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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장 (1973) (麒麟掌) (Fist of Unicorn)

sattva
6935 0 4
u1.jpg


[기린장]은 이소룡 팬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는 영화입니다.
사연은 대략 이래요.
소기린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무문]에서 정무문 제자로, [맹룡과강]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이소룡 영화에 어느정도 비중 있는 조연으로 자주 나왔던 사람이죠.
이사람이 이소룡과는 어렸을적 부터 친구였고 미국에서 돌아와 자리를 못잡고 있는 동안에는 이소룡한테 도움도 많이 줬다고 해요.
그런 소기린이 [독패권왕]이라는 영화로 주연데뷰를 하게 됐습니다.
이소룡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독패권왕]의 제작발표회장에 나가서 덕담도 해주고 아는 무술인들을 주선해서 영화에 출연시켜주고 촬영현장에 찾아가 조언도 해주고 무술지도도 약간 해줬습니다.
근데, [독패권왕]의 제작자가 그 순간을 무단으로 촬영해서는 예고편에다 집어넣고 '이소룡 선생 특별 출연및 무술지도'라고 광고를 때린 거예요.

[독패권왕]은 [기린장]으로 제목이 바뀌어서 1973년 초에 개봉했습니다.
이 개봉판에까지 이소룡이 나오는 장면이 삽입되었습니다.
자기는 출연도 안했는데 출연작이 하나 늘어나 버렸으니 이소룡이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겠죠.
그일로 인해 오랜 친구이던 소기린과 사이가 벌어졌고 둘은 다시 화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뒤에 이소룡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으니까요.

뭐... 이런 일이 있다 보니 [기린장]은 이소룡팬들한테는 애증이 엇갈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소룡의 팬이라면 용서못할 짝퉁 먹튀 영화이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아요.(^^)
그런 소동을 피웠으니 영화라도 그럴듯하게 뽑혔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가 못해서, [기린장]은 짝퉁인것도 모자라 품질이 떨어지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스토리는 뭐... 그냥 평범... 보다 약간 못한 수준의 복수담입니다.
70년대 초에 나온 쿵후영화 스토리 치고는 그럭저럭 하는 편이라 의외로 멀쩡하네...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예요.
그렇지만 멀쩡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매가리가 없습니다.
소기린 선생께는 안된 말씀이지만 이분 암만 봐도 주연급이 아니예요.
외모가 아주 잘생기지는 못했더라도 일단 주인공을 맡았으면 보는 사람의 시선을 휘어잡는 그런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나오는 사람들 중에 주인공이 제일 눈에 안띄어요.
무술영화 주인공이니 운동능력만 어느정도 되어도 할일은 한다고 볼텐데... 재주넘기는 좀 하는 모양이지만 무술액션은 좀 많이 아닙니다.
가끔가다 괜찮은 동작이 나온다 싶을땐 얼굴이 안보여요.
그나마도 잘한다싶은 재주넘기도 어설픈 무술지도 때문에 잘 살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술지도를 또 본인이 직접 한 걸로 되어 있어요.(명목상으로는 이소룡과 소기린 공동 무술지도...)
이양반 하는 걸 보면 남을 지도할 형편은 아닌 것 같은데.......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출연진도 문젭니다.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아역시절의 맹해를 비롯해 화성, 쿠라타 야스아키, 황인식에다 지한재 총재가 특별출연하고 있습니다.(성룡도 구석데기 어딘가에 출연)
이건 뭐 이소룡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출연진 명단만 봐도 구미가 당기는 쟁쟁한 진용이죠.
그런데 뭐가 문제냐구요?
저분들이 각자 알아서 폼만 잡아줘도 따분한 영화가 나올 리가 없는 진용이잖아요.
그런데 정말로 해내버렸어요.
저런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볼만한 구석이 없는 평범한 영화를 만들었단 말이죠.

모셔온 배우들을 조금도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천하의 황인식 선생한테 악당끄나풀 3번 정도의 역할을 줬어요.
영화 초반에 한국 합기도의 양대 거두 황인식과 지한재가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뭐... 무술영화팬들에게는 드림매치잖아요.
근데, 황인식이 맡은 역할이 동네 잡건달이니 제대로된 그림이 나올 리 없죠.
그냥 지한재가 일방적으로 황인식을 발라버리고 끝납니다.
지한재 선생은 까메오라서 더 이상 나오지도 않아요.

쿠라타 야스아키는 그래도 영화속에 나오는 악당들 중에 최고수 역할입니다.
비중도 크고 소기린과 일대일의 긴 결투장면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길면 뭐합니까.
아무리 쿠라타 선생이라도 상대가 받쳐주질 못하니 그럴싸한 그림이 안나옵니다.
무술지도가 능력이 있으면 실력 없는 배우도 고수처럼 보이도록 잘 포장해 주지만 이 영화에는 그 실력 없는 배우가 바로 무술지도이니...
거기다 쿠라타가 퇴장한 뒤에도 영화는 한참을 계속 이어지고 끝판왕은 따로 있습니다.
그 끝판왕은 쿵후영화 팬들이 끝판왕으로 나오길 바라는 그런 사람은 아니예요.

참 묘하게도 실력자일수록 일찍 퇴장하고 끝에가면 쩌리들만 남게 되는 거죠.
그러니 영화의 후반부는 누가 누구랑 싸우든 관심도 안가고 시시하게 느껴집니다.
끝판왕과의 최종결전이란 게 머리끄댕이 잡고 흙바닥에 뒹굴면서 싸워요.
이런식의 개싸움도 잘만 연출하면 비장함이나 날 것 같은 느낌을 살려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거 없어요.

제목이기도 한 '기린장'이라는 무술말인데... 기본적으로는 정창화 감독의 [철인]에 나왔던 환타지화 된 철사장을 어설프게 흉내냈습니다.
우선 주인공이 귀를 꿈틀꿈틀하고(이게 소기린의 장기인 모양이죠.)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면 손바닥에서 하얀 그림자같은 게 나와서 막 날아다녀요.
그 다음엔 공중에 한번 붕 떴다가 두손으로 상대방을 밀치면 그걸로 끝입니다.
쿠라타 야스아키든 누구든 소기린이 갑자기 공중에 붕 떠서 손바닥으로 밀치니까 한방에 골로 가버리더라는 말입니다.
묘사가 어설픈 건 둘째치고 쿵후영화가 순식간에 '여래신장'류의 황당무계형 무협물로 바뀌어버리는 거죠.
[철인]은 무협영화와 쿵후영화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작품이니 그런 비현실적인 묘사가 나와도 크게 문제될 게 없겠지만 이 영화는 이소룡의 이름까지 내걸고 사실적인 권격영화인듯 하다가 갑자기 돌변해 버리니 허탈해집니다.
저런식의 필살기로 한방에 보낼 거면 그전까지 치고받고 한게 의미가 없잖아요.
이소룡은 어쩌면 초상권을 무단으로 도용당한 것 보다는 이 영화에 무술지도로 자기 이름이 올라간 데 더 열받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렇게 해서.... [기린장]은 명백히 허접한 영화입니다.
근데... 실은 전 나름대로 볼만은 했어요.
영화가 수준이하이긴 하지만 70년대 초에 나온 저예산 쿵후영화치고 바닥을 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하도 쟁쟁해서 그런 사람들 데려다 놓고 겨우 이따우 밖에 못했다는 이유로 실제보다 더욱 더 욕을 먹는다고 봐요.
어쨌거나 남들에게 추천은 안합니다.
혹시라도 이소룡 관련작이니 한번 봐야겠다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면 우선 자신의 취향이 어떤 쪽인지부터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이소룡 말입니다.
실은 영화에 (거의) 안나옵니다.
영화의 시작부분, 끝부분에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고 본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버전에 따라서는 아예 안나올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시대극인데 현대의 영화촬영장 모습이 영화 속에 끼어들 수가 없죠.
요즘식으로 하면 영화 크레딧 나올때 촬영현장 모습 잠깐 비쳐주는 그런 정도예요.


u2.jpg


-이 영화의 촬영감독인 위해봉은 성룡의 전설적인 데뷰작(이자 전설적인 졸작이자 먹튀영화) [광동소노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걸 보면 이 영화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이 뭔가 수상쩍은 면이 있긴한 것 같아요.

-IMDb에는 진혜민이 출연한 걸로 되어있는데 안나옵니다. 캐스팅만 되었다가 출연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sattva
46 Lv. 395329/4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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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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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sattva님 축하합니다.^^
익무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어 ㅋㅋ.
sattva님은 10포인트를 보너스로 낼롬 챙기셨습니다.
15:00
11.12.26.
profile image 2등

아직까지 '이소룡' 의 이름은 유효한가 봅니다.. 졸작이든 어떻든 막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16:45
11.12.26.
profile image 3등
이영화와는 상관 없는 얘긴데..^^
이연걸 주연의 정무문 리메이크에 쿠라타 야스아키가 나왔죠.
보진 못했지만 견자단 영화에도 나왔고..
이소룡과 친분이 두터웠다던데 그 인연 때문이었나봐요..
11:02
11.12.27.
profile image
쿠라타 야스아키 넘 좋은데...
비장의 무기가 참... -_- 점프하고 손 뻗고 게임 끝이면 ㅠ.ㅠ

12:10
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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