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안노 감독이 밝힌 완결편에 대한 소회

며칠 전 <에반게리온> 시리즈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뉴욕타임스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https://www.nytimes.com/2021/08/06/movies/evangelion-hideaki-anno.html
일본 매체 courrier라는 곳에서 그것을 번역한 기사를 올렸어요. 안노가 처음 밝힌 이야기도 있다면서..
https://courrier.jp/news/archives/257422/
그걸 우리말로 중역해 봤습니다.^^
“신지와 다시 만날 날이 올지도” 안노 히데아키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
<에반게리온: 3.0+1.01>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공개되면서, 다시금 에반게리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가 안노 히데아키와 독점 인터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미국 매체에서만 밝힌 것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구상
8월 13일부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에반게리온: 3.0+1.01>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25년 동안이나 고대해온 작품이다.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방영된 TV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리빌드(재구축)했다고 하는 극장판 4부작. 마지막 편인 이 작품을 통해, 그 장대한 이야기는 최후의 막을 내린다.
종말론적인 기독교의 상징과 유대교의 신비주의, 그리고 10대 소년, 소녀들이 안고 있는 고뇌를 메카닉 배틀과 엮으면서, 보는 이들을 끝없이 매료시킨 복잡한 작품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광범위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TV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 영향은 다방면에 미쳤는데, 일본의 판타지, 애니메이션들 외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13년 SF 어드벤처 영화 <퍼시픽 림>도 영향을 받은 작품 중 하나다. 그리고 팬들은 지금도 여전히 작품의 중요성과 배경에 숨겨진 의미, 디테일에 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있다.
“다른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니, 만드는 와중에는 생각지도 못했죠.” 안노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저한테 가장 적합한 것, 그 시기에 가장 흥미가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뭘 만들지를 결정해요. <에반게리온> 기획은 계속해서 떠오르길래, 새로운 극장판 영화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죠. 아마도 다시는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 거예요.”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무대로 삼은 가까운 미래, 인류는 ‘사도’라 불리는 엄청난 위력을 지닌 기괴한 생명체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도를 쓰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14세 소년, 소녀들이 조종하는 거대 인간형 결전병기 에반게리온(에바)뿐. 주인공은 잔혹한 아버지로부터 에바 초호기의 조종사가 되라고 명령을 받은 14살의 고독한 소년 이카리 신지다.
TV판 <에반게리온>은 큰 인기를 얻었지만, 만족스러운 결말을 이루지는 못했다. TV판에서는 신학적, 존재론적인 함축을 담은 난해한 플롯을 회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안노는 영화 개봉에 앞서, 제작에 착수하기까지 4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망가졌었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이어서 “제 마음 속에선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밝혔다.
“신지와 다른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될지, 어디로 갈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안노가 결말에 만족하지 못했던 건 분명했다. (TV판) 최종화를 다시 꺼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DEATH & REBIRTH 사도 신생>(1997), 그리고 같은 해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 속에서 재편집하면서 결말을 계속 모색해왔던 것이다.
2002년 안노는 4부작으로 구성되는 ‘TV 시리즈의 재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은 TV판 제작 당시에 직면했던 경제적, 기술적 제한에 구애되지 않고, 작품을 다시 만들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에반게리온: 서>(2007)는 TV로 방영됐던 1화~6화까지를 화려하게 다시 만든 작품이다. 이어지는 <에반게리온: 파>(2009)와 <에반게리온: Q>(2012)에서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9년 뒤인 2021년 <에반게리온: 3.0+1.01>은 그 장대한 이야기를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결말로 매듭지었다.
안노 히데아키가 만들고 싶었던 것
Zoom을 통해 도쿄와 연결한 인터뷰에서 안노는 통역을 거쳐서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 재구축에 있어서, 원래 영화판 1편은 TV판과 비슷하게 가고, 2편까지는 스토리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3편과 4편에서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 작정이었죠. 원래부터 TV판과 같은 걸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4편의 극장판에서는 최신 CG 기술을 구사한 안노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TV판의 비전을 보다 강력하게 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TV판에서는 군대가 사도 라미엘을 공격하자, 라미엘이 인간들과 무기를 아주 평범하게 폭발음을 내면서 파괴하지만,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라미엘이 눈부신 빛을 발산하여 전차나 미사일 등을 녹여버리는 장면이 묘사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그 열기를 느끼게 할 정도이다.
안노가 재구축한 시리즈 안에서, 상처 입고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여리고 깨지기 쉬운 정신적 면모들을 한층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캐릭터들에 대한 접근을 이야기하는 안노의 말투에서, 언어의 벽을 뛰어넘은 강인함이 전해져 왔다.
“애니메이션에선 사실적인 것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저는 그 가상의 세계에 보다 현실감을 부여하고, 캐릭터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안노가 말했다.
“현실 세계에선 사람이 입으로 말하는 것과 본심 사이에 간극이 있어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늘 본심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걸 거꾸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들은 무조건 본심을 털어놓지는 않아요. 그러한 인간적인 행동을 애니메이션에 넣어보고 싶었죠.”
“신지는 별난 주인공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거야말로 제가 겪은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리얼리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결과라고 봐요. 물론 신지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에 저 혼자만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는 건 아니에요. 제작 팀의 크리에이터들 모두의 개성이 (캐릭터 각각의) 요소로서 들어가 있어요.”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침체를 뒤엎는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1996년 3월에 방영된 최종화는 시청률이 10%를 넘었다. 그 뒤로도 에바의 인기는 그칠 줄 몰랐고, 비디오 및 관련 상품의 매출액은 수억 엔에 달하고 있다.
그 성공은 신 극장판에도 이어져서. 작년 3월 8일 (일본에서) 개봉된 <에반게리온: 3.0+1.01>는 코로나 유행에도 불구하고 135일 넘게 상영하면서 100억 엔 이상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그 정도로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안노는 “창작자로서 재미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현실 도피적인 오락물이 아니라, 보는 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격려가 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죠.”라고 대답했다.
안노는 다음 프로젝트에선 실사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토에이영화사는 인기 히어로 시리즈 <가면 라이더>의 탄생 50주년 기획 영화 <신 가면 라이더>의 감독을 안노 히데아키가 맡는다고 발표했다. (일본) 개봉 시기는 2023년 3월로 예정돼 있다.
25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서 <에반게리온>과 작별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안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신지나 다른 캐릭터들을 안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시는 안 보고 싶다는 게 아니에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올지도 모르죠.”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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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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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충격작이었던 애니였는데, 신세기에 잘 마무리지은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날법도 하네요. 그래서 그걸 배우 연기로 푸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신 것이 아닐까 싶고요.

언젠가 안노가 제작만 하고 후임들이 다시 티비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긴 해요. ㅎㅎ

TV판 부터 봐오던 사람으로써...
굉장히 인상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안노는 잘해야 본전인 작품을
개인적으로는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 준것 같아
매우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