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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뮤비보다 덜 슬픈 이야기

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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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영화를 기다렸던 이유는 딱 세 가지다. 첫째, 지난 1월 공개됐던 김범수의 뮤직비디오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의 감동둘째, 배우 권상우에 대한 호감, 셋째, 시인 출신 원태연 감독에 대한 궁금증.

 이 세 가지 조합이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 이후 12년 만에 나를 반드시 울려줄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늘 눈물이 많은 남자가 되길 바랬지만 정말 운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손등으로 닦아낸 눈물을 보며 내 감정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승철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영화의 도입부는 기대와 달리 영상이고 스토리텔링 방식이고 다소 촌스러웠다. 허나 그것이 또 나를 울렸던 1997년만큼 복고적인 것 같기도 해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하여 나는 일순간 감정을 수습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나서 내달린 90여분의 시간. 하지만 끝내 나는 울지 못했다. 가끔 몸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을 받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 전력은 개구리 한 마리 기절시킬 정도도 되지 못할 것 같은 정도였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이하 슬픔보다...)>는 왜 나를 울리지 못 했을까?

 

감성이 거세된 영화

 

 앞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를 관람한 첫 번째 이유 그러니까 가장 큰 이유가 김범수의 뮤직비디오였다. 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을 때 나는 <편지>이후 가장 눈물 흘릴 뻔한 순간을 맞이했다. 8 30초 정도의 뮤비가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영화 촬영분을 편집한듯한 영상은 유려했고 배우들의 연기(특히 권상우의 연기), 나래이션은 내 마음을 움직일만큼 훌륭했다. 김범수의 애절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노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역시 내 가슴을 사로잡은 것은 '사연' 즉 이야기였다.

 

 어릴 적 만난 남자 K와 여자 Cream 한 날 한 시에 고아가 되고 한 집에 살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 하지만 K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억누른다. 그리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주치의를 소개시켜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화가 난다. K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기에 그 의사와 결혼을 결심한다. Cream은 눈물을 흘리고 K 숨어서 오열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 K가 약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약이 암 말기 환자의 진통제란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오열한다그제서야 그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모든 걸 이해하지만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K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가 하려던 것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더 힘들어 할 것을 알기때문에.

  

 불치병은 이제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하던 나는 왜 내가 이 사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 알고 싶었고 이렇게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그러자 내가 어느 부분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보다 그녀의 사랑이 더 안 쓰러웠다.

 그의 애절한 사랑은 오히려 대단하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은 원래 좀 그렇게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물론 시대가 변해 인스턴트식 사랑을 하는 남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일단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게 되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본능에 충실한다. 자신의 인간 관계가 모두 깨지든 어쩌든 한 방향만 보고 돌진한다. 받는 사랑은 상관없고 오직 내가 얼마나 줄 수 있는지에 집착한다. 널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 정말 반은 진실이다. 그렇다면 ''의 경우 어차피 죽게 생긴 마당에 그녀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시집보내는 것? 충분히 가능하다. 죽기 전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을 그녀에게 모두 몰아주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이다.

 반면 여자는 어떠한가. 그가 그러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순간 그에게 굉장히 미안해지고 그가 너무나 안 쓰러워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듬어주고 싶지만 그러면 그가 원하는 바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자신이 알았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그는 그녀가 걱정되어 더 힘들어 하며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모른 척 해야한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녀 또한 모든 사랑을 주고 싶지만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은 척 나쁜 년이 되어야 한다.

 어떤가. 그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그녀를 속이기만 하면 되지만 그녀는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채 자신마저 속여야 한다. 본래 사랑이란 것이 '주는 사랑'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표면상으로 오히려 주어야 하는 입장에서 줄 수도 없는 그녀의 마음은 만신창이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도 가장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채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희생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위에서 요약한 뮤직비디오 <슬픔보다...>의 줄거리 몇 줄은 직접적으로 보여지진 않았다나는 그만큼 감정이입하였고 그들의 감정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들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알고 싶었고 더 긴 이야기 속의 디테일한 요소들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켜 카타르시스를 얻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래서 뚜껑을 열었더니 이게 왠걸, 영화의 내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작부터) 불치병에 걸린 K는 한 집에 사는 Cream을 바라볼 뿐이다. 어느 날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자 그는 상대 남자에 대한 조사를 한다. 그 남자는 치과의사이고 집안 좋고 성격 좋고 그야말로 명품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약혼녀가 있다. K는 그녀의 뒷조사를 해 치부를 밝혀낸다. 그걸 빌미로 그녀에게 그와의 파혼을 요구한다. 끄떡없이 따귀를 날리던 그녀는 그의 애절한 사연에 관심을 갖고 요구에 응한다결국 K는 눈물을 삼키며 Cream을 의사에게 시집보낸다.

 

 <슬픔보다...>의 시간도 거꾸로 간다...ㅡ.ㅡ

 

 (다시 시작부터) Cream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K의 비타민을 찾아먹는다. 상당한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약국에서 그 약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다. 그녀는 K에게 소원을 묻는다.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 그녀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치과의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들이댄다. 그와 결혼을 준비하며 그녀는 드레스를 보러 가 K에게 억지로 턱시도를 입혀 같이 사진을 찍고 결혼식날에는 K의 손에 이끌려 입장한다. 그녀는 그것을 K와 결혼하는 것으로 여긴다. 얼마 후 K가 죽고 Cream도 그를 만나러 간다.

 

 얼핏보면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내용이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Cream이 어느 시점에서 K의 불치병을 알게 되는지 보자.

 전자는 늦어도 스토리의 중반부, 후자는 초반부다. 전자에서 Cream이 가장 안쓰러웠던 이유는 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그 동안 얼마나 그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아는 체하고 그를 보살피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의 신념, 사랑이 너무나도 커다랗고 확고하기때문에.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의 감정을 희생시키며 그가 가는 길을 바라보는 것 뿐이다. 그러나 후자에서 그녀는 좀더 이성적이고 이기적이다. 전자와는 반대로 그의 비밀을 알고 나서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는 그녀의 속내를 파악하고 죽기 전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뤄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그녀가 그의 (아직 확고하지 않은)속내를 섣불리 파악하고 그가 원하는(어쩌면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을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셈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나자 치과의사를 엿먹이고 자살한다. K에게 가겠다며. 무섭도록 철저히 계획적이고 이기적인 여자다. 그녀가 힘들어할까봐 모든 것을 숨기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내려 했던 K는 과연 하늘에서 그녀를 만나고 기뻐했을까?

 후자는 K가 아직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시작한다. 그 시점에서 Cream이 그의 병을 알게 됐다면 그녀는 그의 갈등을 종식시켜줘야 했다. 죽을 때까지 내가 옆에서 힘이 되줄게. 그게 아마 그가 억누르려고 했던 진심일 것이다. 그 역시 결국은 그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주환과 제나의 캐릭터가 달랐다. 뮤비의 주환은 K의 주치의로서 K의 희생을 알고도 Cream을 사랑하게 되는 보다 복합적인 캐릭터였지만 영화의 주환은 그야말로 Cream에게 뒤통수 맞는 캐릭터일 뿐이다. 제나는 뮤비에서 분량은 적었어도 지고지순한 이미지로 Cream을 사랑하는 K를 사랑하여 그를 끝까지 돕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상상되었지만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쓸데없이 모던해서 이야기의 감성과 톤이 맞지 않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특히 제나의 캐릭터 배치는 스토리 전개와 지나치게 딱 맞아 떨어져 영화가 (물론 많이 다르지만) 뮤비의 여백을 이상한 방식으로 채우며 상상력을 제한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된 대표적 사례가 될 만하다.

 

 정리하자면 뮤비는 감성적이었으나 영화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맞추려고 노력한 느낌이랄까. 왜 뮤비와 영화가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졌을까. 관객에게 사기치려는 것일까? 아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 되어왔다. 할리우드 영화 마케팅 관련 책 <하이 컨셉트>를 보면 관객들은 영화 본편을 접하기 전에 뮤비를 접함으로써 상당한 예비 지식과 기대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뮤비의 내용은 실제 본편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케팅에 어떤 도움이 될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이미 쌓인 지식으로 스토리 전개를 예상하게 되는데 뭔가 예상과 맞지 않는 경우 더욱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해석하려 들어 더욱 깊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럼 <슬픔보다...>에서도 그런 효과를 얻었을까? 분명히 그랬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뿐이지 나름대로 마구 머리를 굴리며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철저히 감성을 자극해야 하는 영화 아닌가. 그러니 지루하지 않게 봤되 절대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하이 컨셉트>에서 예로 제시되었던 사례들을 떠올려 보자면 편집 순서나 음악의 분위기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유도하였을 뿐이지 <슬픔보다...>의 경우처럼 캐릭터 자체나 스토리가 아주 다른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슬픔보다...>의 경우 사기라고 볼 수도 있게 되버린 것이다. 

 

 권상우, 이보영의 호연

 

 나는 평소 배우들이 부족한 연기력을 빌미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지들이 연기를 뭘 안다고 평가를 하나.' 개인적으로 연기가 돋보이는 배역과 그렇지 않은 배역이 있다고 본다. 배우의 연기는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캐릭터, 스토리가 좋아야 한다. 배우 스스로 그것을 납득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의 연출력의 5할 이상은 연기 연출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배우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연기력으로 커버해야할 부분은 어차피 관객들이 보게 되는 것의 5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나머지 50%가 연기 못하던 배우를 잘 하는 배우를 바꿀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슬픔보다...>에서 권상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그가 맡은 K는 단독으로만 보자면 배우 입장에서 봤을 때 매력있고 어렵지 않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그런 지고지순한 캐릭터가 인간 권상우와도 맞아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그 동안 연기력에서 쓸데없는 논란이 있어 왔지만 나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의 모습을 절대 잊지 못 한다. 배역에 따라 다소 연기력에 기복이 있는 듯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공이 쌓이면 점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이보영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아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느껴졌다.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전적으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문제라고 생각됐다. 무릎팍 도사에서 원태연 감독이 이보영과의 갈등을 술로 해결했다는 일화를 얘기했는데 영화를 보니 해결보다는 종결이란 용어를 적합할 것 같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녀의 캐릭터, 결국 연기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범수와 정애연의 연기. 평범했고 가끔은 부자연스러웠다. 이범수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벌써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권상우 발연기, 이범수 외에 볼 것 없다.' 따위의 글들을 보면 참 영화를 제대로 볼 줄 모른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어떤 영화에서도 권상우는 발연기를 하고 이범수는 연기를 잘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만 특히 예술분야에서 절대적인 가치 기준을 들이댔을 때 얻을 것은 별로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원태연 감독 부족한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를 비난하는 것 만큼이나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포비아가 있는 나조차 원태연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몇 마디 꺼내보려 한다.

 흔히 영화와 가장 가까운 문학을 '시'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란 영상 예술로써 글이나 말이 아닌 영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 함축적, 상징적인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문장으로 그러하듯 말이다. 물론 인물의 대사가 있지만 최대한 영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야하는 것이 영상 예술의 기본이다. 그런데 <슬픔보다...>는 나래이션을 남발하고 남녀 두 주인공은 시인이다. 뮤비 <슬픔보다...>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뮤비는 간간히 나래이션과 대사가 짧게 나오기도 하지만 순전히 영상 편집만으로 서사를 진행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을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시적인 영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에 제목 아래 넣은 자막 '사랑하는데 말이 필요하다면 벙어리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요.' 와 완벽히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영화는 어떠한가. 그 자막까지 K의 입을 빌려 말하는 등 엄청나게 말을 한다. 원태연의 시를 읊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 칫솔같은 거. /그게 뭐냐? /칫솔은 한 곳에 꽂혀 있잖아. 같이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 /그럼 난 결혼한 거네?

 - 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반지, 침대. /그 딴걸로 평생 살면 뭐하냐 재미없게.  /니가 날 사면 되잖아. 너랑 같이 있으면 재밌잖아.

 

 etc...

 

 무릎팍 도사를 보고 인간 원태연에 대한 호감이 생겨 영화도 범상치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는데 처참히 무너졌다. 영화와 시의 유사성을 생각해보면 영화 연출도 잘 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땐 그가 어떤 시를 써왔는지 잠시 잊고 있었던 상태였다. 연애시로 불리는 그의 시는 시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만큼 기존의 시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 영화에 대입해보자면 그의 시는 장면을 그리는 글보다 대사나 나래이션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화에서 또 말을 하고 만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깊은 감정 이입이 필요하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사랑이 다 다른 형태이겠지만 본질은 유사한 법. 그렇기때문에 빈 여백은 관객들이 충분히 채워넣을 수 있다. 모두가 사랑을 표현하는 유치한 말들을 하곤 한다. 영화보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감정의 여백을 빽빽이 채워넣음으로써 오직 그들만의 사랑으로 만들어버렸다. 흔히 겪기 힘든 불치병이라서 공감하지 못 하는게 아니라(내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충분히 공감할 의사가 있다) 너무 구체화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이다. 

 

 거의 유일하게 영화적이라고 할만한, 시간에 대한 형상화조차 "만약 시간을 멈춘 채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 뭘하고 싶어." 라는 대사 이후 그대로 장면이 연춛된다. 거기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시계가 되돌아가는 장면은 한 마디로 낯뜨거웠다. 거기서는 페이드아웃하여 'O 개월 전' 자막으로 시작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어떻게 뮤비와 영화가 이리도 차이날 수 있을까.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검색을 해보니 뮤비는 그 '차은택' 감독의 작품이었다. 영화 촬영분을 편집한 것이 아니라 따로 촬영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내용까지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전략적인 이유였을까? 뮤직비디오는 상당히 수작이므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상당한 공헌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배신감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원태연 감독의 데뷔작을 보고 할리우드의 성공한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처럼 '차은택'감독이 영화 감독으로 변신하길 바라게 됐을 정도다.

 

Epilogue

 

 <슬픔보다...>는 그래서 엄청나게 나쁜 영화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면 <편지>의 감성보다는 훨씬 세련된 감성이다. 이런 멜로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모개 촬영 기사의 촬영도 전작들만 못하지만 괜찮은 편이다. 울리려고 하나 울리지 못할 뿐. 코어콘텐츠미디어 작품이었던 <고사>와 비슷한 완성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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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모큐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7:32
09.03.15.
2등
전 이영화 솔직히 중반까지는 좀 지겨운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중후반부터는 무척 감성을 자극하던데요.절제된 사랑의 아픔이라고 해야하나.남자여서 참으려고 햇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던데요.왠지 좀 아쉬운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중반까지 이야기 전개에서 뮤비의 내용을 좀 썩었더라면 완전 대박 났을것 같네요.둘이 합쳐지게 되는 동기라던가 권상우가 나중에 죽으후에 비디오를 찍어 보내것을 이보영이 보면서 사실을 알고 있엇다는 전개로 흐르면서.이범수의 역활이 뮤비에서 처럼 치과의사가 아닌 담당의로 나와서 중간 매개체 역활이 좀더 가미되고 끝나는 부분에서는 뮤비처럼 이보영이 죽은것을 이범수가 보면서 병원으로 실려 가며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반전의 내용이 나왔으면 더욱더 감동적이엿을듯 하여튼 중간까지 내용 전개가 조금 아쉬웠지만 정말 아직까지는 여운이 남는 영화네요.이승철 노래만 들어도 찡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15:43
0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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