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후기 - 이해하지 말고 느끼세요 (노스포)

찰리 카프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관람하였습니다. 영어 표현 중 '부조리하고 암울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 카프카에스크(Kafkaesque)가 있다면,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처연하게 몽환적이다'의 의미로서 카프먼에스크(Kaufmanesque)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영화 초장부터 기성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작법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합니다. 엔딩 크레딧에 '젊은 여자'로 표기된 여자 주인공(제시 버클리 분)은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인물 간 대사는 시도 때도 없이 겹치며, 장면은 갑작스럽게 전환되기 일쑤입니다. 정교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서사 진행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카프먼 감독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영화의 일부분이 아니라 130분 러닝타임 내내 이어집니다. 이 작품을 보시는 많은 분들에겐 이러한 독특함이 난해함과 이질감으로서 거북하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이는 카프먼 감독이 도달하고자 하는 영화적인 체험을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서, <테넷>의 대사를 빌려서 말씀드리자면 그저 '이해하지 말고 느끼'시면 됩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영화의 설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시고 다소 난해하더라도 결말까지 묵묵히 보시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영화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고 단언합니다.
보고나면 정말 하고싶은 얘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이번 주말에 기회가 되신다면 꼭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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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내용보다 우울증 걸릴거 같아서 포기했는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물론 해석은 나름대로 하긴 했지만..찰리 카우프만 다른 영화들도 궁금해지네요
전작들 중에서 이터널 션샤인밖에 본 게 없어서..


찰리 카우프만이 감독한 작품들 보면서 내린 결론은 각본가가 자기 자리라는 생각이에요.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