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동화 (秋天的童話, An Autumn's Tale, 1987)
홍콩영화의 전성기 홍콩 느와르 시대에 나온 멜로영화 수작이다.
완성도 높은 건축학 개론 정도 생각하면 된다.
1980년대 귀염둥이 배우 종초홍이 미국 뉴욕대에 유학갔다가
퇴역선원 주윤발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이야기다.
느와르 일변도의 영화로 생각되어진 당시 홍콩영화가
이정도 저력이 있었나 하고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다. 국적 불문, 멜로드라마 걸작 리스트에 들어갈 영화다.
액션배우로 여겨졌던 주윤발의 징그러울 정도로 훌륭한 멜로연기까지.
주윤발 대표작들을 꼽으라면 분명 그 리스트 중 하나로 들어갈 것이다.
뉴욕의 가을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데,
여류 감독 장완정이 실제 뉴욕에서 공부할 때 기억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뉴욕의 그 분위기와 쓸쓸한 느낌을 아주 잘 잡아냈다. 실제 미국인들이 만든 영화 속 뉴욕보다도
더 뉴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뉴욕거리의 그 분위기와 냄새, 사람들의 움직임이 선명히 떠오를 정도니까.
뉴욕에 남자친구가 있는 종초홍은 먼저 간 남자친구를 따라 뉴욕으로 유학을 간다.
부모님 응석받이인 종초홍은 아직 미성숙하다. 세상이 그냥 핑크빛이다. 뉴욕에 도착해서 남자친구를 만나
알콩달콩 즐겁게 유학생활을 즐기면 된다 하고 막연하게 들떠있다.
아주 먼 친척 주윤발이 뉴욕 외곽에 살고있다 한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잠깐동안 그에게 신세를 지면 된다.
주윤발은 전직 선원이다. 배를 타고 평생 떠돌다가 이제 뉴욕에 정착했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세계를 떠돌고 있다.
늘 바다를 먼 곳을 그리워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깡패친구들과 패싸움을 하고 도박을 하고 건달생활을 한다.
하지만 진짜 악당은 아니고, 마음이 허전해서 현실생활을 진득히 하지 못하는 거다.
귀한 집에서 고이 자란 종초홍은 주윤발 집에서 함께 산다. 이런 집은 듣도 보도 못했다.
길거리에 나가면 마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버럭 소리지르며 지나가는 흑인들이 무섭다.
속마음은 따뜻한 주윤발은 종초홍을 자기가 돌봐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돌봐준다.
종초홍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윤발의 이런 따스함과 깨끗함을 꿰뚫어보게된다.
여류감독이라고 하는데ㅡ 영화가 섬세함과 세련됨으로 가득 차있다.
남자친구에게 버림 받은 종초홍은 놀라울 정도로 성숙해져서 자기 학비를 벌기 위해 가정교사를 하고
주변 빈민가 사람들과 친해지고 가사까지 돌보는 등 충실한 일상을 살아간다. 먼 곳만 보며 살아가는 주윤발은
겉으로는 마초적이고 세상사 통달한 듯하지만, 속은 약하고 따스하다.
어느새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어린 종초홍이 주윤발을 돌봐주는 관계가 된다.
주윤발은 서서히 종초홍에게 사랑을 느낀다.
주윤발과 종초홍 두 사람의 마음의 행로를
뉴욕의 사계절 변화하는 풍경과 아주 잘 매치를 시켰다. 굉장히 섬세하게 이들 심리를 묘사한다.
이정도로 세련된 영화를 만들기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잔잔하지만 아주 호소력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두 연인의 일상을 바라볼 수 있다.
주윤발을 사랑하지만 난폭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아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종초홍은
그를 떠난다. 종초홍이 탄 차를 뛰어서 쫓아가다가 쓰러져서 목놓아 우는 주윤발의 연기는 아주
감동적이다.
주윤발은 꿈이 있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에다가 레스토랑을 열고 늘 바다를 보며 사는 것이다.
그는 그 꿈을 종초홍에게만 이야기했다.
세월이 흐른 후 종초홍은, 주윤발이 이야기했던 그 해안가에 가본다. 추억을 되짚으려 말이다.
그런데 그 해안가에 진짜 레스토랑이 있었다. 주윤발은 그 자리에 레스토랑을 만들고
종초홍을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굉장히 따스하고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그 감동은 정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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