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더 Slither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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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감독 데뷔작으로 [슬리더]라는 괴작을 들고 나온 제임스 건은 호러 팬들에게 그렇게 생소한 인물은 아니다. 영화 활동의 시작을 C 급 호러 영화의 산실 트로마에서 시작한 그는 이미 [트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각본가와 공동 감독 (크래딧 없는)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테러 파머]를 비롯한 트로마의 몇몇 작품에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 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쿠비 두] 시리즈와 [새벽의 저주]의 각본가로 알려지면서 주류 영화계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으니 그가 자신의 능력과 상상력, 그리고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을 가지고 나타난 것 자체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런 그의 배경에 그가 좋아하는 80년대 괴수물들과 50년대 60년대 외계인 침입 스토리를 결합하여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 결합한 [슬리더]는 호러 팬들에게는 2006년 최고의 스플레터 영화로 뛰어난 코믹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태어났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마을의 최고 미인 스텔라와 결혼한 부자 그랜트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만은 않다. 젊은 부인인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했다기 보다는 자신이 그녀를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돌봐 주었다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결혼을 한 상황으로 아내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내에게 섹스를 요구하던 그랜트는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자 홧김에 술집으로 향한다. 술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옛 여자 친구의 여동생은 그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그녀를 따라 인적 없는 한적한 숲으로 나선다. 하지만 그랜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조사하다가 유성에서 튀어나온 독침 같은데 쏘인다. 그 이후 신체적인 변화와 성격의 변화를 겪는 그랜트는 자신을 유혹했던 브랜다를 외계 생명체에 감염 시킨다. 한편 마을 가축들이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잔혹하게 도살 되는 사건이 시작된다. 결국 지역 보안관인 빌과 사라진 그랜트를 찾아 나선 스텔라 그리고 빌의 부하들은 그랜트로 인해 시작되는 엄청난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데…


제임스 건의 [슬리더]를 장르별로 구분해보면 괴수물 + 좀비물 + 애정물 + 코믹물 + 잔혹물 이라는 장르의 종합 선물과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우주에서 날라온 괴수가 한가로운 시골 마을을 공포로 몰아 넣고,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은 전통적인 괴수물의 흐름이다. 하지만 여기에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처럼 걸어 다니며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다닌다는 설정이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그랜트와 스텔라의 관계, 그리고 빌과 스텔라의 관계로 연결되는 설정은 애정물의 삼각관계에 가깝다. 여기에 메이저 영화사인 유니버셜에서 배급한 영화치고 상당한 수준의 신체 홰손을 다루고 있고, 추가로 온갖 호러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사용하고 코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통한 전통적인 스플레터적 코믹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감독이자 각본을 담당한 제임스 건의 호러 괴수물에 대한 애정은 여러 호러 영화들의 캐릭터나 장소들을 연상 시켜주는 장치, 이름 들이 사용되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연상 장치에만 만족을 하는 것이 아닌 프레드 데커 감독의 [나이트 크리프스]를 위시한 80년대 SF 괴수 공포물의 공식과 법칙을 절대 지켜나가 방식도 터득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르의 특성이 무엇이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이미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보여지는 것이다. 산탄총으로 머리를 박살내고, 철봉으로 목을 후벼 파내도, 사람이 반으로 쪼개지며 내장이 다 튀어나와도, 마른 몸매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에드벌룬으로 바뀌어도,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거대한 거머리들을 튀어나와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의 연출 역시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어떻게 코믹과 고어가 결합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사용할 만 하다.


배우들의 경우도 [헨리 연쇄 살인자의 초상]의 마이클 루커의 괴물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더해 [시비스켓], [스파이더 맨]등에 출연했던 엘리자베스 벵크스의 매력, 그리고 세레니티 (Serenity, 2005)와 TV 시리즈 [화이어 플라이]로 좋은 평을 받아온 캐나다 출신의 나단 필론의 어리숙한 보안관등 캐릭터들 개개의 성격과 매력이 잘 살아나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여기에 TV 시리즈 [스타게이트]의 특수 효과를 맡았던 Image Engine Design 사와 [렌드 오브 데드], [소우 3]등의 특수 효과를 담당한 Switch VFX의 컴퓨터 그래픽을 최대한 자제한 특수 효과는 관객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비주얼로 이런 영화들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특수 효과 부분에 대한 걱정을 불식 시켜준다. 한마디로 말해 크게 단점을 잡기 힘든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이런 종류의 코믹 호러물을 즐기는 팬이라면 [데드 얼라이브]와 [숀 오브 데드]이후 확실히 보고 웃고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스플레터 코믹물이 나왔다는 것을 발견 할 것이다. 더 이상 소재의 참신함과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어 왔던 SF 괴수물에 [슬리더]의 등장은 내용이 참신하지 않아도, 소재가 진부해도 뛰어난 연출과 애정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수작이 나올 수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만하다.
Robin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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