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이 더 무섭거나 악당들이 더 멍청하거나, <백키>(2020) 리뷰

<벡키>(2020)는 <위자: 저주의 시작>(2016),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의 룰루 윌슨이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챙겨봐야겠다 생각했다. <위자: 저주의 시작>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어린 것이 무서운 연기를 왜 이리 잘해하며 수차례 감탄을 한 기억이 있다. 당시 그녀의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다른 영화에서 만나고 싶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고, 감사하게도 공포영화다.
반항적인 십 대 소녀 벡키는 아빠와 호숫가의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도중 아빠와 다투게 되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망쳐 홀로 시간을 보낸다. 같은 시간, 감옥을 탈출한 범죄자들이 벡키의 집으로 들이닥친 후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가족은 위험에 빠지게 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벡키는 악당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전형적인 킬링 타임용 고어 액션 호러다. 여성 복수극인데 어린 소녀의 복수극이다. 그럼에도 잔인함의 수위가 꽤 높다. 복수심에 불타는 벡키 역을 맡은 룰루 윌슨의 연기는 다소 과잉이지만 피 튀기는 고어 액션 신은 나름 볼 만하다. 어린 소녀가 건장한 성인 남성을 상대하는 구조. 물리적인 힘 측면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가장 강한 상대를 무너뜨리는 구조이기에 짜릿함이 크다.
하지만 물리적 힘 측면의 양극단에 있는 존재가 대등하게 싸우려 한다면 약한 쪽 극단에 있는 존재는 지략이 뛰어나야 할 것이다. 아니면 너무 비현실적일 테니. 그러나 감독은 강한 쪽 극단에 있는 존재를 멍청하게 만들기로 한다. 여기서 영화의 긴장감이 빠져버린다. 압도적 덩치를 자랑하는 악당들은 어설프게 악하다. 치밀하게 경찰을 죽이고 탈출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벡키 앞에서는 정에 휘둘리거나 뚱딴지같은 행동을 한다. 이러니 벡키가 악당과 마주하는 순간에 긴장감이 없다.
저러다 진짜 위험하겠다는 불안감을 조성하지 못하고 결국 소리만 꿱꿱 지르며 고어 액션에 의지한다. 이야기는 평범한 편이나 영리하지 못하다. 연출의 특별함도 찾아볼 수 없다. 악당들의 연기는 단조로운데 감정 변화가 잦다. 그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감정 연기다. 차라리 아주 사악하기만 했으면 적어도 어설픈 감정 연기는 감출 수 있었을 것이다.
여성 복수극인데 어린 소녀의 복수극으로 가져간 그 용감한 시도는 말 그대로 용감했지만, 그 덕에 높이 올라가 버린 복수 방식의 난이도를 해결할 아이디어는 부재하다. 그나마 룰루 윌슨 등장 신들과 고어 액션은 볼 만하다. 사실 마음 같아선 더 야박하게 평을 하고 싶지만 눈을 희번덕 뜨고 무섭게 웃으며 "난 당신을 해치고 싶어. 아주 지독하게."라고 어른들에게 일갈을 날리는 룰루 윌슨의 얼굴이 생각나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나저나 악당들이 찾는 그 열쇠는 도대체 무엇인가? 며느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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