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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 우울해 죽겠네 아주

체리다케시
1292 0 6

멜랑콜리아.jpg 

익무에서 마련해주신 예매권으로 멜랑콜리아를 관람했습니다.
좋은 관람기회를 주신 익스트림 무비에 감사드립니다 .^^

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이죠.
칸에서의 선정적인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궁금한 영화이긴 합니다.
거기다 그 대단했던 안티 크라이스트의 다음 영화이기도 하죠. 이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할만하죠.
(저는 안티... 를 안 봤지만 말이죠.)

암튼. 봤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저스틴의 결혼식이 열립니다. 골프홀이 무려 18개나 있는 대저택에서 요즘 사람들 치곤 고풍스런 방법으로
결혼식을 준비하지요. 물론 금전과 노력은 언니와 형부가 부담하지요.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저스틴 주변의 사람들은 죄다 자기 밖에 모르는 속물인데다가 본인 스스로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죠.
달의 기운을 받은 악마에 홀린 신부처럼 저스틴은 깡총 깡총 뛰어다니며 안정을 취하지 못하더니 결국 결혼식은 망가져 버립니다.
바로 그 때, 저스틴은 지구로 돌진해오는 행성 '멜랑콜리아'를 보게 되죠.

영화는 2 파트로 되어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부분은 전반부의 반쪽 단락 '저스틴'의 내용이에요.
이 후로는 본격적 재난영화인 반쪽 '클레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단락은 별개로 놓고 보더라도 만족스런 독립된 영화입니다.

멜랑콜리아는 지극히 염세적인 시선과 동시에 포기와 희생의 긍정성을 나란히 놓고 보여줍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병적 집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지점에서 저는 이 장인을 존경하지 않게 되었죠.
아무튼 최신작 멜랑콜리아는 전형적인 라스 폰 트리에 식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단 그 대상이 둘로 나뉘어 졌다는 점이 좀 색다른데, 결국 하나의 결말을 향해 둘이 합쳐지기에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은 기괴할 정도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며 자기 편에 서주질 않습니다.
고통속에서 절규하던 여자는 이 모든 것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죠.
뭐,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구로 돌진하는 행성만큼이나 위험한 걸 알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하겠네요.
이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드라마나 베베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내는 내러티브적 재미를 가진 게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것을 통해서 큰 것을 이야기하고, 개인의 아주 특이한 내면을 파헤침으로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쪽입니다.
그 과정에서 비쥬얼적인 요소들이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오프닝의 그 현대미술적인 장면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극 안에서의 모습들이죠. 난폭한 촬영인건 여전하지만 라스 폰 트리에의 핸드헬드는 이 카메라 흔들기에도 고풍이 있단 걸
항변하는 듯 합니다.

뭐, 아무튼 지구와 멜랑콜리아는 조우합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도 훨씬 커다랗죠. (아마도 충돌 전에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의
것들이 빨려 올라가야 할 지경인거 같더군요. 라스 폰 트리에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울증이 지구 전체를 덮고도 남을 정도인거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 보고 있구요. 전 우주에 생명체란 지구밖에 없고 그럼으로 지구의 생명체는 모두 악하단 말이 모순에서
벗어나며 그럼으로 지구따위 뭉게져도 상관없어. 라는 식의 논리도 재미있습니다. 동의하진 않지만.
이 모든 것은 우울증에 축축히 젖은 작가의 내면을 바라본 결과 같아요. 그 끈적끈적하면서 아름다운 빛을 내 뿜는 기이한
필름을 우린 목격하는 것이죠. 개인의 하찮은 내면따위에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지? 라고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작가적 영화, 그 중에서도 라스 폰 트리에 같은 개인적 내면을 전면에 내세우는 식의 방법은 확실히 보편적인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다만 유니크하단 이유 만을 이러한 독특한 창조물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현대미술에서의 고민이기도 했죠.
라스 폰 트리에는 개인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작가'이며 그러므로 그가 걸어온 궤적을 바라보는 일은
별이 지나온 길을 그려보는 것처럼 흥미를 가집니다. 이 지점에서 우린 충분히 그를 대우할 수 있으며 다음작업을 기다리는 편에
서기로 마음을 먹게 되지요. 적어도 지금의 라스 폰 트리에는 충분히 좋은 영화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각인되었을 오프닝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빌 비올라와 매튜 바니를 섞은 듯한 인상이었어요.
빌 비올라의 작업들을 십 여년 전에 보며 끙끙 고민했습니다만 이제 대중 예술로서 충분히 활용 가치를 찾은 느낌입니다.

체리다케시
26 Lv. 70408/71610P

당신의 물좋은 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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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지극히 과대 평가된 감독이죠
멜랑콜리아도 참 속빈 강정 같습니다
뜬금없는 내용도 참...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긴 있겠죠

15:45
12.05.23.
LINK
저도 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도그마 선언 때는 좀 재수없기도 했구요.
그런데 킹덤, 어둠속의 댄서, 멜랑콜리아 다 재미있게 보고 있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ㅎㅎ
11:35
12.05.24.
profile image
사고1
전 '영화감독'으로써는 매우매우 좋게 보는 쪽.인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친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네요 ㅎㅎ  엄청 피곤한 스타일이고, 우울해지고... 그럴 거 같음.
(누가 만나는 준다나)
15:53
12.05.23.
profile image 2등
아 빌 비올라..... 그렇네요. 그런 느낌이네요.... (모리 미술관에서 보고 매우 쇼킹)

우울하다..면 우울한데 (제목부터가 ㅋㅋ) 너무나도 장엄하고 멋들어진 우울함이고 세계종말이라서 맘에 들었습니다. :>
15:52
12.05.23.
LINK님 축하합니다.^^
LINK
익무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어 ㅋㅋ.
LINK님은 50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15:52
12.05.23.
LINK
저도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 순간에는 정말 소름 돋더군요.
저도 우주 공포증이 있는 듯 해요 ㅎㅎ
11:42
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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