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2021) 리뷰

넷플릭스 로맨스 코미디 <새콤달콤>(2021). 제목은 촌스럽다. 선뜻 손이 가진 않지만 한번 재생하면 멈출 수 없다. 연출은 살짝 과장되어 있고 이도저도 아닌 이경영 캐릭터와 끔찍한 연기를 보여주는 크리스탈만 뺀다면 훨씬 더 좋았을 터이지만 상관없다. 재밌으면 땡 아닌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한 번쯤 제대로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남녀 누구나 정서적으로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살짝 유치해도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 보게 된다.
갓 취업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된 뚱뚱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한 남자. 자신의 담당 간호사 다은(채수빈)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런 평범한 남자와 성격까지 사랑스러운 미모의 한 여자. 현실적으로 성공률이 지극히 낮아 보이는 이 관계. 이뤄진다. 그 과정이 코믹하고 매끈한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끄덕이게 된다. 이 남자 여러모로 꽤 귀엽거든.
몇 년 뒤 살을 빼 날씬하고 잘 생겨진 남자. 잘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파견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다은과의 관계는 여전하지만 이젠 너무 익숙하다. 그러니 일이 더 크게 보인다. 지방으로 오가야 해 다은을 자주 볼 수 없게 됐지만 성공을 위해 그 기회를 선택한다. 사실 그녀와 상의 전에 이미 선택했다.
같이 인턴으로 만나게 된 보영(크리스탈)과는 처음엔 부딪히지만 치열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다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야근이 잦아지고 다은에겐 소홀해진다. 하지만 야근이 정말 많은 것은 사실이고 인턴이 살아남기 위해선 이렇게 버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다은을 만나기 위해선 지옥 같은 교통정체 속 장시간 운전은 필수다. 결국 힘들지만 의무적으로라도 만나기 위해 무리해서 가다 보니 남자는 보상심리가 발동하고, 막상 도착해도 지쳐쓰러지니 여자는 더 서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다은이 안 바쁜 게 아니다. 간호사다 간호사.
다은은 남자친구의 딱한 상황을 이해하려 하지만 서운함은 계속 쌓여간다. 사랑이 책임감이 되는 순간 균열이 생긴다. 보통 당사자는 책임감이 되었는지 모른다. 서서히 변하기 때문이다. 밉긴 밉지만 남자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별 선언을 할까? 사랑이 책임감으로 변질되었는지 숙고할 시간조차 없이 사회생활에 치여있지 않은가. 우선 생존하고 볼 일이다. 반대로 다은의 입장에서 관계를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랑한다 말하지만 사소한 것을 계속 놓치는 이 남자. 결국 작은 일에서 서운함이 폭발한다. 사소한 것을 놓쳐 화내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마저 놓쳐 화가 나는 것이다.
결국 남자도 여자도 각자의 잘못을 저지른다. 물론 경중을 따지자면 따질 수 있겠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다고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뭐 대단한 인간도 아닌 평범한 우리에게 그냥 일어날 법한 혹은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야기 구성이 영리하고 반전도 있다. 그렇다고 대단히 정교한 떡밥을 던지는 건 아니어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못하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통해 반영된 우리의 모습 그리고 반추를 통해 만들어진 그 바람 때문에.
이 모든 공감과 몰입감엔 채수빈과 장기용의 현실 연애 연기가 한몫한다. 남녀 사이 생각과 입장 차이, 그로 인한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현실적 대사로 간결하게 풀어낸다. 마지막 여자의 선택은 뚱뚱하지만 따뜻한 남자다. 잘생긴 남자는 버림받으며 끝난다. 통쾌한 결말 같지만 영화가 더 길었다면? 이게 진짜 현실이라면 그 뒤 잘생긴 남자가 절실히 후회하고 다시 그 여자를 되찾을 것이다. 대게는 그렇다. 마지막 장면, 제주도로 떠나는 다은의 스치듯 보여주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에서 느껴진다.
너무 비현실적인 결말도 싫고 그렇다고 거짓으로 보여주는 것도 싫다. 딱 통쾌한 지점까지만 보여주고 끊기에 이 영화가 좋다. 아는 진실을 굳이 영화 속에서 또 보고 싶진 않다. <새콤달콤>은 새콤달콤하게 시작해서 마지막은 뭔가 시큼하고 영화가 끝나면 왠지 씁쓸하다. 중요한 건 그 씁쓸한 맛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대단한 인간은 아니어도 더 나은 인간은 돼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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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봤습니다. 일본 영화 리메이크라던데. 한국적으로 꽤 옮겼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