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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라 마피아'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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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 여기 영화가 하나 있어. 주연과 감독 이름을 보니 대충 이탈리아 국적의 영화같아. 원제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글 제목은 '라 마피아'라고 써져 있어.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탈리아 정통 마피아 영화일 수 있겠군". 넷플릭스 '라 마피아'를 보기 전 내 사고는 이랬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마르코 벨로키오의 '배신자'는 다소 길고 산만하긴 했지만 분명 매력이 넘치는 정통 이탈리안 마피아 영화였다.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고 그 가운데 근현대사를 거칠게 산 한 남자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마피아 영화는 오래전부터 "갱스터 집단을 미화한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아왔다. 이것은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인 '대부'도 피해갈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배신자'는 마피아를 미화했다는 비난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이 나쁜 놈들인 건 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 '라 마피아'는 '배신자'에서 한발 더 나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 산토(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 전혀 동정하거나 감정이입을 가치도 없는 나쁜 놈이다. 그의 아버지는 실패한 마피아였고 그런 아버지에게조차 버림받은 산토는 "나쁜 놈이 되자"라고 마음 먹은 듯 나쁜 짓만 한다. 어려서부터 도둑질과 폭행을 일삼았고 나중에는 납치에 살인까지 서슴없이 한다. 영화는 거기에 대해 어떤 명분도 부여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나쁜 놈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우려를 완전히 차단하며 거침없이 펼쳐진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누구도 산토에게 정을 붙이거나 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만약 "이해한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다). 

 

3. '라 마피아'는 6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레트로풍 편집과 음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때문에 분명 눈과 귀가 즐거운 지점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산토와 그 무리들의 '멋짐'을 부각시키진 않는다. 애시당초 멋하고 상관없는 배우(산토를 연기한 배우는 '존윅:리로드'에서 악역을 연기했다)들이 출연하고 하는 짓도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 저 옛날 '대부'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멋있는 갱스터'는 안중에도 없다. 산토는 멋진 마피아도 아니고 차라리 '양아치'에 가깝다. 영화가 주인공 산토를 동정하거나 미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다. 

 

4. 이 영화에는 산토가 멋있어 보일'뻔한' 장면이 있긴 있었다. 산토는 큰 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과 마약사업을 시작한다. 아직 마약이 낯설던 시기에 사업은 크게 번창하고 조직도 커진다. 그러나 산토와 1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슬림(알레시오 프래티코)이 마약에 빠지면서 조직원들의 원성이 나온다. 이들은 마약을 판매하지만 자신들은 마약에 빠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그러나 슬림이 중독자가 되면서 조직의 문제꺼리가 될 수 있다. 보통의 마피아 영화라면 이때쯤 슬림을 죽여야 하는 산토의 고뇌가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최대한 생략하고 빠르게 처리해버린다. 산토가 인간적인 고뇌를 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다.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명확해지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5. 이 영화의 이야기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앞서 언급한 '배신자'나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과 마찬가지로 한 남자의 삶을 시간순, 혹은 플래시백으로 풀어낸다. 이 남자는 보통 이민자거나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자란 아이다. 이야기는 이 보잘 것 없는 아이가 어떻게 밤의 세계를 주무르는 거물이 됐는지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여기에는 보통 인물의 내면을 관찰해야 마초 감성을 끌어올린다. '아이리시맨'이 그랬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주인공을 깊고 세밀하게 관찰하려는 태도는 똑같다. '라 마피아'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산토라는 인물의 내면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생각이 없는 영화다. 이것을 '마피아 영화의 정통성에 대한 비틀기'라고 봐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알기에는 '일반적인' 마피아 영화를 본 게 없다.

 

6. 그래서 이 영화의 가치를 찾는 일은 어렵다. 아주 폭력적이고 나쁜 영화라 하기에 이 영화는 폭력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없다. 레트로풍의 음악과 편집이 멋지긴 하지만 이 나쁜 놈을 감수하고 그 미장센을 즐기기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남자의 삶'이라는 키워드로 감상하기에는 그 남자가 너무 '개썅놈'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영화의 미덕은 무엇일까? 범죄자에 대해 '그는 그저 쌩양아치이며 그리 멋있지도 않고 끝까지 정신 못 차릴 놈'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전부다. 영화의 내용과 달리 기획의도는 심히 도덕적이다. 이상하게 교훈적인 지점이 있는 영화다. 

 

7. 영화를 만든 레나토 데 마리아는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감독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었고 자국 영화제(베니스 영화제 포함)에 몇 차례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현재까지 찾아본 바로는 우리나라의 어떤 평론가나 영화제에서조차 소개된 적이 없는 듯 하다. 때문에 이 사람의 영화관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 없다. '라 마피아'가 아주 만족스럽거나 훌륭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 사람의 영화 몇 편 더 보고 싶긴 하다. 

 

8. 결론: 이 영화를 '나쁜 놈이 나쁜 짓 하는 이야기' 정도로 묘사했지만 그 나쁜 놈이 하는 어설픈 짓들 보면서 낄낄대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대로 좋은 복고음악과 레트로풍 편집과 촬영, 패션은 눈이 꽤 즐겁다. 갱스터 영화에 거부감이 없다면 넷플릭스에 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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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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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존윅 2의 뺀질이 악당이 이 영화 주연이더라고요.
08:34
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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