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금 스포] 넷플릭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초간단 리뷰
1. "철 든 사람의 상상력은 재미없다". 이것은 내가 종종 하는 말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적당히 철딱서니가 없는 것이 좋다. 철 든 사람의 상상력은 대부분 사회적 통념과 규범 안에 머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 그런 이야기는 별로 매력이 없다. 적당히 '도른자'가 도른 상태에서 쓴 이야기가 재미있다. 예를 들어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얼마나 '도른자'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쓴 소설 '돈 키호테'는 도른자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돈 키호테 같은 인물의 이야기는 '도른자 서사'의 정석과 같다. 그래서 재미있고 즐겁다. 세르반테스가 철이 든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돈 키호테는 철이 든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돈 키호테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종종 나온다).
2. 넷플릭스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실존했던 유명한 '도른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천재지만 사회성이 좀 떨어져 보이는 엔지니어 조르조 로사(엘리오 게르마노)는 자신의 발명과 상상에 제약을 거는 법질서에 불만을 갖는다. 그래서 그는 조선업을 하는 친구 마우리시오(레오나르도 리디)와 함께 이탈리아 영해 바깥에 인공섬을 짓는다. 그리고 그곳을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명하고 독립국가를 선언하게 된다. 대통령이 된 로사는 유엔이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리고 유럽 평의회에 찾아가 독립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그 사이 이탈리아 정부 관료들과 바티칸 시국을 중심으로 한 종교권력은 로즈 아일랜드를 불편하게 여긴다. 자신의 영역에 속해있던 국민이 독립을 선언했고 여기에 다른 국민들이 동요한다면 보수 관료들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영화는 독립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로사의 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대립으로 번진다.
3.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1967년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 한 것으로 400㎡의 인공섬을 짓고 독립국가를 선언한 로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사건과 영화의 차이점은 이탈리아 정부가 왜 로즈 아일랜드를 저지하려 했냐는 점이다. 대의적 명분은 이탈리아 정부는 로사가 탈세를 목적으로 독립국가를 선언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 이상의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상 탈세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또 이탈리아 해군이 로즈 아일랜드를 저지한 후 로사가 망명정부를 선언했다는 내용도 나오지 않는다. 알려진 내용보다 영화가 더 조사해서 실체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영화적 허용을 위해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바는 명확했기 때문이다.
4.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이 해프닝을 보수적인 관료와 어느 몽상가의 대립으로 다루고 있다. 작은 플랫폼 형태의 섬나라와 국가 체계를 완벽하게 갖춘 이탈리아의 대립은 애시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풍차와 싸우는 돈 키호테를 보는 듯 하다. 로즈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분쟁은 비교적 시시하게 끝났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막은 로사를 응원한 관객들에게 꽤 사이다가 된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국가와 시민의 권리·의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는다(애시당초 그건 철 든 사람의 서사에서나 가능하다). 철 없는 몽상가가 이룬 작은 성과는 관객들에게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회사가 마음에 안 들 때 "회사 때려치고 내가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데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 영화는 그 용기에 약간의 불을 당길 것이다.
5. 결론: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귀여운 소품이며 조금 유쾌한 영화다. 무엇보다 '도른자 서사'를 좋아한다면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조금 설득이 부족한 상황도 존재하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건 '국가의 탄생'을 목격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