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마더, 2020> 리뷰

밑바닥 인생을 사는 한 여자.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백수의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족족 빠찡꼬에 쓰며 내일은 없는 듯 살아간다. 그녀에게는 꼬마 아들 슈헤이가 있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그녀는 이제 슈헤이를 이용해 돈을 빌린다. 그 돈으로 또다시 빠찡꼬에 쓴다. 엄마로서의 역할은 외면한 채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지했다가 길거리를 전전했다가 그렇게 밑바닥에서 낙엽처럼 굴러다니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녀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사람은 아들 료헤이다. 그녀의 삐뚤어진 사랑과 집착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오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 <마더, 2020>의 이야기다. <일일시호일, 2015>로 큰 주목을 받았던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작품이며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에서 주연을 맡았던 나가사와 마사미가 이기적인 엄마 아키코 역을 맡았다.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아주 순화된 표현이다. 난 영화 속 그녀를 향한 동정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키코는 10살도 채 안 된 아이를 남자에 눈이 팔려 일주일간 집에 방치하거나, 한 침대에서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맺거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오게 하거나 심지어 도둑질까지 시킨다.
지금의 그녀를 형성한 안타까운 성장 과정과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유일하게 빛나는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악의 선택만을 이어가며 모성애마저 심각하게 삐뚤어져 있다. 어디서 그녀를 동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 료헤이는 저항하지 않는다. 삐뚤어진 엄마의 사랑을 삐뚤어졌다고 분간할 수도 없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주변 인물들조차 일본 특유의 보수적인 태도가 녹아있어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키코와 류헤이가 밑바닥을 전전하며 망가지는 과정 속에서 분명 제3자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가족이든 기관이든. 그들도 명백하게 잘못되었음을 인지하지만 자신들이 피해 받지 않는 수준에서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나마 슬쩍 내민 손길도 아키코가 저항하면 뒤로 물러선다. 타인을 위한 진짜 희생은 보이지 않는다.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일본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고레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2005>와 <어느 가족, 2018>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지만 두 작품의 어두운 지점만 가져와 합쳐 놓았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이 소외 계층의 차가운 현실과 온기가 있는 실제 삶의 온도차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오모리 타츠시 감독은 차가운 현실과 실제 삶엔 온도 차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자가 더 현실적이긴 하겠다. 드라마적으로는 탄탄할지 몰라도 되도록이면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절망적 메시지다.
반드시 희망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다뤄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일본 사람들에겐 각성제가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각성제가 되어 함께 아파하고 자책하겠지만 희생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행동까지는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 아키코와 료헤이를 향한 태도처럼.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그 와중에 세상은 그냥 그렇게 계속 흘러간다.
요즘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안 변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일본 영화 속 정서는 예전 그대로 고여있는 느낌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에서 주연을 맡았던 나가사와 마사미는 그새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이기심 가득한 엄마 아키코 역이 참 잘 어울린다. 이렇게 또 세월은 흘러간다. 고인 물을 말끔하게 비워낸 일본 영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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