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럴>(2021) 리뷰

<스파이럴>쏘우 시리즈 9번째 작품이자 리부트 격인 <스파이럴>(2021). 정확히 말하자면 스핀 오프. <쏘우> 2편부터 4편까지 연출한 대런 린 보우즈만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난 이 감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인트 아가타>(2018)와 <데스 오브 미>(2020)를 보며 실망감은 더 커졌다. 그래도 국내 개봉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호러 신작을 보지 않을 수 없어 솔직히 큰 기대감 없이 극장에서 감상했다... 뭐야? 재밌잖아!
줄거리는 길게 설명할 필요 없다. 경찰서에 의문의 소포가 도착한 후 경찰을 대상으로 직쏘 모방 범죄 방식의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지휘 경찰관 지크(크리스 록)를 중심으로 그 범인을 찾는 이야기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호러 영화로서 오락성이 있다. 기존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고어 신을 줄이고 그 빈 공간을 범죄 추리 형사물로 채워 넣었다. 물론 비호러 팬들에겐 여전히 고어 대향연으로 보일 것이다.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원래 무서운 장면 하나만큼은 잘 연출했다. 너무 그것만 해서 문제였다. 하지만 그의 장기를 살린 끔찍한 고문 고어에 영리한 이야기가 더해지니 잘 빠진 킬링타임용 호러 무비로 이어진다. 물론 이야기 구조가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으며 추리에 능한 사람들은 범인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난 결말까지 예측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측할 틈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이야기의 아귀는 잘 들어맞으며 결말에서의 임팩트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고 황급히 마무리해버리는 방식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진다.
그리고 직쏘 라는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능가하는 캐릭터를 욕심내지 않은 것이 쏘우 9번째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주연을 맡은 지크 역의 크리스 록은 대사가 좋다. 확실히 코미디 배우라서 그런지 코미디 대사에 대한 감각이 있고 그가 뱉는 대사들이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사건과 사건 사이를 잘 메꿔준다. 고문 고어와 범죄 추리 형사물이 적절하게 배합된 <스파이럴>은 제목부터 기존의 프랜차이즈 성격을 지우고 메이저 호러로 도약하려는 듯하다. 일단 그 첫 발은 잘 내디뎠다.
대런 린 보우즈만. 이름만 들어도 질색하며 평가절하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퇴보하는 감독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날 머쓱하게 만든다. 역시 인생은 늘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