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는 2007년(해외 개봉 2005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매력적인 공포 영화 [디센트]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그것은 두 영화의 여주인공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아브라함의 아내이자 터미네이터의 여전사의 이름이기도 한 ‘사라’이기 때문만은 물론 아니다. 두 영화는 똑같이 외부의 사고(자동차)로 시작하여 주인공의 어두운 심연(내면 혹은 동굴)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간 과정엔 약간의 악몽과 약간 명의 주변인들이 존재한다. 덧붙이자면 두 영화에서 자동차 사고는 주인공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매개체가 되고, 그것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징후 중 하나인 가장 끔찍했던 사건의 재현, 즉 재경험(re-experience)의 환각을 겪는다. 그것은 나중에 동굴의 모습 혹은 이름없이 호출된 자신의 또다른 모습(윌리엄 윌슨?)으로 변형되어 등장한다.
[인사이드]에서 사라(알리송 파라디)의 집을 방문한 그 여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마지막의 반전을 위한 일종의 트릭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여인(베아트리체 달)-엔딩 크레딧에도 그녀의 이름은 La Femme라고 나와 있다-은 결국 사라(알리송 파라디)의 분신에 불과할 것이다(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디센트]의 경우처럼 그리고 영화 초반의 악몽에서 암시하듯 사라의 무의식이 경험하는 환상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첫 장면에서 죽은 태아는 재반전을 거쳐 다시금 사라의 아이가 된다). 결국 [디센트]와 마찬가지로 [인사이드] 역시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은 영혼의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무의식의 층위의 정교함은 주변 인물들을 동굴이라는 공간 속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배치한 [디센트]가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겠지만 외형적인 공포의 강도는 [인사이드]가 훨씬 강렬하다.
[인사이드]는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와는 달리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묘사보다는 잔혹한 비주얼에 집중한다. 이 영화가 표현하는 고어의 강도는 정말 무시무시하다. 경동맥을 뚫고 솟구치는 핏물, 너덜너덜해진 경찰의 얼굴, 간담이 서늘해지는 정원사용 가위의 위용 등등. 물론 이런 것들의 대부분은 이미 많은 공포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클리세에 불과하겠지만 '극단적으로 반윤리적인' 임신부에게 가해지는 위협이라는 소재와 묘한 템포로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음악, 거기에 두 여배우의 극강의 연기가 합체되어 영화는 [퍼니 게임]과 [엑스텐션]의 엑기스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포스를 내뿜는 경지에 이른다.
[디센트]가 다수의 ‘골룸’ 형제들이 일으키는 단순 살육극이 아니라 니체의 말대로 ‘우리 자신의 심연을 성찰하게 만드는’ 좀 더 다면적인 공포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면, [인사이드]는 슬래셔 영화들 중에서도 맞수가 별로 없을 정도로 액면가 그대로 충분한 시청각적 공포에 집중한다. 너무도 끔찍해서 제목대로 영화의 내면(inside)을 살펴보기는 커녕 제대로 눈을 뜨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다(실제로 심야 영화 상영시 많은 관객들이 말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_-). 그러나, 공포영화의 최대 미덕이기도 한 그 끔찍함이 되려 [인사이드]의 진정한 ‘내면’의 공포를 덮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빨리 죽는 것만이 최선이다’라고 느끼게 되는 그 아비규환의 저택 안에서 [디센트]의 동굴보다 더 끝간 데 없는 모성과 집착과 타자의 문제를 끄집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유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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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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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들은 베아트리체 달이 가위를 들고 집 안 곳곳을 피범벅으로 만들기 이전에 이미 등장했죠 ....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비춰지는 정체 불명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주인공 사라를 점점 압박해 들어오는 초반 시퀸스들을 보면 이 감독들이 피 한 방울 안 보여주면서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공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전문 장르 잡지 평론가 출신 감독과 뮤직 비디오 출신 감독이 같이 손을 잡은 덕분에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시청각적인 볼거리가 한데 어우러진 수작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