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노스포 후기

익무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영화 감상 게시판이 있지만 역시 영수다에 남기는게 편하고 좋더라구요.
미드소마 궁금한데 볼까말까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간략한 가이드(?) 후기입니다. 물론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적어봅니다.
많은 분들이 유전이랑 비교했을때 어떤지를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구요. 이 부분부터 말씀드리자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작인 유전과 비슷합니다. (긴 호흡, 점프스케어는 없지만 지속되는 불안감, 사운드 등) 하지만 장르 자체는 유전과 완전히 다른 편입니다. 영화의 큰 주제는 유전과 비슷하긴 하지만 영화의 구성 방식부터 연출까지 모든 게 달라요. 미드소마가 전작인 유전에 비해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이유는 이 영화가 꽤 마니악한 편에 속해서 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유전은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연출방식으로 호평을 받으면서도 대중성이 충분해서 더 큰 반응을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유전은 신선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컨저링? 같은 고전 공포영화의 요소가 꽤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위자보드에서 따온 듯한 귀신과의 대화, 악마... 전형적인 고전 오컬트물 요소들) 그럼 미드소마는 어떤 영화냐? 라고 물으신다면... 제 느낌으로는 마터스, 사일런트 힐, 인간지네(물론 거의 스너프 필름에 가까운 이 영화들 만큼 극악의 슬래셔 무비는 아닙니다. 삭제된 30분이 추가된다는 감독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의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정신적인 요소를 건드려서 엔딩이 다가올 쯤에는 관객의 멘탈을 완전히 영화에 잠식되게 만드는 멘붕형 공포영화류...입니다.
고어한 장면들이 직접적으로 연출되긴 하나 대부분이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한 연출이고 임팩트 있게 지나가는 형식입니다. (쏘우 같이 고어한 장면을 늘어트려서 천천히 보여주는 연출은 없습니다.) 오히려 고어한 연출보다는 영화의 긴 호흡에 공포감을 느끼게 되죠.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으로 꽤 긴 편인데 고어? 공포? 라고 말할 만한 요소들은 유전처럼 중후반부부터 몰아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미드소마는 그 중간 중간에도 텀을 두는데 그 텀에서 미묘한 불쾌감이 계속 느껴지고 시각적으로 몽환적인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연출 방법이 마치 관객도 미드소마(9일동안 열리는 하지제)에 함께하는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고요. 유전이 온전히 관객의 입장에서 불안감을 조성했다면 미드소마는 정말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관람객1 같달까요.
또, 이 영화를 보면서 꽤 놀란 점이 있는데 유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실감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꽤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유전보다도 더 직접적으로요.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라는 주제를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하는데 저는 다른 것보다도 그게 정말 불편했습니다. 유전은 결말 전까지 정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초자연적인 현상인지(곡성처럼)를 알 수 없게끔 애매하게 연출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심리적 요소가 전개의 요소이자 영화의 결말과 직접적인 연결성이 있습니다. 고어 부분에 대해선 언급이 많지만 이 점은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은 되도록 관람을 삼가하는걸 추천드립니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보통 미드를 보면 그쪽 나라(?)의 인간관계는 겉으로는 두루두루 다 잘 지내는 인싸스러운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이하게 지속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정말 미묘하고 불편하게 묘사되는게 한국의 정서와 묘하게 맞물려들어가서 더 이입이 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니악한 피폐물에 가까운 그런 영화들은 보통 b급 감성이 짙은 편인데(조잡하고 부실한 설정이나 연출에서 오는 기괴한 느낌 등) 미드소마는 그에 비해 정교하고 세밀하고, 예술성까지 두루 갖춘 웰 메이드 a급 감성입니다. 감독이 고증이나 소품 설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는데 정말 심혈을 기울인게 느껴집니다. 연출과 영상미는 덤이구요. 연출과 스토리 전개 요소 중 하나겠지만 성교 장면이나 전라 상태의 노출도 나오는데 이 장면들이 고어 씬만큼이나 강렬해서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유독 종교와 나체을 엮어서 내는걸 좋아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영화 후기 보시면 웃음이 나온다는 후기가 많아서 궁금하실텐데 정말로 재미가 있다기보단 허탈감이나 낯선 장면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웃게 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저는 엔딩 장면에서 웃었는데 감독이 의도한 것 같은 구도였다고 느낀 거 같아요. 공포 영화의 엔딩 같지 않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연출이 나와 웃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웃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누군지를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해졌습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느꼈던 감정과 연출에 대해 생각해보면 미드소마에 초대받은 이들에는 관객도 포함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는 감독이 영화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 같아요.
대충 후기는 이정도인데요. 최대한 스토리 부분에 대한 스포없이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정신적인 요소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고, 유전과 같은 연출방식 느낌의 고전 공포영화 스타일이 보고 싶으신거라면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스토리의 전개는 유전과는 다르게 뻔한 편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사이비 종교가 영화의 큰 주제는 아닙니다.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부 연출은 특정 주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초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결국 그것도 스토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에 숨겨진 요소를 찾는걸 좋아하신다면 관람 시 주의깊게 관찰해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여러모로 신선하고 완성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취향과 든든한 멘탈만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보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써내려간 후기이긴 하지만 ^^; 영화를 볼 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추천인 8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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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독판이 나온대요?


정말이네요 https://www.indiewire.com/2019/07/ari-aster-midsommar-directors-cut-30-minutes-new-footage-1202157294/
이 영화 벌써 2번이나 봤어요.ㅋㅋ 보기전엔 가족이랑 볼 생각이었는데 직접보니 그냥 혼자만 보는게 좋겠구나로 생각이 바꼈어요ㅋㅋ

자세한 내용 감사해요. 유전과도 꽤 다르네요.


설명 잘해주셨네요.
어렸을 때 참석하기 불편했던 교회 수련회 생각 났더랬습니다.^^

저도 성당에 처음 갔을 때 미사 예식을 보고 어리둥절하던 게 기억이 나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니 익숙하고 당연한 과정이라고 여겼지만 영화와 관련 지어 생각하면 그 점이 상당히 묘하게 와닿던 ㅎㅎ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는데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진짜 포스터만 보고 어떤 분위기일지 몰랐는데
상세하고 긴 친절한후기 감사합니다!!

무척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써주셨네요. 흥미는 있으나 관람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친절한 가이드라인인듯 합니다!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긴 후기 감사하네요. 마터스 인간지네 요런 종류의 영화는 접한 적이 전혀 없어서 내일 관람이 처음이 될 예정이겠습니다. ㅎㅎ 기존 공포영화나 유전을 생각하고 가면 안되겠어요