 

The-Green-Knight-Scavenger.webp.jpg

가웨인이 여정을 떠나고 만나는 첫 번째 인간인 도둑들은 대가를 바라고 가웨인의 물건을 약탈한다. 사욕에 눈이 먼 그들은 가웨인을 숲속 한 가운데에 버려둔 채 자연을 심판대로 사용한다. 후에 가웨인을 속였던 도둑 (스캐빈저)은 빈털터리가 된 채로 초점 잃은 눈과 어둑한 광야에서 방황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허탈함과 공허함의 최후를 맞이했음을 알려준다.

 

 

 

그가 만난 두 번째 인간은 정령이다. 정령은 이미 인간의 존재가 아닌 영적인 존재로, 자신의 잘려나간 머리를 되찾고 싶은 존재에서 그친다. 유혹과 욕구에 흔들리지 않는, 오직 머리를 되찾고자 하는 단 하나의 간절함만 존재하는 정령은 기존의 상태, 인간의 온전한 형태로 돌아가 시간의 순응하기를 바란다. 그녀는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된 상태이며 그렇기에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가웨인을 도와준다.

 

 

 

세 번째 인간은 버틸락과 그의 가족이다. 버틸락은 사냥꾼이자 고귀한 귀족으로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를 만나러 가기 직전에 만나는 마지막 인간이다. 그는 가웨인이 가려는 녹색 예배당이 가깝다며 그의 집에 머물기를 제안하는 선심 가득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권유는 가웨인을 지체시키고 굳은 결심을 해이하게 한다. 가웨인이 버틸락의 저택에서 머물면서 얻은 그릇된 사랑을 작별의 입맞춤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웨인을 향한 의미심장한 사랑의 감정과 그가 기존에 지녔던 사랑을 탐하는 것처럼 묘사한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버틸락의 부인, ‘에셀은 가웨인의 심리와 소신을 뒤흔드는 인물이다. 평범한 손님을 대하듯 가웨인에게 접근한 그녀는 자신의 책과 빛을 이용해 만든 가웨인의 초상화로 그들이 머무는 저택과 두 사람에게 새겨 나간다.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애인이 있는 가웨인을 성적으로 탐하여 그를 사정하게 만들고 수치심과 욕망에 구렁텅이에 빠트린다. ‘당신은 기사가 아니군요라는 대사로 보았을 때, 그녀가 가웨인을 시험하려고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가웨인이 차고 있는 초록 끈을 가웨인의 정액으로 더럽히고 씻지 못할 부끄러움을 만들어 낸 장본인으로서 남을 심판하고 뒤흔드는 악인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버틸락 가족 사이에 있던 버틸락의 어머니는 백색 두건을 눈에 감고 있다.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노파로 보이며 가웨인과 에셀이 노골적인 행위를 하고 있던 상황 속에 함께 있었다. 그녀는 말도 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노파다. 그녀의 존재는 청렴하고 무엇보다 위엄있게 다가와 타인을 뉘우치게 만든다. 비록 시각을 잃은 그녀이지만,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겉이 아닌 사람의 내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전체적인 특징을 통해 보여준다. 가웨은이 에셀과 함께 노골적인 행위를 하고 옆에 버틸락의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뒤늦게 후회하며 자리를 벗어난다. 마치 그녀를 통해 깨달았다는 듯이 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노파를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녀가 그 누구보다도 인간의 진실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공간을 벗어나 저택이라는 자신의 시각과 욕구를 지배해 온 공간을 벗어난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욕구에 치중되어 있다면 인간에서 벗어난 비인간적인 존재,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생명체는 친화와 숙명, 진실에 다가간다. 자연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변화에 반발하지 않는다. 자연의 일부가 된 생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우호적이고 지체하지 않는다.

 

 

 

 

EAX3C5JIIU3UFZYJZTJSKIQUOI.jpg

 

가웨인과 처음 동행하게 되는 자연 속 생명체는 여우이다. 여우는 가웨인과 함께 마지막까지 동행하는 생명체이며 자연의 안내자이다. 가웨인과 교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그가 거인을 만났을 때, 울음소리로 거인들에게 자연을 살아가는 동족임을 밝히며 가웨인의 앞길을 도와준다. 그러나 마지막, 녹색 예배당을 앞에 두고 그에게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경고의 말을 주는 것은 그가 자연과 인간에게 있어 중의적인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자연에 몸담고 있지만, 여우 또한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생물인 것이다. 자연과 약속의 순리를 막는 그의 행동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가웨인과 결말의 코앞까지 동행한 여우의 저지하는 행동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간사한 생물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퇴보하게 하는 유혹은 흡사 인간과 비슷하다.

 

 

 

 

unnamed.jpg

 

그다음으로 만나는 자연 속 생명체는 거인이다. 거인은 인간에 포함되는 종족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고 싶다. <그린 나이트>에서의 거인은 때 타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동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위협적이지 않은 날 것의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인간들과 달리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있고, ‘여우의 울음소리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 낼 수 있다. 인간에게 손을 뻗어 위협을 가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호기심으로 인한 행동일 수 있다. 절대 공격이 아닌 익숙지 않은 존재의 탐구에서 오는 반응이다. 어느 위해도 가하지 않는 거인들은 그렇기에 가웨인과 가웨인이 만난 인간들과는 다른 동떨어진 존재이다. 태초에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그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그린 나이트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선행은 순수하고 정직하다.

 

 

 

 

 

c0fd10273d276679d4b83ce70ccae7a3.jpg

마지막으로 그린 나이트는 자연 그 자체이다. 그는 언제든 파괴될 수 있으며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끝이 오면 다시 시작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죽음을 두려워 않는 존재라기보다 익숙해진 존재이며 생명과 부패가 공존하는 시간의 흔적이다. 영광과 명예의 기회를 주고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자연재해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수없이 많은 것을 얻어 생산하고 배출하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피해를 입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잃은 만큼 얻으려고 하는 인간에게 자연은 단적인 경고, 위협에만 그친다. 그렇기에 그린 나이트가 크리스마스 게임에 규칙을 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을 가웨인에게 주고 목을 잘라내려고 하는 것도 순응하며 살지 못하는 인간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욕망에 치우치지 않은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생명의 끈을 붙잡으려는 수없이 많은 인간을 봐온 그에게 끝내 얻은 용맹함과 결심으로 나약함을 벗어던진 가웨인은 그린 나이트의 소신을 더 확고하게 해주고 가웨인을 영화 내에 진정한 기사로 받아들이게 해준다.

 

 

.

.

.

.

.

.

 

 

 

그린 나이트를 다시 곱씹어보고 정보를 찾아가며 되새기며 썼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미숙하고 상징적으로 해석하지 못해낸 부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글 읽으시며 수정해야 할 부분이나 구체화가 필요할 거 같은 부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리뷰인 '<그린 나이트> 2. 장면과 구도, 형식 분석' 때 뵙겠습니다.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
4 Lv. 1999/2250P

기존의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보고

또 다른 것을 보고

고전의 것을 본다는 것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9


  • 청피망
  • Roopretelcham
    Roopretelcham

  • DayLewis
  • J달
    J달
  • 등불
    등불
  • golgo
    golgo

댓글 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글 잘 봤습니다.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계속 잔상이 남아 있게 되는 영화였네요.^^

23:30
21.08.19.
2등
witamina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1:05
21.08.2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늘 진행) [로데오]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4:06 1828
공지 [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세요 2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10:38 5502
HOT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3-4편 작업중 5 시작 시작 1시간 전13:33 1009
HOT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로버트 벤튼 감독 별세 2 시작 시작 4시간 전10:29 810
HOT 스티븐 스필버그 차기 SF작품, '클로즈 인카운터'... 1 NeoSun NeoSun 2시간 전12:59 874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로튼 리뷰 (신... 8 golgo golgo 5시간 전10:03 1299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언론시사 첫반응 호... 8 NeoSun NeoSun 2시간 전12:44 1503
HOT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속편 제목 발표 2 시작 시작 2시간 전12:38 1080
HOT 2025 제78회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기자회견 개막식 3 Pissx 2시간 전12:10 697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비하인드샷들 1 NeoSun NeoSun 3시간 전11:16 702
HOT 대니얼 데이 루이스 복귀작 '아네몬' 10월 개봉 예정 2 NeoSun NeoSun 4시간 전10:45 1151
HOT 넷플릭스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들 - 정해인, ... 2 NeoSun NeoSun 4시간 전10:16 1587
HOT 아만다 세이프리드-스쿳 맥네어리,스릴러 <더 라이프 앤 ... 1 Tulee Tulee 4시간 전10:11 478
HOT 피어 스트리트 :프롬 퀸 (캐리) 오마쥬 포스터 3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43 553
HOT ‘노바디 2‘ 첫 트레일러, 뉴 포스터 9 NeoSun NeoSun 14시간 전00:09 2244
HOT 펀코팝 캐릭터 피규어 (직쏘 고질라 ) 외 3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9 531
HOT 로버트 드 니로에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시상하는 레... 1 NeoSun NeoSun 6시간 전08:56 1383
HOT <하이파이브> 오정세 스틸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8:26 1054
HOT <슈퍼맨> 2차 예고편 공개 예고 영상 6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50 2056
HOT 모니카 벨루치 Vogue Portugal 1 e260 e260 7시간 전07:31 1010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즈‘ 첫 로튼 93% 2 NeoSun NeoSun 8시간 전06:48 1039
HOT ‘수퍼맨’ 공식 포스터 6 NeoSun NeoSun 14시간 전00:07 2999
1175716
image
카스미팬S 9분 전14:55 112
1175715
image
NeoSun NeoSun 23분 전14:41 280
117571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8 865
117571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8 279
117571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6 340
1175711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3:50 631
1175710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3:33 1009
117570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9 526
117570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9 874
117570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44 1503
1175706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2:38 1080
1175705
normal
Pissx 2시간 전12:10 697
117570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16 702
117570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55 672
117570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51 905
117570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45 1151
117570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38 353
1175699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0:29 810
117569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16 1587
1175697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1 294
1175696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1 478
1175695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10:10 312
1175694
image
golgo golgo 5시간 전10:03 1299
1175693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9:57 323
1175692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9:56 345
1175691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9:56 292
1175690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9:55 578
117568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43 553
1175688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9 531
117568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9:30 472
117568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56 1383
1175685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51 653
1175684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44 819
117568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08:26 1054
1175682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08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