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도우-약스포) 의외로 언급되지않는 떡밥

블랙위도우를 감상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왜 그렇게 연거푸 개봉연기를 거듭하며 정상적인 개봉을위해 힘썼는지 이해가 갈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더군요.

기대수익이 지금보다 훨씬 컸을텐데 디즈니로선 아쉽게 됐네요.

마블솔로영화들 대부분 결말부 액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빌런묘사가 미흡한 문제점이있는데 이번 작품도 그런 단점은 여전히 눈에띕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팀업무비를위한 의도적인 힘빼기(완급조절)라 보고있어 예상은 했기에 기대치에비해 상당히 즐겁게 감상한편입니다.

진짜 작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타샤 로마노프 헌정영화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완성도였어요.

사실 재밌게 봤다는것말고 영화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할말이 많지않은데 이 영화에나온 나름 대형떡밥중 하나가 의외로 각 커뮤니티들에서 언급안되는 경향이보여 이에대해 써보려 합니다.

작중 주요인물인 레드가디언은 상당히 나사빠진 캐릭터로 대놓고 얼간이로 묘사된 인물이죠. 그는 스스로 캡틴 아메리카와 싸웠다고 주변에 자랑해대지만 시대가 맞지않아 무시받기 일수입니다.

그도그럴게 본인이 캡틴 아메리카와 라이벌이었다 주장하는 시기는 80년대인데 그때 스티브 로저스는 얼음속에 있었으니까요.

팩폭을 날렸다 호되게당한 인물이 나올정도로 작중에서 대놓고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원래 헛소리전문 포지션이라 관객분들도 그냥 허풍으로 넘기시는 경향이 커보입니다만 한가지 이상한 부분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는 나타샤와 합류후 슬쩍 들뜬상태로 그녀에게 다가가 "그가 내 얘기를 하지않던?ㅎㅎ"하고 직접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얼간이에 멍청이같이 묘사되더라도 정신병자로까진 그려지지 않았는데요.

그녀가 어벤져스멤버로 로저스와 직접 교류하는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허풍을 치는게 상식적으론 이해안되지 않습니까?

레드가디언은 캡틴 아메리카와의 대결을 일생의 자랑처럼 여기는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앞으로 MCU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 알지못하고 설령 지금은 계획이 있더라도 앞으로 바뀔지 모릅니다만, 여기서 전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설명에앞서 메인세계관(616)을 기준으로 원작코믹스엔 지금까지 여러명의 캡틴 아메리카가 있었다는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의 샘 윌슨 기준 시계방향으로 스티브 로저스, 버키 반즈, 존 워커, 제프리 메이스, 윌리엄 네이스랜드, 로스코 시몬스, 칼 잔테, 윌리엄 번사이드와

설정상 최초이자 비공인 캡틴 아메리카인 이사야 브래들리까지합쳐 10명쯤되죠. 

이중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이어져 메인타이틀을 장식했던 직계는 스티브 로저스-윌리엄 네이스랜드-제프리 메이스-윌리엄 번사이드-존 워커-버키 반즈-샘 윌슨의 순서로대로 총 7명입니다.

칼 잔테는 캡틴 아메리카 타이틀의 명맥이 끊어졌던시기 표지로 컴백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등장해 '사실은 가짜였다.'로 마무리된 스토리에 등장한 인물로 그 자신은 정식 캡틴 아메리카 계보에 속하지않지만 이 이슈에서 캡틴 아메리카 컴백여부를 설문했기 때문에 작품외적인 의미가있는 인물이고, 로스코 시몬스는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 아이덴티티를 포기하고 노매드란 히어로가 되었을때 대역으로 활동하다 살해당한 소년입니다.

그래서 이둘을 제외하면 다시 남은이들은 존 워커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로 분류되는데요,

최초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1940년대초 마블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코믹스시절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 #1에서 데뷔해 연재되다 인기하락으로 중단되어 1960년대 어벤져스#4로 돌아오기까지 긴공백기가있었다는 사실이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만, 널리퍼진 오해가있다면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가 스티브 로저스의 냉동과함께 종료되었을 것이란것이 아닐까 합니다.

각종 2차창작물에도 흔히 인용되는 스티브 로저스가 제모 남작(1대)의 음모를 저지하다 극지방에 떨어져 냉동되었다는 이야기는 사실 컴백스토리인 어벤져스#4에서부터 덧붙여진 이야기고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는 2차대전 이후에도 나치에이어 공산주의자들을 주적으로 그려나가다 특별한 스토리없이 다소 흐지부지 연재가 종료된 타이틀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벤져스로 스티브 로저스가 돌아온후 연대기상의 충돌이 일어나니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 중후반부부터의 행적을 스티브 로저스와 분리시켜 윌리엄 네이스랜드, 제프리 메이스, 윌리엄 번사이드라는 각각다른 4명의 연대기였다는 레트콘을 행한거였죠.

간단히말해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시절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는 원래 모두 스티브 로저스였지만(작중에도 그렇게 불립니다), 어벤져스#4 이후 냉동된 로저스의 뒤를 그간 이 3명이 대를이어 활약했었다는 설정으로 바뀐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U.S.에이전트란 히어로명으로 더 유명한 존 워커부터, 버키 반즈, 샘 윌슨의 3인은 세대교체를 컨셉으로 그들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되는 스토리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데반해 앞의 3인은 그와같은 오리진 스토리가 한참 나중에 추가되었고 원래는 그냥 스티브 로저스라는 신분으로 연중때까지 누가 2대고 3대고 4대인지조차 충분한 구분없이 연재된 인물들입니다.

즉 레드가디언이 캡틴 아메리카와 싸웠다는 작중대사는 이런 원작의 제반사항에서 차용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크고 그 캡틴 아메리카는 아마도 이 3인중 한명일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그는 윌리엄 네이스랜드, 제프리 메이스, 윌리엄 번사이드 중 누구일까요?

행크 핌이나 헬라등의 캐릭터를보듯 MCU는 설정부터 캐릭터성까지 원작에서 파격적인 변화를주는 특성이있어 이런 짐작은 다소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인물은 

바로 4대 캡틴 아메리카 윌리엄 번사이드입니다.

제가 이사람으로 추측하는 이유는 간단한데요, 3인중 네이스랜드와 메이스는 격투술에능한 평범한 인간이었던반면 번사이드만이 유일하게 로저스와같은 슈퍼솔져였기 때문이죠.

초인적인 피지컬의 레드가디언과 싸우려면 이정도의 능력은 있어야하지 않았을까요.

비운의 캡틴 아메리카, 혹은 악당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번사이드는 원래 캡틴 아메리카의 열렬한 팬으로, 스티브 로저스 실종후 활약했던 윌리엄 네이스랜드와 제프리 메이스가 진짜가 아니란 사실을 간파한후 캡틴의 행적을 연구하다 실전된줄 알았던 슈퍼솔져 혈청의 제조법을 발견해 미정부와의 협상을통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되는대신 공식을 제공하고 스티브 로저스와 같은모습으로 성형을받은 인물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이후 미정부가 애국주의적 상징을 내세우는데 난색을 보이자 정부로부터 소외되었고,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 개인으로 활동하며 히어로로서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는 활약을 했지만 그가 발견했던 슈퍼솔져 제조법이 비타레이(영화에선 퍼스트 어벤져에서 통속에 들어가 어떤빛을 쬐는 모습으로 묘사된)를통한 세럼안정화가 누락된 불완전한 버전이었기 때문에 이경우 발생하는 필연적인 부작용으로 정신착란과 편집증이 발생하여 위험인물로 분류돼 정부에의해 봉인되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착란전부터도 로저스보다 거칠고 국수주의적인 경향을 띄었었죠.

나중에 그는 부활하여 악당에의해 그랜드 디렉터라는 빌런이 되었다가 세뇌가 풀린후 로저스와같이 현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게됐는데, 로저스와 반대로 현재의 미국은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렸으니 정부를 전복하고 회복해야한다는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달아 캡틴 아메리카의 코스튬을입고 반정부 활동을 펼쳤습니다.

지금은 캡틴 하이드라로인해 색이 좀 바랬지만 그전까지 악당 캡틴 아메리카하면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던 번사이드 떡밥에 그가 어떤 모습으로 MCU로 데뷔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의 인물이기에 그냥 맥거핀으로 끝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